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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추태후를 위한 변명2.

천류무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01.21 12:37:16
조회 10363 추천 1 댓글 91

으음..술 깨니까 역시 조금 후회되는 군화.

사실 작가가 드라마 뒤에 은둔해 있지 않고, 이렇게 뻔뻔하게(?) 논쟁공간에 나오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아리까리해.

나를 아는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은 당연히 이를 말리지. 상처 받을 것이라고 말이야. 근데 뭐..사이버 공간에서 두들겨 맞는 게 좀 아프면 어때? 중요한 것은 이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느냐이지. <소통>이라는 이상적인 개념이 사실 쉽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한번 해 보고는 싶었어.

천추태후로 돌아와, 이 여인에 대한 고민을 할 때를 좀 이바구할게.

앞서 언급한 데로, 기록된 역사인 고려사의 천추태후는 완죤 막장 삘 나는 여인이야.
내가 아무리 강심장이라 하더라도, 조금의 긍정치라도 있지 않으면 이 여인을 주인공으로 창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했어. 해서, 동시대에 관한 책이나 논문은 닥치는 데로 구입해 읽기 시작했지. 누군가 조금이라도 그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 날아갈 듯이 기뻤어. 어느 새 나는 천년 전의 이 여인에게 닥빙이 된 거야.

사실 고려사에 기록된 천추태후 부분은 분량이 극히 적어. 그녀가 섭정한 목종조의 기록도 앞 부분의 성종이나, 뒤의 현종보다 현저하게 분량이 적어. 이는 고려사를 쓴 양반들이 의도적으로 많이 쓰지 않았을 것이라는 혐의가 들기도 하지만, 뭐..안 봤으니 내가 아나? 패스~

천추태후에 대해 비교적 호의적으로 글 쓴이는, 이 드라마 스페셜에도 나왔던 이덕일 선생과, 김창현 교수를 들 수가 있더구만..이덕일 교수는 고려사가 전공이 아니고 대중적인 글 쓰기에 능한 분이라 비판자들도 많지만, 김창현 교수의 글은 솔직히 상당한 힘이 됐어. (김철웅, 이정란 선생과 같이 쓴 고려사 500년, 의문과  진실이라는 책이야).

뭐 내용은 이덕일 교수의 주장과 비슷해. 천추태후가 성종의 유교화 정책으로 폐지되거나 약화된 불교와 전통신앙을 회복하고, 고려의 독자성을 지켜낸 여걸이라는 관점이지. 공홈에도 어떤 사학과 출신분이 드라마 시작하기 전부터 이 논지를 계속 주장했는데, 솔직히 마이 이뻤어..이 주장이 맞느냐, 틀리느냐를 떠나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는 확보 된 것이야..

그녀가 서경을 호경으로 높여 부르고 북방진출의 근거지인 서경을 중시했다는 것도 고무적이었지. 무엇보다 내가 그녀에게 닥빙한 것은, 후대에 기술된 다른 사람들에 비해 그녀가 너무 억울하게 매도 당한다는 느낌이 컸기 때문이야.

사실 통정을 한 사람은 천추태후만이 아니야. 그녀의 여동생 헌정왕후도 삼촌이랑 사통해 현종을 낳잖아. 하지만 고려사는 왕욱과, 헌정왕후에 대해 천추태후만큼 비난하지 않아. 오히려 애틋해 한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 거야. 이는 현종을 옹립한 사람들이 현종에게 정당성을 주기 위해,  같은 죄를 범한 현종의 부모는 차마 욕할 수 없었던 것일 게야.

김치양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목종을 대신해 왕위에 올리려고 했던 부분도..거꾸로 생각해 보니 가능할 것도 같았어. 아들이 문제가 있었다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바꿀 수도 있는 여인이라고 생각한 게지. 그래서 여걸이지, 달리 여걸인가..(김씨왕조냐, 왕씨 왕조냐 하는 논란은 별 문제 없었어..왕건의 추존된 선조 왕들 중에서도 여인이 있었고,  진정 그녀가 여걸이라면 태어난 아이의 적통성은 김치양이 아닌 자신에게 두었을 거라고 내 맘대로 생각해..)

물론 나는 천추태후의 정당성을 위해, 성종이나 현종을 터무니 없이 격하시킬 생각은 추호도 없어. 권력 때문에 때로 비정해지기도 하고, 악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연약해지기도 하는, 입체적인 인물로 그녀를 그리고 싶어..단지, 아무래도 그녀에게 감정을 많이 실어주다 보면, 상대적으로 성종이나 현종이 대중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생길 수 있을 거야.  중요한 것은 어느 한 쪽이 틀린 것이 아니라, 둘 다 옳지만 대립할 수 밖에 없었던 정치적 상황과 그로 인한 인간적 고뇌를 그리고 싶었던 거야..(솔직히 잘 될지는 나도 몰러..)

그리고 사료에 나와 있는 김치양의 출신이나 강조의 설정 등은, 나름대로 후에 방어막을 은근슬쩍 둘러 놨어..더 이상 얘기하면 스포일 거 같고..오늘은 요기까지 할 게. 

다시 말하지만, 나는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이 드라마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입장을 바꾸어 나의 경쟁자인 다른 사람이 이 드라마를 썼더라면, 어쩌면 나 역시 천추태후를 맹비난했을지도 몰라..하지만 주류가 아닌 이런 관점도 터무니 없이 배척 당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 모두가 다 같은 생각이라면..인생, 열라 재미 없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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