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초등학교 때였지....아마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만 명도 넘는 사람들에게 천하룻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어.

순간적으로 시선이 고정되었고, 그의 4분 10초 연기에 나는 눈을 뗄 수 없었어.

이야기가 끝나고 팔을 들어올린 그에게 만 명의 사람들은 일제히 일어나 환호를 보냈고, 나도 따라 박수를 치며 이런 생각이 들었어.

'와...........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다니.'

그 이후로 그에게는 여왕이라는 칭호가 내려졌고 나는 그의 팬이 되었어.

일년 후, 그는 빨간 드레스 대신 총을 꺼내들어 작전을 수행하는 본드걸이 되어 나타났고,  임무를 완수하자 그는 조지 거슈인의 피아노 선율에 맞춰 자신이 가진 모든 매력을 발산했지.

심판들은 228.56이라는 세계신기록으로 그의 경기에 답했고 사람들은 그를 '레전드'라 칭하며 여왕의 계속된 군림을 환영했어.

이후에도 지젤이 되어, 아리랑의 선율에 맞춰 끝없는 감동을 선사했던 그는 1년의 휴식 후 레미제라블의 판 틴이 되어 프랑스 혁명을 노래했어.

2년 가까이 휴식을 해온터라 그의 경기력이 예전같지 않을거라는 의문을 품어오던 모두에게 한 방 먹이는, 그런 연기였지.

세 장의 티켓을 따온 그는 탱고를 그녀의 마지막 작품으로 택했고, 러시아 소치에서 클린 연기를 펼치며 세계를 감동시켰지.

새벽 4시까지 중계를 보던 나는 그의 경기가 끝이 나자 긴장으로 차가워진 손을 모으며 기도했어.

하지만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고 결국 금메달은 홈팀 선수에게 돌아갔어.

당시에는 너무 억울하고 분해 영어로도 청원을 넣고 친구들에게 서명하라고 부탁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부질없는 짓이었어.

3년이 지난 지금 금메달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했고, 러시아의 그 선수는 심판 담합이 아닌 도.핑. 의혹으로 전세계의 비난을 받는 처지가 되었지.

이 말을 언제쯤 외칠 수 있을까.......

'정의는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