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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갤문학] 되돌리다 -2-모바일에서 작성

WhiteMap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2.27 03:17:50
조회 826 추천 25 댓글 6



화창한 오후, 검은양 팀의 동아리실은 평소와 다르게 조용하다. 그리고 4명의 시선이 1명에게 고정되어 있다는 것도 평소와는 다른 점이랄까. 정작 그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주인공, 이세하는 별 생각없이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명상하는 중이었다. 물론 그 모습이 다른 팀원들에겐 생소하고 낯설었지만.


"저기, 저 사람 세하 형이 맞긴 맞는거죠...?"

"듣기론 절반만 차원종이 되었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우릴 덮치진 않겠지...?"

"걱정하지마. 저 목걸이가 동생의 위상력을 제한하고 있어. 무엇보다 인간의 마음도 남아있다고 했으니, 우릴 해치진 않을거야."

"그렇지만 그 때 미스틸과 유리, 제이 씨는...!!"


순간 한 목소리가 동아리실 내에 울려퍼진다. 그러자 시선의 대상이 그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옮겨졌다. 물론 어느 새 눈을 뜬 세하도 그 목소리의 주인, 이슬비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정작 본인은 그럴 생각이 없었는지, 당황하며 목소리를 다시 낮추고 말을 이어갔다.


"이세하, 그 때 너는 분명 우리를 공격했어. 인간의 감정이 남아있었다면, 애초에 우리와 싸우지 말았어야 하는거 아니야? 네가 아무리 반은 인간이라 하더라도 미스틸과 유리, 그리고 제이 씨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그 사실이 있는 이상, 나는 널 팀원으로서 신용할 수 없어."

"웃기는군. 먼저 차원종을 섬멸하겠다면서 비트를 날려대던게 누구였지?"

"그...그건...."

"그리고 한 가지 더. 내가 살의를 가지고 너희들을 공격한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고작 중상에 그쳤잖아? 난 분명 죽일 생각이었는데 말이지."

".....그건 맞는 말이야. 난 분명 대장을 밀치고 공격을 받았을 때, 틀림없이 죽을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생각보다는 상처가 심하진 않더군. 엄청 아프긴 했지만 말이지."

"저도....세하 형에게 목을 잡혔을 땐 틀림없이 죽을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살아있는걸요."

"알겠으면 그 이상 입을 놀리지 마라, 이슬비. 그리고 네가 나를 신용할 수 있건 없건, 그건 내가 알 바 아니다. 정 내가 싫다면 그 잘난 리더의 권한으로 날 작전에서 제외시키면 되지 않나?"


차가운 한 마디를 끝으로 세하는 다시 눈을 감고 명상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끌어안으며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당황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야했다. 물론 검은양팀 내에서 그런 일을 할 사람은 1명밖에 없었다.


"뭐, 뭐냐! 갑자기 뒤에서 끌어안고는!"

"그치만, 세하는 이러면 얼굴이 빨개지면서 좋아했는데?"

"누, 누가 좋아했다는 거냐! 그저 갑자기 그러니까 당황스러워서...!!"

"아, 얼굴 빨개졌다."

"뭣...!"


자신도 모르게 붉게 달아오른 얼굴에 세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있었다. 뭐라 변명하고 싶지만 마땅한 변명거리가 없자 세하는 고개를 숙여 붉어진 얼굴과 부끄러움을 감춰야했고, 그 모습은 인간 시절의 이세하와 별 다를 바가 없어보였다. 그리고 이 사실을 깨달은 제이는 무릎을 탁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이거야! 우리가 동생을 맡게 된 결정적인 이유!"

"결정적인....이유요?"

"지금 동생의 상태는 반은 인간, 반은 차원종이지. 정확하게 말하면 인간 시절의 부분이 무의식속에 잠들어있다고 생각하는게 맞아. 인간으로 되돌린다는건 그 무의식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낸다는걸 의미해. 그러기 위해선 최대한 자연스럽고 익숙한 환경, 우리 검은양 팀이 제격이란 말씀이지!"

"우와! 그래서 그걸 알면 뭐가 달라지는데요?"

"뭐가 달라지느냐! 그건....!"


제이는 여기서 말문이 막혀버렸다. 자신을 바라보는 4명의 시선, 특히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미스틸테인의 모습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인지, 제이는 헛기침을 몇 번 하며 다음에 말할 단어를 떠올리고 있었다. 물론 별 소득은 없었지만.


"크흠...! 아무래도 나이가 들더니 말재주가 없어진 모양이야. 그럼 내가 직접 보여줄테니 잘 보라고."


말을 마친 제이는 성큼성큼 세하가 서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몸을 풀며 다가가는 모습이 마치 싸움을 거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다. 세하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 제이는, 갑자기 그의 머리를 잡더니 헤드락을 거는게 아닌가.


"지....지금 뭐하는 짓이냐! 당장 놔라!"

"평소에 자주 당했으면서 왜 그래? 우리를 버리면서까지 차원종이 되려고 한 동생은, 벌이 좀 필요한거 같아서 말이야."

"이....이 자식이 지금...!!"

"그래서, 무슨 권유를 받은거지? 동생이 넘어갈정도면 꽤나 솔깃한 제안이었나봐? 뭐였는데 그래?"

"이....이것부터 좀 놓고 말해! 아프단 말이다!!"

"글쎄다, 풀려나고 싶으면 뭘 해야하는지 동생은 잘 알고 있을텐데? 내가 평소에 동생한테 헤드락을 왜 거는지를 알면 힌트를 얻을 수 있지."

"뭐....뭐라고....!! 그게 뭐였...!"


문득 세하는 떠올렸다. 제이가 평소에 헤드락을 걸 때는 바로 자신이 그를 아저씨라 부를 때였다는 걸. 그리고 그럴 때마다 자신은 제이가 정해준 말을 해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더럽고 치사한 조건이었지만, 점점 더 머리를 조여오는 고통에 세하는 결국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만다.


"죄송합니다, 제이 형! 용서해주십시오!"

"흠, 그렇게까지 부탁하면 어쩔 수 없지. 자, 풀어주마."


간신히 헤드락에서 벗어난 세하는 얼얼한 머리를 부여잡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자신을 보고있던 3명이 웃음을 터뜨리는게 아닌가.


"풉....푸훗! 이...이세하 너...."

"아하하하하! 세하 형, 너무 웃겨요!"

"뭐....뭐? 뭐가 웃기다는거냐!"

"아까까지만 해도 분위기 잡더니 \'죄송합니다, 제이 형! 용서해주십시오!\' 라니, 아하하하하하하!"


성대모사까지 하며 자신을 놀려대는 유리의 말을 끝으로 세하는 자신이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머리 끝까지 화가 난 그는 갑자기 제이의 멱살을 잡더니 순식간에 바닥에 내리꽂고는, 제이의 얼굴을 사정없이 발로 차기 시작했다






......면 좋았으련만, 세하는 그저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아니, 그럴 생각은 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건블레이드를 집어들고 멍청하게 웃고 있는 저 녀석들을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는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왜지? 대체 왜?


"왜냐면 말이다, 이게 바로 동생이 그토록 원했던거거든."

"뭐....라고?"

"동생은 항상 주변의 기대에 휩쓸려 노력을 인정받지 못했지. 누님, 그러니까 알파퀸의 아들이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야. 언제나 혼자였고, 게임을 도피처로 삼아 살아왔지. 그런 고독한 사람에게 필요한건 바로 이렇게 웃고 놀 수있는 친구들이라고. 알아 들어?"

"친구.....라고....?"

"방금 굉장히 화가 났지? 당장이라도 우리를 해칠 생각이었을거야. 그런데 말이지, 이렇게 우리가 동생을 놀려먹을 때마다 동생은 어떻게 했는지 기억해?"

"......."


기억을 더듬어 자신이 인간이었을 때를 회상한다. 그래, 가끔 있었다. 팀원들이 자신을 놀림거리로 만들어 웃으며 재밌어할 때가. 게임을 하다가 유정 누나한테 혼났을 때, 보스전에서 아깝게 죽어버린 탓에 의자에서 뒤로 자빠져 넘어졌을 때, 슬비의 과제노트를 몰래 훔쳐보려다 걸렸을 때. 그 때마다 자신은 방금과 다름없는 방향으로 웃음거리가 되었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웃고 있었다고. 동생은."

"......."

"머쓱한 표정으로 하지마, 하지마 하면서도 즐거운듯 미소짓곤 했지. 이런 평범한 일상 하나하나가, 동생이 그토록 바라던 생활이었다고 나는 생각해. 차원종이 되어서도 잊지 못할 소중한 것이라고. 동생은 어떻게 생각해?"


어린 나이에는 너무나 가혹했던 기대의 시선과 노력의 부정. 그 부담 속에서 자라나야했던 소년은 마음의 안식처가 필요했다. 게임? 나쁘지 않았다. 재밌고, 노력에 비례해 보상과 성취감이 따라오니까. 그러나 게임이 오랜 시간동안 자신을 채워왔던 고독함까지 메워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 고독함은 검은양 팀에 들어와서는 어느 새 말끔하게 사라져있었다. 자신의 게임기를 빼앗아가며 잔소리를 늘어놓는 이슬비, 먼저 다가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걸어주는 서유리, 언제나 자신을 잘 챙겨주고 격려해주는 제이, 자신을 잘 따르는 동생같은 미스틸테인까지. 겉으론 싫은 척, 귀찮은 척 했지만, 이런 생활이야말로 그가 진정으로 원하던 것이 아니었을까.


"......훗. 부정하진 못하겠군. 확실히 난 그런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세하는 생각을 마친 뒤 미소지으며 자신의 건블레이드가 놓여 있는 구석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건블레이드를 집어 들고는 팀원들을 향해 겨누었다. 잠시 흔들리던 그의 눈동자는 다시 공허하고 차가워져 있었고, 적의마저 느껴지는 눈빛에 검은양 팀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지금의 나는 달라. 이런 웃기지도 않는 친구놀이에 어울려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음 순간, 무전기에서 호출 신호가 내려왔다. 강남 일대에 차원종이 다수 출현했으니 출동 가능한 클로저는 즉시 출동하라는 내용이었다. 세하는 무전을 듣고는 혀를 차더니 건블레이드를 들고 동아리실을 나섰고, 동아리실엔 또다시 조용한 공기가 맴돌았다.


"쩝....역시 이 정도로는 안 되나."

"아니에요, 제이 씨. 효과는 있었어요."

"그래요. 한 순간이었지만 예전 세하 형의 모습이 보였다구요!"

"아저씨, 완~전 멋있었다고요! 다시 봤다니까요?"

"크흠!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라니깐. 일단 동생에 대해서는 다음에 생각하고, 우리도 얼른 출동하자!"


장비를 챙기고 동아리실을 나서는 검은양 팀의 얼굴엔 희망이 가득해보였다. 언젠가는 세하를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그런 희망이. 그러나 그것이 헛된 희망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뭔가 광휘세하를 겉은 냉정하지만 속은 애같은 그런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원래 세하가 그런 놈이기도 하고. 잘 쓰지는 못해도 그런 점은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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