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컨대 이상한 애라는 의미도 포함한 거지? 좀,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아도 돼. 그 말대로라고? 사카가미 군, 혹시 그런 여자애하고 안 좋은 추억이 있었던 거 아니니? 

어머나, 애석해라. 후후후. 그럼 이야기를 계속할게. 

하지만 신은 장난을 좋아하지. 타치바나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었으니까. 

그건 장맛비도 다 끝나가던 무렵이었어. 츠카하라는 예비 우산을 두지 않는 애인가 봐. 또 비를 피하고 있었어. 오직 혼자서 말이야. 그리고 타치바나는 우산을 들고 있었지. 커다랗고 파란 우산을 말이야. 타치바나는 망설였어. 곤란해하는 츠카하라를 잠자코 지켜볼 수는 없었어. 하지만 자신이 나서면 그는 싫어할지도 몰라. 하지만 결국 그가 곤란해하는 모습을 볼 수 없어서 달려갔어. 

"저기, 이 우산 쓰세요."

처음에 그녀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는 금세 웃었지. 

"아, 미안. 같이 돌아갈까."

그 애는 같이 돌아갈 생각은 없었어. 그래도 억지로 그는 함께 우산을 쓰자고 권유했지. 그 애는 무척 거북했어. 그래도 그는 멋대로 떠드는 거야.

"이야, 미안. 최근 시간이 안 나서 말이야. 왠지 바빠서 말이지. 알지? 나 모두에게 상냥하게 대해주고 싶어.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응? 그러니 난 유카리가 싫어진 게 아니야..."

그렇게 말하면서 갑자기 키스를 하려고 했지. 

"그만두세요."

갑작스러운 일에 타치바나는 놀라서 거부했어. 타치바나는 지금도 그를 좋아했지만 그가 재미로 자신과 사귀었다는 건 이미 알았으니까. 서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키스를 하는 건 잘못된 짓이라고 그 애는 생각했어. 그래서 츠카하라를 밀쳤어. 그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겠지. 지금까지 여자애에게 거부당한 적 없었으니까. 

처음에는 웃으면서 멀쩡한 척하려고 했지만 그의 자존심은 크게 금이 갔어. 그래서 그녀를 덮쳤지.

"웃기지 마, 이 멍청이가."

타치바나는 놀랐어. 상냥하다고 생각했던 츠카하라가 엄청난 얼굴로 덤벼드는 거야. 

"내가 하는 말을 안 듣겠다는 거야? 내 말을 안 듣는 녀석은 이렇게 해 주겠어!"

그리고 그 애를 있는 힘껏 걷어찼지. 

"그리고 말이야. 너, 그 성격 고치는 게 나을 거다. 기분 나쁘다고!"

그는 그 애의 파란 우산을 잡아채더니 얼른 가 버렸어. 그 애는 갑작스러운 일에 말을 잃고, 내리는 빗속에서 계속 울었어. 그녀 왼쪽에 있는 화단에는 커다란 그루터기에 무수히 많은 청색과 보라색의 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어. 

그리고 그 애는 다음 날부터 학교에 오지 않았어. 그는 지긋지긋한 존재가 사라져서 기뻐했지. 그리고 금방 그녀의 존재조차도 잊고 말았어. 

어느 비가 내리는 방과 후. 

"또 비냐고. 재수 옴 붙었네. 장마니까 어쩔 수 없지만."

츠카하라는 그렇게 말하고 로커를 열었어. 

"응?"

한순간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지. 

그 파란 우산이야. 그날 빼앗은 우산은 그날 중으로 버렸을 텐데. 아니 잠깐만...

"내 팬인 애가 몰래 넣어둔 거 아냐? 뭐, 파란 우산은 흔히 있으니까."

그는 정말로 단순했어. 그리고 밖으로 나가서 그 우산을 펼쳤지. 안쪽에 붉은 물방울이 있어. 그 파란 우산이 아니야. 

"이런 게 치장이라는 건가. 내 취향은 아니군."

얘, 파란 우산 써 본 적 있니? 위에서 비치는 빛으로 우산 색이 밑에 비치는 거야. 그래, 그래, 그러니 파란 우산을 쓰면 우산을 쓴 사람이 새파랗게 보이지. 안색이 안 좋아 보여서 좀 기분 나쁘지. 

그러니 나는 밝은 색 우산밖에 안 가지고 다녀. 그리고 그는 잠시 걷다가 멈춰 섰지. 왜냐하면 그의 눈앞에 그녀가 서 있었거든. 

그녀는 빨간 우산을 쓰고 있었어. 그녀가 그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었을 때랑 똑같은 그 우산... 

그는 조금 놀랐지만 평소처럼 말했어.

"야, 야, 오랜만이네. 학교는 계속 쉬고 어떻게 된 거야?"

너무하지. 그녀를 매몰차게 대해 놓고는 오랜만이라고 인사하다니 너무해. 하지만 그녀는 미소를 지었어. 

"후후후, 계속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어. 같이 걸어가도 될까?"

그녀는 조금 야윈 것처럼 보였어. 빨간 우산을 써서 그녀는 새빨갛게 비쳤고 그 때문인지 안색은 좋게 보였지. 

"좋아, 같이 가자."

그는 여전히 단순했지. 잠시 걸으니 그녀가 말했어. 

"키스해 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