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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닥(?)(닥마??) 망상글 난 마스터가 아픈게 좋더랔ㅋㅋㅋㅋ

ㅇㅇ(130.243) 2012.03.19 02:43:45
조회 1928 추천 8 댓글 7

한참을 책상 위에 엎드려 누워있던 마스터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는 여전히 두 눈을 꼭 감은 채, 아주 조심스러운 태도로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되도록이면 몸에 조그만 충격도 가지 않도록 하려 애쓰며, 손을 더듬어 책장을 하나씩 짚어가며 느릿느릿 문가로 걸어갔다. 닥터가 벌레 같은 녀석들을 구해주러 타디스에 자신만 남겨놓고 나가버려서 성가시게 굴거나 싸움을 걸 상대도 없는 날이면 마스터는 늘 얌전하게 도서관으로 돌아와 한가하게 책장이나 넘기며 닥터가 돌아오면 어떻게 싸움을 걸까 하고 곰곰이 생각에 잠기곤 했었다. 오늘도 꼭 그런 날이어서, 그는 이틀째 돌아오지 않는 닥터를 괴롭혀줄 방법을 구상하러 아침부터 내내 도서관에 앉아 관심도 없는 책들을 이것 저것 들춰보는 중이었다. 하지만 반 시간쯤 전부터, 머릿속의 북 소리가 너무 심하게 울리기 시작했고, 저절로 가라앉기를 바라며 조용히 엎드려 보기도 했지만 북 소리는 나아지기는커녕 더 심하게 울려댔다.


그건 그냥 소리가 아니라, 머릿속을 고통스럽게 뒤흔드는 울림이었다. 탁 탁 탁 탁. 네 박자에 맞추어 울리는 소리는 마치 누군가가 뜨겁게 달군 톱날로 두개골을 사납게 긁어내는 것처럼 아팠다. 타임로드라 해도 닥터에게 못되게 구는 인물이라는 걸 인식해서인지 타디스는 닥터의 명령에 따라 타디스의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 외에도 마스터에게 갖가지 제약을 걸며 조금도 협조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마스터는 북 소리로 인한 통증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 도서관의 불을 끄는 것 같은 일도 직접 해야만 했다.


스위치까지는 책장 열두 개를 건너가야 하는데, 그는 여덟 개째에서 결국 주저앉고 말았다. 북 소리는 점점 커지고 사나워져서 이젠 불이 켜져 있는지 꺼져있는지 조차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책장에 등을 기대고 앉아 무릎에 고개를 묻었지만 그는 마치 타디스 전체가 심하게 흔들릴 때처럼 어지럽다고 느꼈다. 탁 탁 탁 탁. 마스터는 어지러움이 좀 나아질까 하는 부질없는 기대를 하며 천천히 도서관 바닥에 웅크려 누웠다. 어지러움도, 북 소리의 날카로움도, 울림과 통증 그 무엇 하나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지만 이젠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어지간한 정도라면 심장 박동에 맞추어 북소리를 가라앉힐 수 있었지만 이렇게 심하게 울리는 날이면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꼼짝 않고 바닥에 누워 머리를 감싸 쥐고, 두 눈을 꼭 감은 채 제발 이 고통이 끝나기만을 바라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힘이 들어간 손가락 마디 마디가 새하얗게 되다 못해 손목과 팔목이 저릿해졌지만 그는 머릿속을 뒤흔드는 끔찍한 고통 외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그의 감은 눈에서는 눈물이 천천히 흘렀고, 내뱉는 숨에는 신음이 절로 배어 나왔지만 마스터는 북 소리가 주는 고통 외에는 아무것도 자각할 수 없었다. 그는 입술을 꾹 깨물며 속으로 거듭 거듭 ‘제발’이라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거의 나흘 만에 타디스로 돌아온 닥터는 우선 타디스를 타임 볼텍스의 어딘가를 계속 떠돌게 설정해두고는 왠지 피곤하다는 생각에 조종실 바닥에 드러누웠다. 마스터를 타디스에 데리고 다닌 지도 벌써 몇 개월째였다. 하지만 그들은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나눈 적이 없었다. 마스터는 타디스로부터도 환영 받질 못해서 마스터는 도서관과 수영장, 그리고 닥터의 타이름 끝에 타디스가 마스터에게 마지못해 내준 침실을 제외하고는 아무데도 들어갈 수가 없었다. 타임로드들은 인간에 비하면 수면이나 식사는 별로 필요로 하지 않았지만 아주 잠을 자지 않거나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타디스가 마스터에게 부엌 출입을 허락해주지 않는 건 상당히 심술궂은 행동이었다. 어쩌면 그녀가 식칼 등의 조리도구가 마스터의 손에 들어가는 걸 원하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고 닥터는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뒤였다. 왜냐하면 다른 방들과는 달리 부엌만큼은 닥터와 동행하더라도 마스터는 들어갈 수가 없었으니까.


부엌 문제를 떠올리자, 닥터는 자신이 타디스로 돌아오는 게 예상보다 두 배나 더 걸렸기 때문에 마스터가 배가 고플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그는 이틀이면 족히 돌아올 수 있을 일이라 생각해서 –실제로 가보니 상황은 생각보다 더 나빴었지만- 마스터에게 적당히 샌드위치 두 조각만 주고 나갔던 것이다. 매번 시비를 걸어오며 싸움 거리를 만들려 안달하는 상대이긴 하지만, 우주에 딱 하나 남은 동족인데다가 어린 시절의 일도 있고 한 걸 생각하면 닥터는 그를 돌보지 않고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게다가, 예전에는 자신이 훨씬 심한 짓도 너무나 많이 했기 때문에 솔직히 마스터가 자신을 괴롭히려 하는 걸 불평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닌 것 같았다. 정말이지, 자신이 그를 블랙홀에 집어 던져버려서 마스터가 재생성을 6번이나 낭비했어야 했던 그 일은 지금 생각해도…….


어차피 마스터가 직접 제 발로 와서 배가 고프다고 말할 리도 없고, 뭘 먹겠냐고 묻는다고 해서 그래 좋아 라고 대답할 리도 없기 때문에 닥터는 처음부터 부엌으로 향했다. 사실 마스터의 음식 취향을 잘 모르기 때문에 닥터는 언제나 너무 달거나, 시거나, 맵거나, 짜지 않은 안전한 메뉴들을 선택했다. 물론 오이와 토마토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는 건 눈치채고 있었다. 그게 들어간 건 먹지 않거나, 접시 가장자리에 남겨두었으니까. 하지만 어떤 것들은 정말이지 애매했다. 예를 들면, 빨간 파프리카는 먹는 것 같았지만 노란 파프리카는 먹지 않았다. 이런 때에는 닥터는 단지 그날 마스터가 파프리카를 먹을 기분이 들지 않았던 것뿐인지 아니면 맛의 차이가 없다 해도 색깔 가지고 편식을 하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닥터는 이 참에 파프리카의 문제를 확실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황색 파프리카를 집어 들었다. 양파는 좋아하는 것 같고, 소시지도 그럭저럭 먹는 것 같았다. 20분도 지나지 않아 닥터는 소시지와 야채 볶음이 담긴 접시를 한 손에 들고 천천히 마스터의 방으로 향했다. 19세기 독일에서 친절한 인간에게 배운 요리였다. 


타디스는 마스터의 사생활 같은 건 조금도 존중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마스터의 방은 방문이 없었다. 처음에 마스터는 그걸 굉장히 짜증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그 침실을 사용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가끔씩 닥터는 마스터가 할 일 없이 지루해서인지 한참을 침대에서 꼼짝도 안 하고 누워있는 걸 본 적이 있었다. 마스터의 방은 비어있었다. 차라리 그게 나았다. 보는 앞에서 식사를 가져다 주면, 그건 또 그것대로 강아지를 키우는 기분은 어떠냐며 빈정 상해했을 테니. 닥터는 침대 옆 작은 테이블에 음식 접시를 내려놓고는 방에서 나왔다. 그 역시 조금 피곤한 기분이 들어서 방에 가서 잘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역시 도서관에서 수영이나 하며 32세기의 간행물을 마저 읽고 싶었다. 








**나머지는 지금 계속 쓰는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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