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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갤문학] 본격설정무시망상소설 6.

ㅇㅇ(118.223) 2016.01.31 03:33:43
조회 980 추천 21 댓글 6

1편


2편


3편


4편





 가끔 어린 아이들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있었다. 하다못해 실내화 멀리 던지기를 하다가 나뭇가지에 실내화가 걸려버린다던가. 그 시절의 나는 그런 시시한 일에 참 적극적으로 나섰다. 위상력을 조금만 사용하면 초등학교 운동장가에 서 있는 나무들은 별 장애물도 되지 못했으니까.


 그저 단순한 영웅심리는 아니었다. 그때만 해도 난 진심으로 클로저가 되고 싶었으니까. 위상력으로 착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의 차원종들을 물리치는 정의의 클로저. 모든 어린 아이들, 그 중에서도 남자 아이들이라면 다들 갖고 있는 꿈. 나 역시 그런 꿈을 갖고 있었다.


 그런 내게 조금이나마 컨트롤 할 수 있던 위상력으로 아이들을 돕는 건, 훌륭한 클로저라는 꿈을 위한 예행 연습이었다. 아무리 조그만 일이라도, 쌓고 쌓다 보면 위대한 클로저가 되는 밑거름이 될 거라 믿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봐도 그 때는 정말 순수했구나, 혹은 멍청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굳게 믿고, 또 실천했다.


 시시콜콜한 일에도 그렇게 열과 성을 다했으니, 더 큰 일을 그냥 지나치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특히 비교적 약자에 속하는 아이들이 괴롭힘을 당할 때면, 이거야 말로 클로저의 일!이라는 일념으로 끼어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일진이니 뭐니 해도 어디까지나 초등학생. 위상력을 직접 사용하는 건 당연히 큰일날 일이었고, 위상력을 가진 내 몸도 기껏해야 덩치 좀 큰 초등학생에게는 버틸 수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얻어 맞기만 했었다. 위상력이 깃든 몸이라고 해도 맞고서 성하진 못했지만, 외려 눈에 보이는 자랑스러운 훈장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돌아오는 건 없었다.


 어느샌가 이곳 저곳 나타나 끼어들던 내가 받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그래, 아까 단순한 영웅심리는 아니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영웅심리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영웅심리를 부추기던 아이들의 선망의 눈빛은 사라졌다. 잠시동안 고마움을 표시하긴 했지만, 이내 그 아이들의 눈빛마저 괜히 끼어들어 잘난 척 하는 재수 없는 놈을 보는 경멸의 눈빛으로 바뀌어 갔다.


 나도 바뀌어갔다. 어느샌가 손에는 PBP가 항상 들려있었고, 학교가 끝나면 컴퓨터 앞이 제일 편했다. 위상력 같은 특별한 힘도 있고, 머리도 알록달록하지만 게임 속에선 그런걸로 시비거는 사람이 없으니까. 차라리 온라인 게임처럼 다들 위상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었다.


 아니면 내가 위상력이 없으면 되겠다는 생각을 처음 한 건 초등학교 고학년 때 쯤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미 각성한 위상력을 버릴 수도 없었고, 결국 외모만이라도 다른 애들처럼 바꾸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머리도, 눈도 검은색으로 바꿨다. 염색과 서클렌즈의 힘을 빌어서.


 그렇게 모든 걸 포기하고, 모든 걸 버렸다. 그러자 아이들도 나를 버렸다. 나를 좋게 보던 아이들도, 나를 싫어하던 아이들도. 양쪽에서 버려졌지만, 마음은 편했다. 그 유명한 시집도 하나 있잖은가. 무소유라고. 모든 것에서 벗어나 게임 속에서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어머니로부터 강남의 신강고등학교로 가는게 어떻겠냐는 말을 들을 때에도 군말없이 나는 좋다고 답했다. 마지막 남은 옛 굴레로부터 벗어날 좋은 기회였으니까. 내 초중학교 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들 까지 버린다면, 이제 진정한 무소유를 실천할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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