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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쏜글 (기승전 물라)모바일에서 작성

농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12.29 01:23:50
조회 578 추천 16 댓글 2


들판은 완연한 봄이었으나 그것이 우리의 봄은 아니었다. 완연한, 얼음을 녹인 봄이였지만 근처에 다가갈 수 조차 없었다. 이 계절은 네것도 내것도 아니었으나 부정할 수 없는 시간의 산물 이었다. 겨울은 매섭게 찼다. 들판에게 일말의 생명도 허락하지않았다. 그러나 봄도 다를 바 없었다. 시퍼런  봄은 겨울보다 매서웠으며, 동행하는 햇살이 풀뿌리를 찔렀다. 창에찔린 화초들은 너 나 할것없이 다 같은 소리를 내었다.
                                            
들판에 왔던 봄은 가면을 벗어던지고 숨겼던 혀를 날름거렸다. 갈라진 혀끝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 하여 눈을  질끈 감는것이다. 녹음에 퍼진 독은 동물의 목구멍을 찔렀다. 서로를 흉내내며 멍청한 웃음을 흘리다 거울을 보고 자지러졌다. 의미없는 성장의 연속이었다. 비정상적으로 자란 줄기가 벌써 무릎께를 간지럽혔다. 닿은 곳 마저도 쓰려왔다. 들판은 푸르게 물들었다. 되려  하늘이 초록으로 번져가는것 같았다. 대지는 모조리 청색증에 걸린양  시리게 빛났다. 병은 이것으로 한달째였다. 수많은 밤이 지나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시체가 썩어가는 자리에 매캐한 향이나는 꽃이 피어났다. 한참전에 눈이 뒤집힌 동물들은 그를 뜯고 쉴새없이 뼈에 입을맞췄다. 비어있는 위장이 아우성을 쳤으나 오렌지빛으로 바래버린 고깃덩이를 보며 입맛만 다시고 말았다.

모두가 주객이 전도된 들판앞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이미 들판은 그들의 것이 아니었다. 짐승의왕은 더이상 왕이 아니었다. 무너진 임금이 가만히 갈기를 떨었다. 용맹했던 나날들은 저물고 희망은 비누거품과 다를 바 없었다. 기도를 올리려 바라본 하늘에는 비어버린 별자리 뿐이었다.

동물들의 분노는 대상이 없이 커져만 갔다. 갈곳잃은 애통이 휘몰아쳤다. 싸늘한 초원은 일방적인 감정이 쌓여 눈보라가 되었다. 돌아온 봄에 짐승들은 이미 겨울을 토해냈다.

각자 자기들의 언어로 목이 닳도록 외쳐댔다. 식어버린 들판의 어딘가에서 원망이 시작되었다. 저주가 내렸다. 살육과 피가 낭자한 이곳에 결국 죽음이 닿았구나. 툭,툭 불거져나오는 말이 분노의 촛점을 밝혀냈다. 타들어가던 심장에 드디어 불씨가 번졌다. 임금은 가만히 번져가는 불을 내려다보았다. 저 멀리 강가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더이상 잃을것이 없던 짐승들의 머릿속은 이성에게 내어줄 자리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의 목구멍에는 생존을 위한 양분이 아닌 이유가 차올랐다. 비난과 애통이 끈적하게 덩어리져 각자의 숨통을 꽉 죄었다. 그들은 곧 그것을 게워낼 것이다. 날카로운 손톱과 이빨이 물증이 되어, 두려움에 찬 으르렁거림이 심증이되어 임금은 죄인이 되었다.
                                
수많은 눈이 끼리끼리 입을 맞췄다. 비어있는 위장이 아니라 비어있는 욕망에 태울 제물이 되어 대신 피를 흘리고 고통스러울것이다. 저주라는 말에 녹음에 퍼진 열대를 담아 비가 내렸다. 이 비는 살점과 뼈를 깎아내갈 것 이다. 공포로 발끝이 딱딱하게 굳었다.

홀로 작은 수조속에 잠겨가는 것같았다. 매캐한 시체꽃 가운데 고고히 미움의 꽃이 열매를 맺었다.

거대한 민중의 심판앞에 임금은 백치가 되어 굳어있었다. 분노앞에 섭리는 죄악이라는 이름으로 심판을 기다렸다. 과거가 양분이 되어 초라한 네발이 초원에 뿌리를 내린듯 움직이지 못했다. 끝이 정해진 경주에 낙오자가 되어 초원을 내달렸다. 임금이 앉았던 자리에 꺾여있는 풀은 부서진 왕관의 파편이 되었다.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흠칫 눈을 떴다. 환청은 부른 이도 불러진 이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해도 뜨지않은 이른 네시였다. 짐승의 발자국이 걸음마다 쥐죽은듯이 고요한 대지를 울렸다. 공포와 두려움이 낭떠러지에 왕을 패대기쳤다. 검게 깊어진 마음에는 가본적 없는 곳에 대한 그리움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왕관을 잃은 짐승은 부러진 손톱과 갈기갈기 뜯긴 털을 이끌고 물가로 나아갔다. 이제는 이 죽은 땅을 헤매이지 않으리라.

쓰라려도, 내 몸이 다 녹아도
한걸음 앞발을 내딛는다

이제는 사막을 헤매이지않으리
이몸은 이미넘실대는 물가에

다시는 이곳의 풀을 뜯지않으리
별이 빠져죽은 물가에

물을 건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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