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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봉빨 소냐여사 후기

beth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11.11 18:08:33
조회 25306 추천 163 댓글 150








*들어가며*
지난 2-3년 내내 갤에서 후기 떡밥을 너무나 감사하게 처묵 했던 쇟이었기에,
이제서야 조금이나마 그 수많은 갤러들에게 보은 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길 바라며
혼자서만 먹튀하기엔 너무나도 소중했던 소냐 여사 후기를 고고씡 할께!

이번 봉빨 원정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로 자신있게 꼽을 수 있는 축복의 나날들이었규.
봉빨 내내 쇟의 마음속엔 단 하나의 의문이 언제나 떠돌고 있었어.
‘나, 이렇게 행복해도 괜찮은 걸까?’
내가 뭘 해서 얻은 결실로서의 행복이 아니라,
그저 김연아 선수를 알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대체 이렇게 행복할 자격이 되는 것일까.
그 송구스러움만이 어떤 책무처럼 내 맘을 누르고 있었을뿐.
이 글을 쓰면서도 다시한번 김연아 선수에게 감사하고도 감사하다는 마음 뿐이긔..

아참. 이야기 들어가기 전에,
봉빨 원정때 온몸으로 절절히 절감했던 옛성현의 명언을 상기해야겠쒀.
‘공호가 진릐다.’
평소에 밥공기의 쌀 한톨도 싹싹 긁어먹는
보리고개 마인드 충만한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숙소를 공호로 질렀던, 정줄이 가출했기에 가능했던 그 결정이
두고두고 갸륵하고 대견할 지경이었긔.
횽들아. 이거 저거 다 필요없고
원정에선 공호가 진릐다.
진정. 힘 주어 말하는데,
앞으로 언제라도 원정의 축복을 누리게 되는자.
모니터 앞에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공호 부킹을 클릭하도록!

솔까말 내가 겪은 모든 일들이 가능했던 것은 오직,
공호에 묵었던 덕이거등.
실은 선수단이 묵는 노보텔을 부킹한다는걸
순전히 나의 판단착오로 스탭용 공호인 올씨즌으로 잘못 부킹을 했는데..
바로 나의 그 어리숙함이 결국 소냐여사횽을 뵙게 되는 기회를 제공했다는게
뒤돌아 생각해보면 참 묘할 따름이야.

좌우지간,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쌍팔년도 표현) 봉빨이 이윽고 다가왔고,
대략 3살이 되어가는 승냥이인 쇟은
아직 승냥이의 어엿한 모습이 되지 못한 신랑 -이하 준냥이로 칭함- 과 함께
기차를 타고 파리 북역에 도착하고, 베르씨에 도착하여 올씨즌에 무사히 체크인을 했어.
공호에서 기거를 한 덕에, 또 더군다나 두 공호가 구조적으로 거의 붙어있다시피 한 덕에,
일반인보다 스케이트 선수, 인사들의 비율이 더 많은 공간에서 꿈같은 4박 5일을 보냈긔.
첫날은 월리를 찾아라를 처음 보는 아이처럼
앗. 선수 누구닷. 앗. 코치 누구닷. 앗 아나운서 누구닷. 하며 촌티를 팍팍 냈는데..
며칠 지내다 보니 불감증이 생길 지경이더라구.
월리를 찾아라를 펼쳤는데 90프로가 월리인. 뭐 그런 느낌..?
인파를 뚫고 가려고 앞사람을 팔꿈치로 툭 치고 지나가면서 돌아보니
알고보니 쥬베르 선수. 뭐 이런 상황까지 왔으니..
당시엔 무감해지고 시크해지고 그랬었는데, 지금 돌이켜 보니 그게 가능했다는게 또 아득해지네.
엿국을 포함, 선수들은 정말 숱하게 보고 또 보고 그랬는데,
유독 여왕님만 마주치는 빈도수가 제일 낮았었던거 같아.
너무 그리워 하는 마음탓이었을까..
여왕님하는 아마 하루에 한 두세번 밖에 못뵜던거 같으다.
참, 물론 선수들도 선수들이었지만,
이번 봉빨에 소냐 비앙케티 여사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쇟은 소냐횽하도 이 호텔 어딘가에 묵고 계실까 라는 의문을 떨치지 못했고
어디에든 사람이 좀 모여있다 싶으면,
그당시까지는 얼굴도 잘 몰랐던 소냐 여사를 찾아보곤 했었어.
그런데, 프롤로그라 할 수 있는 사건이 프리날 아침 부터 시작돼.

프롤로그
프리하는 토요일 오전,
다소 늦잠을 자는 바람에 좀 덜 붐비는 시간에 아침을 먹으러 내려가게 되었거든.
자리 선택의 여지가 많아서 외려 다행이다 생각하고
텅 비어있던 긴 6인-8인용 테이블의 끝쪽에 앉아서
크롸쌍과 바게트를 집어와서 버터를 잔뜩 바르면서 탐욕스럽게 쳐묵 쳐묵 했었긔.
근데 워낙 긴 테이블이다 보니 비어있던 옆자리에 어떤 중년 부인과 몇몇 사람이 자리를 잡더라구.
준냥이와 쇟은 이에 아랑곳 않고 계속 하던 일에 집중을 했지.
간간히 주고받던 대화는 뭐..
이 빵에 햄을 끼워서 몰래 가방안에 숨겨서 싸가지고 나가면 점심값 굳히지 않을까.
아니다. 그렇게 없이 굴지 말자.. 기품있게 행동하자.
그럼 그냥 뱃속에 다 넣어가자. 좋은 생각이다. 등등.. 쳐묵 쳐묵..
근데 옆 사람들을 흘끗 보니,
그 근엄한 자태의 중년부인이 기자와 함께 조찬중에 인터뷰 같은걸 가볍게 하는것 같더라구.
인터뷰어는 미국인이 틀림없었고, 영어 액센트가 섞인 불어를 하면서 상대에 맞춰주고 있더라.
이 부인은 차분하지만 매우 힘 있는 어조로 뭔가를 피력하고 있었고,
인터뷰어가 오히려 호들갑스럽게 이 부인에게 굽신거리면서 요란한 제스츄어로 뭔가를 이야기 하고..
근데 문득. 소냐 비앙게티 여사가 떠오른거야.
왜인지 모르겟는데. 아놔 하필 그때 그냥 나도 모르게 준냥이에게 말을 걸었는데,
쇟: ‘근데 이번에 소냐 여사도 오시는데, 지금 이 호텔에 있을까?’
준냥이도 실은 소냐 여사의 기사들은 모두 찾아 읽어본 상태거든.
준냥: ‘아 그 지난 월드 평 쓰면서 유나 칭찬했던 그분? 그 분도 오신댔어?’
쇟: ‘응. 틀림없이 이 호텔에 묵고 있을꺼 같아. 근데 내가 얼굴을 모르니 만나도 알아 볼리가 있나.’
잠시 여기서.. 준냥이는 한국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대화는 영어로 해야만 하거등..
하여간 이쯤 말을 하고 나서 준냥이의 표정이 뭔가 미묘하게 변하는거야.
그러면서 계속 눈동자를 옆쪽으로 희떡 희떡 하드라구..
쇟은 식사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진 준냥이를 보면서 한층 더 빠르게 빵들을 집어먹으면서
계속 소냐 여사 이야길 했거등..
소냐 여사 아들이 파비오 인데 이번 테크 레프리일꺼다. 블라블라
근데 준냥이가 갑자기 이제 배부르다면서 그만먹자고 채근을 하더라구..
몹시 불만스러웠지만 대충 자리를 치우고 금새 일어나 로비로 걸어나왔는데
준냥이가 내 등을 퍽퍽 치면서 ‘바보 바보’ 그러는거야..
알고보니!
준냥이가 옆눈으로 곁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다가 보니,
그 중년여성이 기자에게 어떤 책을 건내주고 펼쳐보이면서 뭔가 또 이야길 했는데,
그 책 표지의 저자가 ‘소니아 비앙케티’ 였다는거야.
그제서야 유심히 그 사람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비록 말은 못알아들어도 호칭은 들리잖아.
근데 마담 비앙케티.. 이렇게 부르는걸 들었다는거야.
OTL..
OTL..
OTL..
오나전 놀래서 순간 파노라믹 뷰로 내가 했던 말들을 마구 리와인드 하면서 기억해보았는데,
결코 뭐 안좋은 말 같은것을 하지 않았지만. –그럴 이유도 없고-
하필 소냐 여사를 바로 옆에 두고 소냐 여사를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이뭐병 아닌가효..!! OTL
ㅠ_ㅠ
이건 뭐 어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묘한 부끄러움에 사로잡혀서
이 촙팔림을 극복하기 위해 난 애써 밝은 목소리로 ..
‘아하하.. 그래도 이렇게 되어서 소냐 여사가 누군지 식별할 수 있게 되었다. 그치 그치?’
라고 말했거등.
그러자 시크한 준냥이의 한마디.
‘그분도 네 얼굴을 알아보시게 됬을꺼 같은데..’
OTL
이것이 하여간 프롤로그이고,
물론 인터뷰에 집중하신 여사께서 우리들의 비루한 영어대화를 전혀 귀담아 듣지 않으셨을 수도..
있다고 믿을래.
그 진위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그래도.. 설령 알아들으셨어도,
거의 여사에 대한 닥찬을 하다시피 했기때문에.. 그.. 큰..문제는 되지 않을..거라고 믿..
믿을래.
어쨋든 이리하여 소냐여사의 얼굴을 확실히 알게는 되었지!
그리고 이제 본 스토리.

본문
그럭저럭 외출 채비를 하고
로비에서 어슬렁 거리게 되었어.
쇟은 남싱과 페어의 전반부 티켓은 구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기 시작전까지 여유가 있었기에 여왕님께 조공할 인형들을 사야겠다고 계획 하고 있었숴.
프론트에 인형 구입할 가게의 위치를 물어보려고 어물쩡 거리고 있었는데,
소냐 비앙게티 여사가 로비 쪽으로 걸어 나오시는 거야!
물론 오전의 일로 부끄럽긴 했지만,
피겨계의 정화를 위해 투쟁하는 그분을 존경하기 때문에,
꼭 인사를 드리고 싶었고..
이렇게 원정와서 누군가에게 사인을 받는다면,
다른 외국 선수보다도 차라리 소냐 여사의 사인을 받으면 너무나도 소중할꺼 같드라구..
또 어떤 기자로 보이는 이와 대화를 하시기에 그 대화를 마칠때까지 조용히 기다렸었긔.
잠시 로비에서 가만히 서서 가방을 만지작 하시길래, 타이밍을 노려서 심호흡을 하고 다가갓쒀.
손에는 아나킨 횽이 제작한 승냥이와 연아 카드 묶음, 그리고 네임펜을 숨겨쥐고..
소냐여사 맞으시냐고 여쭙고
폐가 되지 않는다면 사인좀 받아도 되겠냐고 했지.
좀 놀라시드라구.
근데 포스가 워낙에 근엄해서 \'난 그런거 안한다\' 하실법도 해서
솔까 진짜 쫄았다.
뱃속이 막 얼음잔뜩 넣고 흔드는 칵테일 쉐이커 같았어..
완전 뱃속깊이부터 차갑고 막 미친듯이 떨렸는데
눈은 소냐 여사 시선과 꼭 마주치고
진정성 있게 차분하게 말하려고 진짜 최선의 노력을 했었음..
나 연아 팬이라고 밝히고,
‘연아 팬들은 연아를 통해서 피겨팬이 된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제 갓 팬이 되다보니 채점 시스템에 대한 변천사등에 대해서 온라인상으로 서로 배워가면서 토론도 하고 그런다.
이런 디스커션이나 디베이트에서 여사님의 글들이 자주 찾아지고, 우리에게 좋은 레퍼런스이다.
이렇게 만나게 되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
라고 최대한 또박 또박..말했어.
그러자, 강하디 강한 중년의 이태리 여성 특유의 근엄한 표정이 풀어지고 엄마 스러워지는게 느껴지드라구..!!!!
그래서 이제 싸인 받을 타이밍이다 하면서 꼭 쥐고 숨기고 있던 엽서를 들이대려는데,
\'그럼 내 책도 읽었니?\' 하시는거야!
나 완전 기절.. 어케어케 이거 시험이니.. 어카니...
고개 푹 숙였다가 얼굴 완전 빨개지면서
\'아직 당신 저서를 읽을 영광을 경험하지 못했다..\'
-한글로 쓰니 손나 오글인데, 공적인 자리에선 종종 쓰이는 공손한 표현으로 다소 문어체 스럽게 말한거였긔..-
라고 대답하고, 처분만 기다리는 맘으로 얼굴 활활 태욱고 잇었지.
그러자 나오는 대답이.
\'그래? 그럼 너 여기 있어봐. 내가 하나 갖다 주지뭐\'
\'*@(&#*^ㄲ*%&%&#*&)$(@#&(^&*@#^*&#%?????????????!!!!!!!!!\'

그래서 여사님이 굳이 에레베이타 타고 방에 까지 가서 책을 가져다 주시더라고..
이렇게 여사께서 방으로 가신 사이,
원정 승냥이 두분을 발견하고
쇟은 ‘저분, 소냐 여사. 헉. 소냐여사님이신데. 홀로롤ㄹ(*@#^(&%’  라고 방언을 하기 시작.
승냥이 두분도 깜놀하시면서 같이 로비에서 여사님을 기다려 줬쒀.

잠시후 여사님께서 내려오셔서 이쪽으로 다시 오셨어.
손에는 여사님의 저서 ‘Cracked Ice’ (금이가버린 빙상)을 한권 들고 계시고..
이건 뭐 황송함땜에 어쩔줄 몰라 하는 내게,
내 이름 물어봐주시고, 표지 속지에 사인 해주신후 건내주시더라. (속칭 레벨4 가산점+3사인! 엉엉)

그리고 ‘너 연아 팬이라고 했지?’
묻고는 하시는 말씀이
\'연아는 마블중의 마블이다.-첨에는 보석을 표현하신건가 헀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marvel (경이로움)을 말씀하신거 같드라. 현장에선 넘 떨어서 난 Marble이라 하신줄 알았거덩.
그녀는 점프도 완벽하고 스핀도 환상적이고, 풋워크도, 연기도.. 모든게 뛰어나다!
그녀의 테크닉은 최고이며, 예술성.. 아티스트리도 최고야!\' (second to none, beautiful, perfect, best 뭐 이런 단어들 계속 나옴.ㅋ)
라고 힘.주.어. 말씀하시면서 엄마미소를 띄셨어.
근데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갑자기 나도 막 덤벼들면서 대화를 이었는데,
-나 진짜 간이 배밖으로 나왔었나봐-
\'내가 피겨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전공이 예술쪽인 탓에, 사람 몸과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하는데, 어느날 연아의 경기를 보고 완전 매료되었었다.
인간의 몸의 움직임이 그렇게 아름답다는걸 그제서야 깨달았다.
연아의 상체 움직임이 척추에서부터 시작되는거,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모든 근육들의 플로우들..
그 아름다움을 보면서 피겨에 빠져버렸다.\'
라고 미친듯이 떠벌이고 있었는데, 내 마지막 문장이 끝나기 전에,
\'척추부터 시작된.. 움직임.. \'그 이야기에 바로 이어서 어택하신 소냐 여사의 한 말씀.
완전 한발짝 벌컥 다가오시면서
\'그거! 바로 그건 지금 현존하는 스케이터중에 (여싱이런거 없음 그냥 스케이터라 하심.) 연아 밖에 없다!\' (upper body movement가 얼마나 탁월한지 동의 하시면서 또 마구 칭찬..)
라며 더이상 동의 할 수 없다는 그 왜 확신에 찬 응수 있잖아. 그렇게 너무 너무 단호하게 말씀하시는거야!!

감격해서 막 정신줄이 가출하는 찰라에 간신히 제정신은 붙잡고 그 아나킨횽 작품인 공구 엽서 묶음을 꺼냈어.
그걸 보여드리면서
\'연아의 그 예술성은 또 한국에서 독특한 팬덤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쒀여.
젊은 아티스트나 디자이너나 뮤지션들이 연아 연기를 보고 감동 받아서 나름대로 팬아트로 공헌을 하는 자발적인 현상이 보인다..
이 엽서는 한 젊은 디자이너가 그린 일러스트이고, 절대 상업적인거 아니다.
그리고 내가 그린 그림은 지금 이 티셔츠의 일러스트이고..\'
-하면서 입고 있는 셔츠의 비루한 그림을 잘 보시라고 배를 들이밈-대체 뭔 생각으로ㅠ_ㅠ;;-
‘저에게 이렇게 귀한 선물을 주셔서 제가 드릴건 없고
이 팬아트라도 받아주셨으면 좋겠다\'
하면서 엽서를 드렸어.

그러자 정말 활짝 웃으시면서 ‘고맙구나!’ 하면서 받아주시는거..
엽서를 받으시고는 묶음을 풀으시고,
내용물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확인하시더라구.
그래서 여사님께,
요기 늑대같은 애가 팬을 상징하는건데,
연아가 하는거를 열씨뮈 열씨뮈 따라고 하고 있다고..
그랬더니 또 큰 미소 띄시면서 ‘오’. ‘아’. ‘브릴리언트 한데’
이렇게 응수하시면서
재밌어해주시더라!!! ㅠ_ㅜ
일단 바쁘실텐데 소냐여사를 계속 붙잡고 있기도 송구스러워서,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고.
정말 고맙다고.. 책 열심히 읽겠다고 그랬거든
근데!

갑자기 나를 끌어당기시더니, 양볼 비쥬를 해주시는거!!!!!

으악

날 울리시려나 이 여사님. 왜 이렇게.. 하악하악

뭐 핫튼 그러구 나서
정신줄 완전 안드로로 가고
옆에서 이 장면을 보신 승냥이 두분이 자세히 이야기 해달라고 하는걸
나가서. 나가서.. 라는 말만 반복하면서 일단 로비 밖으로 막 뛰쳐나왔거등.
근데 호텔 자동문 나오자 마자 코너로 뛰어가서
발을 와르르 구르면서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라고 괴성을 질렀어.
횽들아… 정말 뱃속에서부터 떨리던걸 너무 꾹꾹 참고 있어서 폭발 하기 직전이었거든
근데 막 소리 질렀더니 호텔 안엔 있다가 뒤늦게 따라나온 준냥이
\'너 소리 호텔 안에서 다 들렸거등. 사람들이 다 놀랐거등\'
이러는거야. OTL
\'헉. 소냐 여사도 들었을까?\' 하고 벌컥 물어봤더니
\'오프 코스!\' 라고 대답하며 나를 한심하게 내려다보는 준냥.ㅜ_ㅜ

주체할 수 없는 촙팔림을 가누지 못해 이 날 이후 공호를 떠나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했는데
엌케. 할수 없지. 어떻게 온 공호인데. 여길 어케 떠나.
그래서 그냥 철판 깔고 다니기로 했는데,
하여간 이 촙팔린 사건 이후로 난 소냐 여사를 한 7-8번은 더 마주쳤다는 슬픈 후일담.
아 그렇게 나중에 마주칠때에는 눈인사하는게 대부분이었는데
하여간 그래도 너무 챙피해서 마주칠때마다 난 얼굴이 토마토로 변신하고
그래도 그냥 꿋꿋하게 공호를 누비고 다니고...
뭐 그랬지..

에필로그
아마도 4일 내내 줄창 입고 다녔던 티셔츠 탓일까..
소냐 여사를 마주치게 되면 얼굴을 알아봐주시는 눈빛이셔서
조신한 승냥이로 거듭나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숴.
행여나 연아팬으로 연아에게 누를 끼칠까,
정줄 가출은 셀수도 없었는데, 그러다가도 앗. 매너 승냥이가 되어야해! 하면서
정줄을 힘껏 재부팅을 하고..

쇼트와 프리를 모두 관람하고 갈라가 남은 일요일.
로비로 내려가기 위해서 에레베이터를 탔어.
타기는 나 혼자 탔는데, 다른 외국인 승객도 두명이 더 탔고.
그 승객들중 한명은 분명하게 출입 패스를 목에 걸고 있었기에
기자이거나, 관계자가 틀림없었을거구..
근데 에레베이터가 도중에 한번 또 섰는데.
문이 딱 열리자.
아이고! 또 소냐 여사!!!!
내가 여왕님이었음, 세헤라자데로 순간 변신하거나, 본드걸로 변신하거나. 핫튼
다른 사람인척 변신이 됬을텐데..
이건 뭐 빼도박도 못하고 그 작은 에레베이타 안에서 바로 얼굴을 뵈었으니..
대략 토마토로 변신을 해가면서 목례로 인사를 드렸지.

미소로 답례 하신뒤에 문을 향해 돌아서시더라긔.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었는데
잠시 고개를 20도 정도 내쪽으로 돌리시더니,
나즈막한 목소리로
‘프리 경기까지 잘 봤니?’ 하시는 고야..
그래서 ‘네 잘봤어여.’ 했즤
여사횽: ‘연아경기 봐서 어땠니?’
쇟: ‘연아의 연기는 정말 감동적이어서 울뻔 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실제로 경기를 보고 나니,
이전까지 몰랐던 다른 선수들의 개성도 보이기 시작했고, 피겨가 더더욱 좋아지고 있어요.’
(빈말 아니긔. 나 연아 경기 외엔 다른 선수껀 절대 안 보던 잉여인데, 엘렌지도 넘 끌렸구, 아댄에 홀딱 빠져버렸걸랑..)
여사횽: ‘ ^---^’  살짝 고개를 끄덕하시면서 문쪽으로 다시 바라 보심.
에레베이타는 이제 곧 1층에 도착.
우리의 대화를 옆의 두 사람들도 들었을꺼 같고 쫌 부끄부끄 하긴 했는데..
이제 곧 내리니깐 괜춘해.. 라고 생각하고 이썻숴.
근데 갑자기 문득.
여사께서 조금 더 명료한 목소리로 마지막 질문을 하시는거야.
‘Are you happy?’
!!!!!!!!!!!!!!!!!!!!!!!!!!!!!!!

아.
그 심플한 질문..
그러나 정말 정말 봉빨의 기간내내 한순간도 떠나지않고 내 머리와 심장을 가득채워왔던 그것.
그건 몹시도 쉬운 질문이었는데,
단 한톨의 주저함도 없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었는데
그리고 실로 답변도 거의 반사적으로 바로 튀어나왔는데..
알 수 없는 전율같은것이 나의 목소리를 흔들었긔.
‘Yes!................... Indeed..!!!’

에레베이타 문이 열리고 앞서 나가시는 소냐 여사님.
미소를 머금고 잠시 눈을 마주쳐 주시고는
또 예의 당당한 걸음으로 로비를 빠져나가시더라긔.
난 왠지 자꾸 울것만 같은 기분이어서
이젠 뭐 정줄의 가출에 대해 체념한 상태로
한동안 로비 구석에 오롯이 서있었는데..

행복하다..

란 생각이 마구 벅차오르더라구.
아주 꼬꼬마때 이후로, 정말 너무나 오랫만에
벅차오르는 행복감을 의무적으로 불안감으로 눌러야 직성이 풀리던 어떤 기제도 없이
마음껏, 거침없이 무방비 상태로 행복했었쒀..

쿨럭 쿨럭..
아 이젠 현실로 돌아온지 오래되어서
이런 오글거리는 글 쓰기가 쉽지가 않네;;
이 후기는 꼭 올려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하마트면 현실 크리때문에 몰래 포기해버고 안썼을 뻔.. 했다.
소냐 여사와의 대화를 통해서,
또 그리고 현장의 곳곳에서,
많은 피겨 관계자들이 김연아 선수를 아껴주고 오서샘을 존중해주고 있는 느낌을 받았숴.
연아가 그동안 겪어온 고초와 난관을 돌이켜보면 지금도 내속이 다 헐어나가는 거처럼 속상한데..
이젠 연아의 빛을 알아보고 소중하게 지켜줄 사람들이
서서히 늘어가고 있는 것 같아..
어..어케 글을 마치나.
역시 마무리는 한줄 요약이 김왕장.

한줄요약: 연아를 실제로 보고 든 생각 하나 ‘생의 찬미’
한줄앙탈: 왜 자꾸 날 행복하게 만들어. 네가 행복해지라니깐~ ㅠ_ㅠ


*마치며*
원정때 아껴써도 모자랄 엽서 묶음을 푹 집어 저에게 건내주신 아나킨 횽 다시 한번 감사드리빈다.
정줄나가 방언이 터진 저에게 사람 말을 걸어주던 피버스 승냥이 두분, 로비에서 경기장에서 늘 밝게 인사하고 오랜친구처럼 대해주시던 승냥이 분들께도 만나서 반가왔다고.. 고맙다고 전해주고 싶... 근데 이렇게 글로 쓰니깐 좀 심하게 오글거리잖아..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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