개인적으로 프레리 스타우트를 정말 좋아합니다.

밤 시리즈, 느와르 시리즈, 바이블 벨트 등등등

하나같이 평타 이상은, 아니 대부분 상타치는 느낌이라서요.

다만 최근 배치의 밤들이 다 조금 메탈릭하고 별로여서 걸러야 하나... 싶었는데

이번에 수입된 라인업들을 마셔보고는 "아 역시 프레리!" 하는 생각이 또 들었습니다.

여담으로 파이럿 밤이 국내 수입될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

미국에 갈 때 마다 구하고 싶은 리스트에 있었는데 구하지를 못했다가

한국에서 마시게 되었네요.

지방에 살고 있다 보니 빨리 사라져서 손가락만 빨고 있었는데

맥주를 구해준 Headchange, Orange 님에게 무한한 감사를. 

1.Prairie Paradise

최근 미국에 다녀왔을 때 탭으로 마시고는 조금 실망했는데, 다시 마시니 참 좋았습니다.

코코넛이 들어간 스타우트에서 감지되는 코코넛은 제 기준으로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코코넛 밀크와 같은 향이고, 하나는 토스티드 코코넛 같은 향인데

이 쪽은 전자와 같이 달콤하고 조금은 느끼한 코코넛 향과 같았습니다.

(다만 이 기준은 좀 제멋대로라.. 아는 분들은 Funky Buddha Last Snow, Oskar Blues Death By Coconut 등을 코코넛 밀크 같다고 하시는데

저의 경우 얘네는 터지는 토스티드 코코넛으로 감지되어서.. 참고만 하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코코넛, 바닐라, 다크 초콜렛, 밀크 초콜렛, 아주 살짝 커피 등이 감지되어 마치 케이크같은 디저트와 같았습니다.

알코올도 꽤 느껴져 싸한데, 온도가 오를 수록 달콤한 코코넛 향과 밀크 초콜렛같은 향이 점점 강해지는데 참 좋았네요.

오늘 마신 프레리들의 공통점으로는 만족스러운 마우스필이었는데

탄산은 적고 바디는 미디엄-풀 바디로 입 안을 적당히 꽉 채워주고, 굉장히 실크처럼 부드러워서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커피, 로스티드와 같은 몰트의 특징이 제일 우선 감지되며, 코코넛, 바닐라 향이 뒤따라옵니다.

향에 비해 알코올은 맛에서 그리 강하게 느껴지지 않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디저트 폭탄 같은 조합에 비해 단 맛은 크지 않고, 드라이하게 떨어져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 마실 때는 진짜 부즈(소주의 싸한 알코올 같은 맛)가 너무 강해서 부담스러웠는데

약간 시간이 지나서 그런 것인지 딱 알맞게 숙성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우스필이나 캐릭터도 참 마음에 들어, 럼 배럴 버전인 Pirate Paradise가 더욱 더 궁금해지네요.

2.Vanilla Noir

같이 마신 맥덕인 Scott 씨의 말로는 예전 배치는 바닐라 폭탄이었다고 하는데

이 배치는 오히려 위스키의 배럴 캐릭터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맥주였습니다.

몰트의 약한 검붉은 과일, 다크 초콜렛, 간장이 위스키의 오크통, 그리고 바닐라 향이 부재료로 들어간 바닐라와 기분좋게 어우러집니다.

탄산은 적고 바디는 미디엄 바디로 다른 맥주들에 비하면 살짝 가벼운 편이었습니다.

강한 위스키, 받춰주는 바닐라와 다크 초콜렛, 밀크 초콜렛과 같은 몰트 캐릭터가 느껴지며 살짝 단 맛과 함께 끝납니다.

"정석적인 배럴 임스가 뭔지 보여주마!" 같은 느낌에 바닐라는, 그저 위스키의 바닐라 캐릭터를 강조해주기 위해 사용되었다는 인상을 받은 맥주로

마시기 편하고 다양한 캐릭터까지 만족스러운 맥주였습니다.

3.Barrel Aged Bomb!

전에 미국에 다녀와서 이 맥주를 찬양한 적이 있는데

역시 오늘도 완벽한 임페리얼 스타우트였습니다.

다만 그 날 보다 조금 더 고추향이 강조되어, 거의 한국의 고추가루와 같은 향이 느껴졌는데

작년 말에 마신 Bourbon County Proprietor's 2016과 정말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스키, 다크 초콜렛, 밀크 초콜렛, 바닐라, 커피 등도 감지되었습니다.

탄산은 적고 미디엄-풀 바디에 입 안에서 굉장히 부드럽게 느껴지며

알싸한 고추 맛이 먼저 혀를 때리고, 배럴, 위스키, 초콜렛류, 커피, 로스티드, 바닐라 등의 맛들이 느껴졌습니다.

알코올은 전혀 없어서 디저트 같으면서도, 임스의 느낌이 남아있게 밸런스를 잘 잡은 맥주로

제 취향에 정말 잘 맞는 맥주입니다. 쌌으면 참 좋았을 텐데 ;ㅅ;

4.Pirate Bomb!

전체적으로 Barrel Aged Bomb! 과 비슷하나, 럼 배럴의 캐릭터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달콤한 느낌이 더욱 더 강화되었습니다.

BA Bomb! 에서 살짝 거칠다고 느껴지는 튀는 고추나, 위스키의 나무 같은 느낌을 단 맛으로 전체적으로 정리하며 딱 잡아주는데

"이 이상 좋아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BA Bomb! 를 한 층 강화시켜주며, 다른 레벨로 끌고갑니다.

그 좋은 평들과 인기가 실감이 되었던 맥주로, 럼 배럴 특유의 단 느낌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나

적어도 이 날 같이 마신 사람들에게는 가장 맛있다는 평을 받은 것을 보면, 특히 그 분들이 단 스타우트를 정말 싫어하는 것을 생각하면

기분 좋은 단 맛과 물리는 단 맛 사이에서 적절한 지점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비와플에 갔는데 KBS나 프레리 스타우트들이 널려있는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매 년 매 년 라인업이 너무 강화되어서, 솔직히 말해 지금만 해도 가격만 빼고 보면

웬만한 미국의 작은 바틀샵과도 비빌 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몇몇 분들이 여행가서 바틀샵 사진을 보내주면, 뭘 추천해줄까 하고 크게 고를게 없을 정도로요.

프레리가 들어오면 아직은 멀었지... 싶었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다양한 라인업을 들여온 버즈샵에 그저 감사를.

아메리칸 솔레라도 들어온다고 들은 것 같은데 수완이 좋은가 봅니다.

앞으로 어떤 맥주가 들어올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