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를 내라, 4성압 D타입에 특수옵션을 붙여서 한정판으로."

"뭐라고요?! 제정신이십니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긴장된 공기가 퍼져나간다. 

어두운 방안, 의자 뒤에 가려서 상대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나는 지금 대한민국 굴지의 게임업계 사장실에 들어와있다.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기대하던 것도 잠시, 메이드를 내라니?

책상을 내려친 손도 얼얼하고, 지금 내가 누구를 상대로 큰 소리를 친건가, 하는 생각이 들자 금세 후회가 밀려온다.

하지만 이럴 수는 없어. 여기서 밀리면 끝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다시 입을 연다.

"클로저스는 이제야 본 궤도에 올랐단 말입니다. 

물론 메이드 아바타를 언젠가 내야하겠지만 4성압에 추가 옵션은 너무 과합니다.

지금도 게임의 최종 컨텐츠라고 할 수 있는 3성압을 그런 식으로 패치했다간..."

그러나 내 바람도 덧없이 서릿발같은 한마디가 자르고 들어온다.

"그건 자네가 결정하는게 아닐세. 금태군."

"윽.... 하지만.."

"흠, 변명이 길군. 나딕이 넥슨 없이 클로저스를 잘 이끌 수 있다면야 말리지 않겠네."

그 한 마디에 머리가 새하얘진다. 사실 이 게임이 이렇게 인기를 얻은 것도, 여기까지 존속되어 온 것도 전부 눈 앞의 남자 덕이었으니까.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나.

"큭.... 그럼 제발, 적어도 3성압으로, 3성압으로 부탁드립니다.

저희의 자식같은 게임입니다. 시즌 2도 나오지 않았는데 4성압 패치부터 했다가는 정말 뒷일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자 뒤에서 느껴지는건 무언의 거절이다. 젠장, 하고 속으로 되뇌인 나는 머리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 4성압을 낸다면, 클로저스는 확실히 망한다.

클로저스가 망한다고? 그렇게 생각하자 나와 웃고 떠들던 팀원들, GM들, 그리고 간담회까지 찾아오던 유저들의 얼굴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간다.

정신이 들면 어느새 나는 소파에서 내려 앉아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래, 이대로 클로저스를, 내 자식을 내버려 둘수는 없다.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다른건 다 좋으니 제발 4성압만은 철회해주십시오. 3성압으로도 반드시 바라시는 매출액을 달성해보이겠습니다. 제발...."

"그렇다면 우리의 이름은 빼주게."

"예?"

아까보다는 희망적인 대답이 돌아온다. 그런데 무슨 의미인가?

"이번 메이드 3성압 출시가 넥슨 주도로 실행된 것이라는 언급을 하지 말아달라는 소리네."

눈 앞의 남자는 마치 기다렸다는듯 이런 요구사항을 꺼내들고, 

나는 당황한 나머지 더듬더듬 되묻는다.

"그럼 대체 누구의....아니, 설마...."

"그래. 바로 그 설마라네."

"......욕은 나딕이 전부 먹으라는거군요."

"싫은가? 그렇다면 4성압도 나는 괜찮고."

이건 악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입술을 깨문다.

그러나 이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3성압, 특수옵션으로 메이드를 출시하겠습니다.

다만 시즌 2 개발이 그만큼 늦어지는 것은 양해해주십시오."

남자는 그럼 됐다는 듯이 손을 휘휘저어 나갈것을 종용한다.

그런 모욕적인 태도에 나는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지만, 조용히 뒷걸음질쳐서 방에서 나온다.

"3성압 특수옵션이라...하하. 개자식. 돈은 네가 벌고 욕은 내가 먹으라는 거군."

하지만 그렇다고 4성압을 낼 수는 없다. 만약 그랬다간 정말 파멸이다. 나와, 나의 회사인 나딕과, 나의 자식인 클로저스마저.

악역이 필요하다면, 나 외에 누가있을까. 

즉시 핸드폰을 꺼내 개발팀장에게 전화한다.

"개발팀장? 그래, 3성압 메이드, 특수옵션이다. 뭐? 미쳤냐고? 야 이새끼야. 나라고 하고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자세한건 가서 설명한다. 끊어."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고, 푸욱- 긴 한숨을 내쉰다.

쉬고 있을 시간이 없다. 클로저스를 위해.

"그래, 이 모든 것은..... 클로저스의 미래를 위해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