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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추태후를 위한 변명3.

천류무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01.23 03:48:01
조회 8581 추천 1 댓글 83

약속한 데로 3회는 채워야지.

15,16회를 쓰는 이 새벽에 느닷없이 여기 들어와 이러고 있는 걸 보니, 확실히 갤질이 불치병인가 봐..

마지막은 사극에서 상상력의 범위에 관한 내용이야.

사극이 사료에 기술된 그대로만 쓴다면, 그건 다큐멘터리이지 이미 극은 아닐 것이야. 하지만 극이라도 사극은 확실히 < 역사 >라는 고무줄에 매달려 있는 한계가 있어. 상상력이 너무 멀리가 그 고무줄이 끊어지면 많은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이지. (내 고무줄은 좀 썩은 고무줄이야..)

하지만 작가는 원래 상상력으로 먹고 사는 족속들이야. 기술된 역사가 그 자체로도 재미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이 차지가 않지. 그런 면에서 아예 기술된 역사가 없거나 적은 사극이, 어떤 면에서는 쓰기에 부담이 덜한 편이야. 반면에 조선시대 왕의 일대기 같은 경우는 몹시 답답하지. 왕의 일거수 일투족을 매일 기록했던 저 선조들의 부지런함 때문에, 뒤에 작가는 죽을 맛인 것이야. 그래서 누구나 조금씩은 (혹은 아주 많이), 기록된 사료를 눈 질끈 감고 짓밟으며 작가의 상상력에게 자유를 주는 경우가 많아.

변명1에 언급했던 <천둥소리>는 비교적 사료에 충실하려고 애를 썼던 작품이야.  그런데 결과가 좀 많이 슬펐어.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는 거야. 아무도 보지를 않아. 언젠가 어떤 사람의 리뷰를 본적이 있는데, 우리 나라 시청자는 이율배반적이래. 제대로 된 전문직 드라마를 보고 싶다면서 아우성 치면서도, 정작 제대로 된 전문직 드라마, < 그들이 사는 세상 >같은 드라마가 나왔을 때, 다수가 외면을 한다는 것이야. (웅크린 감자의 리뷰 인용)

물론 나는 내 드라마를 감히 <그사세>에 견줄 생각은 없어. 단지 사료에 충실한 드라마를 썼다가 처참한 좌절을 맛 본 이후에, 이건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 그 드라마가 망하고 몇년을 일을 하지 못했으니까, 그건 또한 생존의 문제이기도 했어.

내가 천추태후를 선택한 것은, 변명2에 언급한 이유 외에도, 그녀에 대한 사료가 극히 적다는 것이 몹시 매력적이었던 것이야. 막말로 그녀가 전쟁터에 나가 칼을 휘둘러도, 누가 비난하면.." 전쟁에 안 나갔다는 사료는 있냐?" 라고 생깔 수 있게 된 거지.

물론 아무 생각없이 그녀를 전쟁터로 내 몬 것은 아니야. 주된 이유는 주인공의 1회 시선잡기이지만, 천추태후 자체를 철의 여인, 혹은 무인의 이미지로 잡았기 때문이야. 그 근거는 변명2의 댓글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그녀가 군사력의 증강에 상당히 힘을 기울였다는 작은 단초 때문이야. 

그것은 고려전기 군사조직인 2군과 6위의 성립시기에 관한 것인데, 학자들 마다 여러 논쟁이 있지만, 천추태후 시기에 그것이 성립되었다는 사료가 일단은 보인다는 것이야. (고려사 권 81, 목종 조 병제편은 6위의 성립을, 고려사 권77 백관지2 서반조에는 2군의 설치가 기록되어 있음). 물론 6위는 그 전 성종 14년에 완성되었고, 2군은 오히려 후대인 현종때 설치 되었다고 주장하는 최근의 학자가 더 많아. 그러나 저런 천추태후에게 유리한 사료가 있다는 것이 어디야? 낼름 줏어 먹어야지..

아무튼 그것을 근거로 해서, 그녀가 서경을 <호경>으로 높인 것을 주목한 거지. 호경은 주나라의 무제가 은나라를 정벌하고 세운 황도야. 서경은 왕건의 유지에도 언급된 북방의 진출기지이지. 그런 서경을 호경으로 높였다는 것을, 나는 그녀가 적어도 문치보다는 상무에 가깝다는 내 맘대로 결론을 내린 것이야. (또 하나, 공홈의 사학과 출신이 언급한 것처럼, 1차 전쟁때 6만에 불과한 거란군에 겁을 먹고 할지론을 택했던 고려가, 천추태후 집권시기를 거쳐 40만 대군으로 확장되었다는 것도 일부는 받아 드릴 거야..근데 사실 이건 1차 전쟁 후, 성종이 그 토대를 마련했을 가능성이 더 커.)

그리해서 큰 그림, 무인의 이미지에 가까운 천추태후와, 유학자 세력인 성종, 현종의 대립을 만든 거야. 천추태후에 비해 두 왕이 좀 후달려 보인다면 이 그림도 되지.. 부시나 전두환 같은 천추태후와, 평화주의자 세력과의 대결인 것이지. 

여하튼 이것은 나의 상상력이 주가 된 그림이고, 나는 이 그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이야. 당연히 모든 비난은 나의 몫이지. 아울러 미리 말해 두지만, 상상력과 사료의 갈림길에서 치명적으로 고민해야 될 때가 생길 때..어쩌면 나는 사료를 포기하는 일이 자주 생길지도 몰라. 이 드라마가 시청률의 부담이 조금 덜한 1 티비였다면 몰라도, 장사해야 하는 2 티비의 숙명 속에서, 나도 장사꾼의 최첨병이 되어야 하는 것이야. 

그러나 이것은 능력없는 나의 변명이고, 언젠가 사료에도 충실하면서, 시청자도 열광하는 그런 사극과 그런 작가가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래.

재미 없는 긴 글 읽어 주느라고 고생했고, 나는 가급적 논쟁은 하지 않을 거야. 거기에 공력을 쏫기에는 원고를 쓸 시간이 부족하고, 갈 길도 너무 멀어..가끔 궁금한 거 물어보면 대답해 주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뒷 이야기나 들려줄게. 그럼 모두 즐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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