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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이응(223.62) 2015.10.20 03:52:14
조회 467 추천 16 댓글 1

작년에 앨범 발매 하루 전이었나? 낯선열대 뮤비 나오고
삘받아서 휘걀겼던 기억이 나네
제목 이상기후로 한 삼부작 정도로 생각하고 쓴건데 이거 다음편 중반정도 쓰니까 진도 안나가고 미루던게 벌써 지금까지 와버림ㅋㅋㅋㅋㅋㅋ

그냥 가볍게 봐줘~ 지금 내가 봐도 막 잘쓴건 아니지만... 일종의 팬아트 같은건데 내가 그림은 못그려서 이런거라도..







너는 지금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있다.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 있지만, 너는 창밖으로 보이는 모습에 만족한다. 지하철에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밝음이었다. 이 세계는 점점 밝아지고 있다. 너가 살 수 있는 어둠은 점차 사라지고 없다. 어둠은 빛이 없을 때에만 그 어둠을 유지할 수 있지만, 빛은 어둠 위에서도 자란다. 피어난다.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버스가 너의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의 너의 표정은 어두웠다. 아니, 언젠가 밝았던 적이 있던가? 추락하기 전? 그대를 따라 나서기 전? 

추락이라 함은 무엇인가. 추락이라 한 것은 누구인가. 정녕 그것은 추락이었던 건가. 너는 무엇을 위해 추락했나. 그 추락을 위해 너는 무엇을 했으며, 추락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 

너는 매번 질문뿐인 물음들을 다시금 속으로 되뇌며 버스에서 내렸다. 치렁치렁한 너의 몸은 스스로 느끼기에도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너는 장신구들을, 화장을 멈출 수 없었다. 

눈 때문이었다. 다른 이의 눈, 눈빛. 비록 전혀 관계없는 타인일지라도 눈을 쳐다보면 쳐다볼수록 그 인간의 숨기고 싶은 기억까지 눈치채곤 했다. 그것은 너의 책임이자 의무이며, 너는 의도치 않게 늘 책임과 의무를 다하였다. 그 많은 기억들을, 나약한 너는 견딜 수 없었다. 너의 안에서 차츰차츰 기억들이 쌓여가면서, 너는 자연스럽게 인간을 더럽고 추악하다고 생각했다. 경멸과 멸시는 추락한 너를 향한 것이기도 했다. 너는 걷잡을 수 없이 쌓여가는 기억들을 너의 밖으로 버릴 수 없었기에 치장이라는 묘안을 생각해냈다.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시선. 답은 시선이었다. 눈을, 눈빛을,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면 된다. 그러기 위해 너는 치장으로 타인의 시선을, 타인의 관심을 끌었다. 눈이 아닌 다른 곳으로.



너가 바깥을 활보하고 다니기엔 너의 세상은 아직 밝았다. 너에게도 집이라는 게 존재했는데, 그저 길 따라 달 따라 걸으면 도착하곤 했기에 너는 기억하지 않았다.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매번 어딘가 정해져 있듯이 움직였다. 행동했고, 도착했다. 어차피 도착이란 건 너의 마음에 달렸더랬다. 

한낮에도 달은 존재했다. 그저 보이지 않을 뿐. 그 언젠가 낮에도 달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너는 아무도 관심 없어 하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하루에도 낮과 밤은 여러 번 반복되었으며, 그로 인해 하루, 한 달, 일 년과 같은 시간의 개념이 무너졌다. 너의 밤이, 너의 호흡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겼다. 시간이 무너졌고, 흐름이 무너졌고, 더는 안정적인 것이 없었다. 인간들의 입과 입 사이에서는 이상기후라는 말이 오르내리는 듯했으나 대부분 인간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적응해갔다. 균형이 흔들리는 것을 모두 원하지 않는 듯했다. 그 균형은 단지 표면적일 뿐, 오래가지 못했다.
 
그 후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너는 알고 싶지 않았던 너가 눈치챈 이상한 낌새의 오류 또한 눈치채버렸다. 인간들이 세워둔 하루라는 기준 안에서 낮과 밤이 돌아가며 반복되었던 것이 아니라, 밤에도 낮이 계속됐던 것이었다. 너의 밤에 오류가 생겼다. 오류라니. 믿을 수 없었던 너는 마치 너가 생각하는 인간들처럼 바깥을 활보하고 다녔다.
그 날의 너는 그 어느 때보다 미개했으며, 여태껏 너의 생에서 가장 크게 이성을 잃었던 날이었기에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기억하는 날이며, 동시에 잊고지냈던 기억의 한 부분을 떠올린 날이기도 하다. 앞으로 계속 기억해야 한다는 것도. 



추락. 
시초는 너와 나의 적도였던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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