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이재현 기자] “제가 지금 인터뷰를 해도 될까요?”

두산의 김강률(30)은 인터뷰 요청에 꽤 민망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 잘하는 것도 아닌데”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물론 그럴 만한 사정은 있다. 김강률은 지난 시즌 후반기 두산의 필승 마무리 투수로 발돋움하며 2017년을 생애 최고의 한 해로 만들었다.

그동안 크고 작은 부상 앞에서 번번이 좌절했던바, 70경기(89이닝)에서 7승 2패 12홀드 7세이브, 평균자책점 3.44라는 첫 풀타임 성적표가 무척 소중했다. 하지만 만족은 없었다. 만 29세 늦은 나이에 전성기를 맞이한 만큼, 새 시즌 각오가 남달랐다.

마음과는 달리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지난달 11일까지 5세이브를 챙겼지만, 평균자책점은 10.38에 달했다. 결국 김강률은 지난 12일 1군에서 말소되기에 이르렀다. 답답한 시간만이 흘렀다. 어깨가 조금 불편했지만 특별한 부상도 없었기에 부진의 원인을 찾기가 힘들었다. 대신 2군에 머무는 기간, 야구와 잠시 떨어져 자신을 되돌아보는 데 집중했다.

김강률은 “사실 한 가지 문제가 아니고 복합적인 문제가 겹쳐 부진했다. 쉽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전체적인 밸런스의 문제였다. 밸런스가 흐트러지니 제구와 구위가 동시에 무너졌다. 2군에 머물면서 ‘언제부터 내가 간판스타였다고, 부담을 가지는가’라고 수차례 다짐하며 마음을 비웠다”라고 설명했다.

‘마음 비우기’가 통했던 것일까. 김강률은 최근 3경기(2⅔이닝)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조금씩 예전의 구위를 되찾아 가는 중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김)강률이가 조금씩 감각을 찾아가는 것 같다”라고 호평을 내렸다.

그러나 김강률은 손사래를 치며 “4실점을 기록했던 경기도 수차례였다. 당시 구단과 팬들이 얼마나 답답해했을지 가늠조차 안 된다. 여기서 더 내려갈 곳이 없으니, 나아 보이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김강률이 2군에 머무는 동안 두산은 함덕주, 곽빈 등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로 필승조를 꾸렸다. 특히 ‘임시 마무리’를 맡은 함덕주는 잦은 등판으로 힘겨워하는 모습도 노출한 바 있다. 이를 지켜본 김강률은 젊은 선수들의 분전이 대견하기도 하면서 짠했다. 나아가 강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젊은 친구들이 묵묵히 던져주는 것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았어요. 이제는 저도 투수진 중고참으로서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요. ‘슬로 스타터니 괜찮다’라는 위로도 들었는데 언제까지 후반기에만 야구할 수는 없잖아요. 제가 극복해야 할 숙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