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4년 대학입학을 위해 서울로 상경했다.

'~ 겨' 가 사투리라는 것을 안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다른 학교 여대생들과 과팅이 잡혔다.

장소는 신촌... 5대5 미팅. 뭐 그럭저럭 분위기 좋게

술자리를 이어가고 파트너가 정해지고

그녀와 단둘이 신촌에 한 술집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나와 공통점이 많았다. 영화와 야구를 좋아하고

녹차라떼를 좋아한다는 점이 비슷했다.

사실 녹차라떼는 마셔본적도 없었다.

시간이 흘러 막차 시간이 다가와서 버스정류장 쪽까지

같이 걸었다. 번호를 자연스레 교환하고 그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리 예쁘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이뻐보였다.

그리고 샴푸냄새가 너무 좋았다.

계속 연락을 한 지 2주. 같이 야구를 보러갔다.

분위기는 다 잡힌 상태, 고백만 하면 되는 상황.

두산이 이기면 고백하려 했다.

결과는 두산 승. 압도적인 승.

하지만 고백하지 못했다.

다섯 번의 만남동안 느낀 그녀의 부끄러운 듯한 홍조를 띤

옅은 웃음, 배려심 가득한 행동, 내 눈을 바라봐 주던

사슴같은 눈망울은 온데간데 없는 전형적인 술취한

어저씨처럼 삼진먹거나 아웃된 선수에게 쌍욕을...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고 입에선 육두문자가 난무했다.

경기가 끝나고 고백을 못하고 돌아온 집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생각이 많았던 밤이었다.

아 글쓰기 귀찮네... 결국 다음날 그녀가 고백해서 사귀었고

지금은 저녁밥 하는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