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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포우지 선생님은 한쪽 팔을 잃었습니다 2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252) 2016.01.24 20:50:39
조회 2310 추천 47 댓글 3


* 센조 시점



팔을 잘라내었다.


수많은 적들의 목숨을 베어온 손인데도, 그 뒤를 따르는 떨림을 버릴 수가 없었다. 새하얗던 네가 피로 물드는 그 순간, 혹은 우리들의 운명을, 나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전장의가 있었다. 어차피 언젠가 전쟁터에서 죽을 사람을 살려놓던, 무모하고 무지한 전장의가. 아군도 꽤 덕을 보았으나 그것도 영토 내에서의 은혜일 뿐이었다. 다른 영토를 떠돌며 적군을 살리는 전장의만큼 노려지기 쉬운 대상은 없다. 나는 그 명분 아래에서 움직였다. 망설임 같은 것은 명분에 사라지곤 했다. 내가 죽을 수도 있다. 그 한마디면 모든 것이 내 안에서 용서되었고, 현실 또한 그러했다.



오늘, 나는 친우의 팔을 잘라내었다. 6년을 함께한 친우였다. 그 친우, 이사쿠는 예전부터 전장의가 되겠노라 말했었다. 보건위원이니까, 사람을 살리고 싶어. 그 바보같은 말을 듣지 못한 지도 5년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들은 만나고 싶었지만, 굳이 만나지는 않았다. 서로의 목에 칼을 겨누게 되는 현실이 반가울 리가 없었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했다. 오늘 죽은 것은 이사쿠였다. 전장의로서의, 이사쿠.



명백한 승리였다. 그러나 무언가 위화감이 있었다. 죄책감이라기엔 너무 깊었고, 전제부터 잘못된 기분이었다. 누구보다 상냥하고 여린 너여서일까. 내가, 그런 너를 죽여서….
나는 이사쿠의 팔을 잘라내었고, 그 삶을 죽였다. 더할 나위 없이 간단하면서도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들춰보고 싶지는 않았다.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답은 이미 알고 있을 텐데도.




전장의가 될 거야.

닌자는 어쩌고? 그동안 노력해왔던 것들이 다 허무해지는 거잖아. 그 물음에 너는 웃었다. 깨달은 게 있거든. 내가 누군가를 죽이면 슬픔이 생겨나기 마련이잖아? 그런 건 싫다고 생각해. 이사쿠는 현실의 압박에도 변함없이 다정하고 상냥했다. 결국 다치는 사람은 네가 될 텐데. 나는 그 마음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 * *

더 이상 전장의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나는 인술학원으로 향했다. 선배들은 몇 년에 한 번씩, 인술학원으로 돌아왔다. 선배들 저마다의 목적이 있었고, 나는 이사쿠를 위해 기도를 하러 가는 중이었다. 먼저 떠나버린 친우들의 앞에서 눈물을 쏟아내던 선배들은 많았다. 그 외에도 그저 오랜만에, 혹은 중요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목적은 달랐지만, 다들 지쳐있었다. 아늑한 둥지 같았던 그곳이 그리워져서, 그만큼 또 괴로워서, 그들은 지친 걸음을 해왔다.


5년 만에 마주한 학원의 모습은 기억 속 그대로였다. 우리들이 있었던 그때와 같았다.



"타치바나 선배!"
"아, 헤이다유, 덴시치."



어느새 부쩍 자란 두 사람이 뛰어왔다. 5년. 둘 다 졸업을 앞둔 6학년이 되었다. 묘한 감정이 솟았다. 지친 걸음을 이끌고 돌아온 이곳에서, 저를 반기는 아이들은 달라져 있었다. 그 부분들을 보며 선배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나쁘지 않은 기시감, 아니면 그마저도 흐릿하게 하는 그리움이었을지, 나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센조."



나는 천천히 너를 바라보았다. 짧은 머리카락. 네 인생을 담고 있는 기억이었던 머리카락은 짧아져 있었다. 그리고, 너의 왼쪽 팔. 내가 잘라내었던, 전장의로서의 삶. 달라져버린 부분을 지닌 채, 너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5년 만이네, 센조.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달이 환한 밤이었다. 교정을 걷는 내 뒤를 따라 달빛은 흘렀다. 한 달 전, 의식불명 상태로 쓰러져있던 이사쿠는 인술학원의 선생님이 되었다. 승리를 거머쥔 것은 나인데도, 그 승리는 손가락 틈으로 새어나가는 듯했다. 버려지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의무실 앞 마루에 이사쿠가 앉아있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터였다. 짧은 머리칼이 바람에 흔들렸다. 사라져버린 저 기억을, 그리고 삶을 간직해주고 싶었다. 그것마저 하지 않으면, 이사쿠는 곧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동안 잘 지냈어? 우리 5년 만이지?"
"아니, 한 달이야."



배려는 한눈에 보였다. 신경 쓰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너를 5년 만에 보았으며, 그러니 너는 관련이 없다는, 아픈 배려였다. 야속하더라도 죄책감은 피할지언정, 잘못까지 눈을 감아 피할 생각은 없었다. 너를 죽인 것은 나, 내게 죽임 당한 것은 너. 그것만은 확실해야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한 달이겠지. 하지만 5년이야, 센조. 이사쿠는 고집이 셌다. 전부 그 상냥함, 그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었지만.



"애들한테서 얘기를 들었는데, 센조가 걱정하던 작법 위원회는 키하치로가 졸업 전까지 잘 맡았었대. 토나이가 열심히 도왔고, 헤이다유랑 덴시치도 네 가르침을 잊지 않고 지금까지 성실하게 하고 있는 중이야."
"이사쿠."



못 들은 척하며 이사쿠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 배려가 눈에 보여서, 더 쓰라렸다. 차라리 원망을 해주었으면 했다. 전장의는 물론, 일상생활조차 지내기 힘든 불편함.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던 꿈의 퇴색. 괜찮다고 내보여도 썩고 있을, 슬픈 마음. 이 모든 것이 다 너 때문이라고, 그렇게 얘기하며 원망해주었으면 했다. 내게 있어, 네 원망만이 면죄부가 되었다.



"이사쿠!"



스스로의 한심함에 화가 났다. 이게 무슨 구차한 꼴인지…. 이사쿠는 주먹 쥔 내 손을 잡았다. 손톱 자국이 남은 손바닥을 쓸어주며 말했다. 나는 이사쿠가 솔직한 마음을 내비춰주기를 바랐다.



"괜찮아."



아. 우리들의 운명은 이리도 가혹하다.
네가 건넨 면죄부는 지독하게도 순수했다. 나는 순간 디딜 곳을 잃고, 네 서늘한 옷자락을 잡은 채,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겨우 잡고 있던 이성은 패배를 맞았다. 감정의 몰락 속에서 눈물이 흘렀다.



알고 있었다. 예전부터 어렴풋이 네 대답을 그리고 있었다. 너라면 얼마든지 상냥해질 수 있었으니까, 얼마든지 너 자신을 버릴 수 있었으니까. 그때, 전쟁터에서의 네가 그랬듯이. 나는 예전부터 그 상냥함을 봐왔다. 전장의를 택한 이유도, 자신을 버려가면서까지 남은 살리는 이유도, 단 하나로 설명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사쿠는 우리 중 그 누구보다 뼈저리게 각오의 무게를 느꼈다. 가장 죽기 쉬운 것은 이사쿠였다.



전쟁터에서 이사쿠를 보았을 때, 나는 나의 승리를 확신했다. 이사쿠는 질 것이며, 가엾게도 죽음을 맞으리라고. 나의 승리는 그 팔을 잘라내던 순간에 내게로 왔다. 하지만, 그것은 전제부터 오만과 착각으로 가득찬 허무 그 자체였다. 그래, 나는 알고 있었다.



그 팔은, 네가 내게 내어준 것임을.


희극과 비극, 네 상냥함은 어떤 끝을 맞이하였나.
팔을 내어주던, 그 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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