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팁이 내쳐진 왕자였으면 좋겠다
나이 차이가 많은 형님인 지금 왕과는 어머니가 다른데, 형이 장자라는것 외에는 왕의 재목이 아니었고 스팁은 어질고 총명했기 때문에 어린 나이부터 견제를 받아야했던거
결국 아버지인 선왕이 돌아가신 뒤 천덕꾸러기로 지내다 영지 하나를 받아서 내쫓기듯 궁을 나가게 됨
그 영지라는 곳도 거리상으로는 궁에서 지척이지만 역모로 멸문한 반즈가의 땅이었음 즉 동생에게 역적의 땅을 준것임
그런데 이런 처사를 스팁이 감내하는 것은 단지 착하기만 해서가 아니었음
비록 저택은 불태우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잡목림이 들어선 땅은 원래 위치나 토질 등이 좋은 땅이었고 스팁은 성년임에도 네임이 없어 왕실에서도 반편이 취급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면 좋겠다
사실 지금 시대의 네임이라는 것은 운명의 상대를 알려주는 로맨틱함과는 거리가 멀었음
그런 네임은 거의 건국신화 수준의 아득한 옛날 일이었고 지금 네임이라는 것은 가문의 이름,즉 가문과 가문의 결합을 이야기하는 것이었음
그런데 네임이 없다는 것은 평생 결혼하지 못하거나 혹은 결혼할 상대가 아주 미천한 가문이라는 것이었음 그러니 제 아무리 영특한 알파였어도 스팁은 왕실에서 영향력을 가질수 없었음 후계가 끊어지는 것이 예정된 왕을 누가 세우려할까

스팁은 제 거처로 왕족뿐 아니라 평범한 귀족이라고 하기에도 소박한 -차마 저택이라 할수없는-집을 원했고 동생에게 악감정이 있던 왕은 넙죽 그 뜻을 받아들였음
집에 맞게 시종도 하인도 호위병의 규모도 대폭 줄어들었지만 스팁은 대신 운신의 자유를 얻었음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시장에 나가 손수 필요한 것을 사서 들어오는 삶은 형식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성정이었지만 제 반려를 찾기 위한 것이기도 했음
어릴적부터 건강을 챙겨준 왕실의사 어스킨 박사만 알고 있지만 스팁에게도 네임이 있었음 아니 정확하게는 네임일거라 추정만 하는 것이었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불에 데인듯 뜨거운 그 느낌은 책에서 본 네임이 생기는 감각과 똑같았음
그래서 스팁은 자신의 상대가 평민 이하의 신분이라 생각했고 반려를 만나기 위해 신분을 감추고 마을을 돌아다니는 것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