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날은 어두워 모두가 저마다의 품으로 돌아가거나 그렇지 못한 자들은 자신을 돌려보내지 못하는 현실에 굴복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의 어느 한 사무실.

굳게 입을 다문 한 남자와 그런 남자를 망연자실한 눈으로 바라보는 여러명의 무리가 있었다.

사무실의 시계만이 재깍 거리면서 자신의 본분을 다할 뿐 아무도 감히 움직이지 못할 만큼의 중압감. "큼큼" 하는거라곤 쉬는 시간마다 담배나 펴대는 막내 사무원의

눈치없는 헛기침으로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롤백해."

굳은 표정의 남자는 덤덤한 말투로 이야기를 했으나 돌아오는 반응은 말이지. 절반의 술렁이는 이들과 절반의 복잡한 표정을 띄우는 이들.

그리고 분노가 당장이라도 혈관을 뚫고 자유를 찾아 공기와 접촉할것 같은 표정을 지닌 이도 있었다.

그중 지금 방금 설명한 것 처럼 좀처럼 보기 힘든... 이마에 힘줄이란 만화같은 표현법을 인체의 신비로 보여주며 씩씩거리던 남자가 뒤를 한번 노려보더니.

"미친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야??"

생각보다 가벼운 어투로 그런 말을 했다. 보기보다 자기 제어가 잘되는 사람인가 보다.

음 취소 그 남자의 손은 무겁게 주먹을 꽈악 하고 쥐었다가 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보이는 만큼 자기제어가 힘든 사람인가 보다.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보기보다 가벼웠지만 주변의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대다수의 침묵한 이들 중 남자의 말에 유독 어깨를 움찔하는 이들이 몇명.

이 몇명이 지금의 사태를 만든거라 생각하면 우습지만. 이미 일어난 일을 어쩌겠는가. 짐승처럼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지.

"어. 니놈들이 싸질러 놓은걸 수습할면 지금 이 선택밖엔 없다."

굳은 표정의 남자는 여전히 덤덤하게 그런 설명을 하면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한눈에 보이는 사람이 넷 차량이 열둘 사람보다 차를 보기 쉬운 거리위에서

라이트를 킨 차량들은 알 수 없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고 남자의 5분 앞도 알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는 잘 모르겠다."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던 남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아무도 바라보지 않고 별이 숨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지금 그의 눈엔 아무것도 비추지 않았으며

그의 마음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힘겨운 인생 같으니라고.

"나름의 포부를 가지고 나와서 처음 길을 걸을땐 험난하지만 걸을만 했지, 우리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게임을 만들자고 힘을 모을땐 즐거웠고. 

물론 지금도 즐겁기야 하지만 힘들지 않다고는 말 못하겠다. 물론 내가 롤백을 강행하고 나면 패널티가 클거야 놈들이 날 가만히 둘리도 없고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 우린 이미 화려하게 말아먹었고 아마 앞으로도 화려하게 말아먹겠지 니놈들은 (이때 남자의 미간은 오히려 체념한듯 이완되었다.)

여전히 했던 실수를 또할 거고 나는 그걸 어찌할 방도가 없어. 그렇다면 지금 터진걸 무마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쓸 수밖에 없잖아."

이미 모든걸 내려놨다는 투의 남자의 말에 분노가 역력했던 남자도 오히려 안면 근육에 평안을 주기 시작했다.

"하긴 시바 또 실수 하겠지" 그는 뒤돌아서 걷다가 잠시 멈춰 몇명에게 눈짓을 하였고 눈짓을 받은 두세명이 그의 뒤를 따랐다.

8월의 하루가 길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