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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나이트11.txt

묵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02.10 23: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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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서 들려오는 포성을 반주삼아 전함들은 춤추듯 바다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사람이 죽을거야 엘사"


어디서 구했는지는 몰라도 뿔투구를 머리에 쓴 올라프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항상 쾌활했던 평소와는 다르게 힘이 없었다.

엘사는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올라프의 나뭇가지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난 아렌델의 여왕이야 올라프, 우리 백성들을 지켜야 해."


"하지만 넌 상처받을거야"


"상처받지 않아. 난 이제 방안에서 두려워만하던 어린애가 아니야.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거야. 아렌델을 위해선 기꺼이 손에 피를 묻힐 수 있어."


"거짓말. 손이 떨리고 있잖아."


올라프가 엘사의 손을 양손으로 마주잡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말 속이기 힘든 친구야'

엘사는 미소지으며 올라프의 뿔투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난 괴물이 되지 않을거야."


엘사는 발을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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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스름한 빛이 바다를 가르며 퍼져나갔다.


--


"피해 상황은?"


"눈 괴물들 전원 침묵시켰습니다만 아군 전열함이 13척 침몰하고 5척이 대파했습니다."


치명적인 손실이었다. 빙벽을 부수기 위해 전열함을 전면에 배치한 것이 실책이었다.

연합군의 수뇌들이 모인 선실에서 부관의 보고를 들으며 간스는 참석자들의 눈치를 살폈다. 이 전쟁을 쉽게 생각한 머저리들은 겁에 질린 눈치였다.

'하긴 여왕의 마법이 이 정도일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겠지' 간스는 혀를 차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간스 왕자. 이래서야 제대로 된 전쟁을 할 수 있겠소? 우린 그 마녀가 그렇게 강할거라고는.."


머리가 벗겨진 뚱뚱한 장군이 불안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가 말을꺼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저기서 소리가 나왔다.

간스는 시끄러운 좌중을 진정시키며 부관에게 브리핑을 계속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인명 피해는 부상자 78명, 실종자 0명, 그리고.. 사망자 0명입니다."


"0명?"


예상치 못한 수치에 어리둥절하며 간스가 되물었다. 부관도 당혹스러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


"네, 부상자들도 대부분 탈출하다가 입은 부상이 대부분입니다. 가장 심한 부상이 골절입니다."


간스는 이 상황이 이해가 안됐다. 배가 무려 20척 가까이 침몰했는데 사망자가 없다고?


"정말 서던 아일랜드의 병사들은 대단하군요. 괜히 선봉을 맡은게 아닌가봅니다."


다른 왕국의 장군이 감탄하며 말했다.

간스는 그의 말에 얼떨결에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아닙니다. 운이 좋은거겠죠. 어찌됐든 사망자가 안나와서 다행이군요. 그럼 일단 회의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서던 아일랜드가 있어서 든든합니다."


한마디씩 하며 퇴실하는 장군들을 배웅하고 난 뒤 간스는 부관을 불렀다.


"그 부상자들 중에 가장 나중에 후퇴한 병사 아무나 좀 불러와"


잠시 후, 부관이 목발을 한 병사를 데리고 왔다.

예를 표하려는 병사를 제지하며 간스는 말했다.


"탈출하는 동안 무슨일이 있었는지 소상히 말해보거라"


"네 왕자님. 후열에 있는 함선으로 이동하기 전에 포격이 날라와서 배가 침몰하고 있는 와중이었습니다.

 여기저기서 포탄이 배를 박살내고 있었는데, 마침 저한테 포탄이 정면으로 날아들고 있어서 전 꼼짝없이 죽는줄 알고 눈을 감았습니다.

 그런데 멀쩡하길래 눈을 살짝 떳더니 눈 괴물, 아니 얼음 괴물이 팔로 저에게 날라온 포탄을 막아준 거였습니다. 그러더니 저를 움켜쥐고 포격을 

 가하고 있는 함선으로 냅다 던져버렸습니다. 이 부상은 함선에 떨어질 때 다리가 부러진 것이고요."


"그래. 말해줘서 고맙다. 몸조리 잘하고 푹 쉬도록 해"


'무슨 꿍꿍이인거지 엘사 여왕'

팔짱을 끼며 간스는 생각에 잠겼다. 

죽이고 싶지 않은 것인가, 아님 죽일 가치도 없다는 것인가.


"왕자님! 밖으로 나와보십시오!"


갑자기 병사 하나가 뛰어들어오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심상치 않은 느낌에 자리를 박차고 선실을 나온 간스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와 씨발, 이건 진짜 너무한거 아냐?"


간스는 정말 오랜만에 욕을 내뱉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정체불명의 파란 빛이 부서졌던 빙벽의 잔해들을 휘감으며 다시 일으켜세우고 있었다.

손 쓸틈도 없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빙벽은 저번과는 달리 높이는 낮았지만 진짜 성벽처럼 정교한 모습이었고,

그 위에 죽은줄 알았던 눈 괴물들이 다시 나타나 마치 대포처럼 보이는 얼음 조각을 배치하고 있었다.

'저거 설마 쏠 수 있는거야?'

멍하니 쳐다보던 간스는 그 모습이 꼴보기도 싫은지 인상을 있는대로 찌푸리며 선실로 들어갔다. 


"전군, 후퇴하라고 전해!"


의자에 난폭하게 몸을 파묻으며 간스는 명령했다.


--


주위는 어둑어둑했다.


"라푼젤!!"


얼마나 외쳤는지 목소리는 쉬어버려 엉망이었다.

혹사당한 목이 따끔따끔거렸다.


"괜찮아요?"


크리스토프가 다가와 수통을 건냈다. 

수통을 받으며 안나는 땅바닥에 풀썩 앉았다.

그 행동을 본 다른 병사들도 삼삼오오 모여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들 하루종일 계속된 수색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퉁퉁 부어버린 종아리를 손으로 두들기며 안나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도 아닌가봐요. 아렌델에는 왜 이리 산이 많은건지.."


"정말 감쪽같이 없어져버렸네요. 흔적을 찾을수가 없어요."


스벤에게 당근을 한입 주고 자기도 먹으려던 크리스토프는 안나의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스벤의 입에 당근을 밀어넣었다.


"스벤과의 우정이 참 보기 좋지만, 이제 당근은 좀 따로 먹어요 크리스토프."


"이게 습관이 되다 보니까.."


"당신하고 키스하는 내 입장도 생각해보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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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뚱한 표정과 낯부끄러운 말에 몸 둘바를 몰라하던 크리스토프는 하늘을 쳐다보며 애써 화제를 돌리기 위해 노력했다.


"안나, 하늘을 봐요. 오로라가 정말 이쁘네요."


"말돌리기는.."


그런 어색한 행동이 싫진 않은지 살풋 웃으며 안나도 고개를 젖혀 하늘을 바라보았다. 

장관이었다. 푸른빛의 오오라가 하늘거리며 밤하늘을 수놓았다. 

'언니의 드레스 같은걸..'


그러던 중 안나의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에렌델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서 자그마한 불빛이 보였다.


"저거!"


안나가 벌떡 일어나며 가리킨 곳으로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깜빡이던 불빛이 크기가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가요!"


크리스토프의 손을 낚아채며 안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로 울상인 병사들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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