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었다. 지금도 좋아하지는 않아
하지만 가면이라는게 어쩔 수 없는 게 아닌가 싶더라
우리는 인간이다. 인간은 사람 인자와 사이 간자로 만들어진 단어고
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서 있어야 사람일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사람은 모여야 강해진다더라고. 이건 사회학 같은 기초 인문학에서 나오는 간단한 건데도 나는 아직 혼자가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이 사람 사이에 있는게 맞다는 내 생각이 바뀌는 건 아니야
사람은 서로가 다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사람을 톱니바퀴라고 본다면 개중에는 서로 호환이 되는 놈도 있을테고, 맞물리지 않는 놈들도 있을거야
맞지 않는 놈들이라도 모여서 잘 어우러지면 좋은 모임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나쁜 모임이 된다
그런고로 잘 어우러지기 위해서 예의 혹은 예절이란게 생겼나봐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는 예의를 지키며 서로 정중하게 대한다. 아직 상대가 나와 호환이 되는 인물인지, 혹은 다른 친구를 데려와 중재를 해줘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인물인지, 혹은 영영 맞지 않을 인물인지를 아직 모르기 때문에
서로를 알아가면서 기존의 정중하게 대한다 라는 노선을 어떻게 변경해 나갈지를 정해가는건가 싶다
이 놈은 나와 개그코드 면에서 호환이 되니까 개그나 치고 킬킬거리면 딱 좋다
이 놈은 우울한 이야기하면서 푸념하면 시간가는줄 모르니 쓸만하다
이 놈은 씹선비니까 아무래도 ㄹ혜쨩 이야기는 꺼내면 안되겠다 그런 것들
그런 탐색...탐색을 위한 행동들...그 자체에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가면을 쓰고 있더라
처음엔 나만 그런 줄로 알았지만, 다른 사람도 별반 다를 것 없더라. 어디서 배운 건지는 몰라도 하나같이 나름의 가면을 쓰고 상대를 대한다
그건 아마 면허 필기시험에서 무단횡단을 하면 안된다. 밤이라도 유턴은 유턴 사인이 있을때 해야 한다 같은 문항처럼, 비록 평소에는 지키지 않는 것이라도 그것이 정답임을 알기에 억지로 정답을 찍는 것과 같은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하면 상대가 나를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봐줄지 우리는 많은 경험에서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상대가 내게 어떤 존재로 다가올지 아직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는 일종의 보험을 들어두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상대가 마음에 들었는데, 상대가 혹여나 나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
결국은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우리는 가면을 쓰고 상대를 기만하며 또 동시에 상대에게 기만당하게 되지
그리고 그건 친한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해도 아직은 보여주지 못한 내면에 대해 고민하는 경우는 많다. 그건 너무도 사랑해서 내 모든걸 다 줄 수 있다고 확신하는 동시에, 방귀를 틀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연인들의 마음 같은 것이라 생각해
지금은 친해졌지만, 그 시작은 역시 누구나와 같이 가면을 쓰고 서로를 탐색하던 것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그렇다
시간이 지나며 점점 친해졌지만, 친해진다는 것에는 단계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가면을 1/4만큼 벗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단계적으로 우리 자신의 비밀을 드러낼 수가 없는거야
오히려 친한 사이일수록 두려울 것이다. 내가 가진 비밀을 드러냈을때 친구가 나를 싫어하게 되면 어떡하지, 그래도 우린 친한데...그렇다고 해도 지금보다 덜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야...하는 식의 고민은 시간과 마음을 내어준 친구이기 때문에 더 큰 두려움을 가져다 줄 지도 모르지
그렇게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말을 이해해 줄 수 있다면, 상대가 가면을 쓴다는 것은, 그리고 나 또한 가면을 쓴다는 것은 가여운 일이다. 슬퍼하기보다는 그렇게 두려움에 가득찬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자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비록 가면을 쓰고 행동하는 일들이 마음 아프다고 해도,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싫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속내를 숨기는 내 자신이 싫다고 해도 말야...어쩌면 가면은 수많은 타인 가운데서 진짜 내 사람을 찾아내기 위한 방법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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