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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렬 진인 비사 -2-
손님이 많이 찾는 객잔이나 주루는 어떠한 특징이 있는가
어떤 객잔은 음식맛이 일품이라 하고
다른 객잔은 유독 고색창연한 분위기가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고도 하고
어느 객잔은 점소이가 뛰어난 미모를 지닌 미인이라
근방의 젊은이부터 중년의 애아버지들까지 자주 찾아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고도 한다.
어딘가의 객잔은 무림인들도 감히 함부로 소란을 피울 수 없기에
많은 손님들이 안심하고 찾아 편안히 여장을 풀 수 있어 장사가 제법 잘되는 편이었다
거대문파가 보호해준다는 곳이나 친척이 관직에 있다는 소문이 있는 객잔이 그러하다.
무당산 자락 아래 작은 객잔은 무당의 전설인 도인의 발걸음이 잦았다 전해질 정도로 유명하여
도인의 등선 이후로도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그것은 도인이 이제 없음을 알아도 혼란중의 세상에서 한줄기 위안을 찾으려 함이리라.
"이놈의 객잔은 음식이 형편없군. 어찌 고기조각하나가 없나."
"그야 무당산 도사나부랭이들이 밥을 먹어야하기 때문이겠지."
"중도 아니고 도사도 육식을 안하나? 하하하"
"도사님들은 등선을 하셔야하니 생식만 하신다지 않나."
"크크크 과연 나라가 망해도 청정을 지키시는 도사님들 답구만."
"후후 나야 우화등선하여 선도에 들것인데 나라가 망하든 백성들이 피눈물을 흘리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무위자연이란 말은 세상이 혼란스러워도 아무것도 하지말고 나만 등선하면 된다는 뜻이라지?."
"큭큭큭 거 무위자연의 참 의미가 그런것인줄은 몰랐군. 자네가 참 진인일세."
"후후 그따위 진인이니 도사니 하는 종자와 비교는 말게 술맛떨어지니."
"흥 납탑도인이니 뭐니 그리 대단한 양반이 결국 한게 무에 있단 말이야.
제놈들 청정이니 무위니 하면서 아무것도 안하질 않았나. 내가 천하제일인이었다면 당장에
원 오랑캐 놈들의 왕인지 뭐시긴지를 찾아가 단칼에 목을 쳤을 게야."
"후후 장가놈이 자네의 의기를 반만 가지고 있었어도 역사가 변했을걸세.
아직도 장삼봉이놈의 거짓부렁을 믿는 놈들이 있다는게 웃긴 일이지. 천하제일인은 개뿔 그놈도
결국 백성들의 존경을 팔아먹고 배를 불린 오랑캐 놈들과 다를게 없는 놈이야."
"그러고보니 장삼봉이 제자를 두고 죽었다던데 그놈들은 무얼하고 있단말인가?"
"하길 무얼 하나. 제 사부놈을 따라 벽곡단이나 씹으면서 물좋고 공기좋은 곳에서 신선놀음이나 하겠지 크크크."
"제자놈들의 졸렬함은 과연 청출어람이겠군. 흐흐흐 그놈들도 나이가 약관을 넘은지 오래일텐데
이제 도사질을 때려치우고 계집맛을 보고 싶어 밤이 괴로울 것이야.후후"
"천하제일인의 제자면 무얼하겠나. 사부가 사이비인것을. 크크크. 그놈들보다는 중원사룡이라는 젊은이들이 볼만하지 않겠나."
진득하게 술에 취한 무뢰배들의 모욕에 객잔 주인도 다른 손님들도 감히
제지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들도 납탑도인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었고 그러했기에 존경을 담아 무당산 아래에서 살림을 하고 있으나
진인께 아쉬움도 있었기 때문이다.
주거니 받거니 천인공노할 언사를 계속하는 이들은 하북이랑이라는 자들로 오랫동안
하북에서 활동하던 추설검(抽舌劍) 근성과 비추래(飛錐來) 각우(角牛)인데 언사가 거칠고 행동이 방만하여 명문정파와는 척을 지고 있었다.
진인을 존경하여 고향까지 떠나 무당산에 정착한 이들도 무뢰배 하북이랑의 심한 언사에 화를 내지 않는 것은
그들의 말에 티끌만큼이라해도 공감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구석진 자리에 낡은 도복을 입고 간단한 소채를 먹던 사람만은 객잔안에 퍼져있는 침묵의 동조를 용서할 수 없었다.
목검을 쥔 오른손은 목검을 으스러뜨릴정도로 힘이 들어가 당장이라도 진인과
사형제들을 욕보인 놈들의 사지를 부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참으십시오 무지한 백성들입니다."
객잔 주인은 목검을 쥔 허공의 어깨에 손을 두고 말렸다.
진인께서 살아계질적에도 이곳에 객잔을 차려 진인과 허도 허공 허상 사형제들을 맞이하던 사람이다.
핏발선 눈으로 쳐다보는 허공은 감히 말리지 말라는 뜻을 보냈으나 객잔 주인의 눈빛은 허공과는 달리 분노가 보이지 않았다.
"저들도 진인께 기대와 꿈을 걸었던 자들입니다. 그런만큼 진인의 등선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분만이 유일한 희망이었기 때문이죠."
분노와 혈기가 휘몰아치던 허공의 눈동자는 객잔 주인의 말과 좌중의 침묵에 휩쓸려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객잔 주인조차 삼봉진인을 욕보이는 놈들을 감싸는가.
장사 몇푼에 진인의 모욕을 좌시하는가.
이윽고 허공은 분노를 참아낸 것인지 목검을 쥔 손에 힘이 풀리고 맛도 없는 소채를 먹을 입맛까지 사라져 버렸다.
"잘 먹었소. 다시 찾아와 장사에 방해가 될일은 없을 것이오."
목검을 챙긴 허공은 무뢰배들의 모욕을 뒤로 하고 객잔을 나섰다.
사형제의 삼시세끼 식사는 모두 이 객잔에서 해결해왔다
이제는 더 신세질 수 없겠지
당장 끼니를 해결하는 것 부터 문제인가
아니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식욕따위 그분의 등선과 함께 영원히 사라진지 오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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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휘돌리는 기세가 가히 태산이 떨리는 듯 하다.
날카롭게 쳐들리는 검첨은 하늘마저 꿰둟는 예기를 감고 있다.
강하게 내리친 검에서 넘실넘실 흘러나오는 진기의 위력에 근처의 바위와 나무는 송두리째 뽑히고 부서져 아수라장이 되었다.
반경 오장에는 태풍이라도 휩쓸고 지났는지 무자비한 파괴의 흔적만이 남았다.
그 황폐한 풍경의 중심에는 검을 들고 숨을 몰아쉬는 인영.
"제길 제길...아직도 무리인가"
허공이 비지땀을 흘리며 숨을 고르자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사형. 허도사형께서 잠시 이야기를 하자 청하십니다."
언제 무당산 깊숙한 허공만의 무예수련장에 왔는지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
사부님이 사천에 다녀오신 후 들어온 마지막 사형제는 도명을 허상이라 지어 주셨다.
"후우...후우...다망하신 사형이 무슨 일로 나를 찾느냐."
태극심법을 수습하던 허공의 음색에는 사형 허도에 대한 반발심을 숨기지 않은 듯 했다.
"대사형께서 긴히 하실 말씀이 있다 하시더군요."
허상은 사부님의 등선이후 삭막해져간 사형제간의 우의에 얼굴조차 보지않고 따로 수행하기 된 것은
대사형인 허도가 허공의 출도를 막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사형이 부르시면 가야지."
옷자락에 묻은 고련의 흔적을 털어내고 허공은 허상을 따라 산길을 올랐다.
"사제 며칠전에 객잔에 갔었다지."
허도의 음색은 대사형의 위엄있는 것이라기 보다 정다운 사형의 걱정어린 기색이 만연했다.
"....."
"객잔 연아저씨가 찾아왔었네. 자넬 볼 면목이 없다했네."
그 말을 듣는 순간 허공의 마음속에서 한 줄기 반발심이 치솟아오른 것을 눈앞의 사형제는 느끼지 못했다.
만약 사부님이 살아계셨다면....
"객잔에 모인 무리들도 막막하고 답답한 것이야. 나랏님 없는 곳에선 나랏님 욕도 한다고 하질 않나.
그들을 굳이 치죄할 필요는 없었네."
허도의 말에서 엄중한 경고의 기색을 느낀 허공은 그만 다짜고짜 묻고 말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나는 수련에 여념이 없는 몸이오. 태평하게 있는 사형과는 다르단 말이오."
대답은 단호해서 더이상의 추궁은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전해져왔으나
허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허공의 눈을 응시했다.
"이틀전 하북이랑 근성과 각우가 야밤에 습격을 받아 추설검 근성은 양팔이 부러져
두번 다시 검을 들수 없는 몸이 되었고 각우는 다리가 부러지고 힘줄이 끊어져 젊름발이 신세가 되었네."
"!......."
"그 침묵. 사제의 행사라 보아도 되겠나?"
허도의 옆에 앉아있던 허상은 대경하여 평소에 반쯤 감고 다니던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물었다.
"대사형 그것이 무슨 말입니까? 허공사형이 설마..."
"어제 객잔 연아저씨에게 소식을 듣고 하북이랑을 찾았네. 그들에게는 무릎꿇고 백배사죄하고
무당의 이름으로 생계에 지장이 없도록 하리라 약속을 했지. 그러니 사제는 죄책감에 더이상 몸을 괴롭게 하지 마시게."
"!!"
고개를 숙이고 건성으로 듣던 허공은 깜짝 놀라 고개를 쳐들고 말았다.
"그게 무슨 말이오! 어찌 무당의 이름으로... 그 이름은 사부님 그 자체인 것이요
사과를 하든 보상을 하든 그것은 나 허공의 이름으로 할 일이지. 무당의 이름을 더럽힐 일이 아니란 말이오?!"
핏기솟은 눈으로 따지는 허공을 보고 허도는 담담히 말했다.
"사제. 자네가 무당일세."
"!!"
허공의 눈이 커지다 못해 아파왔는지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사제와 나 그리고 허상 사제 이렇게 세사람이 무당이야. 그리고 사부님의 진전을 이은 이 세상에 유일한 전인이지.
특히 사제는 사부님의 무맥을 이었어. 나나 상 사제보다도 그분의 전인이라 말하기 합당하지않나.
... 살다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고 혈기를 멈추지 못할 일도 있는 법일세. 너무 마음쓰지 말게나. 사부님이 계셨어도 그리하셨을거야."
"크윽! 사형!!!!"
허공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사부님의 등선을 맞이하고도 끝끝내 참고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다.
"그나저나 당분간 우리는 다시 풀과 잡곡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겠군."
마치 즐거운 일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가볍게 끼니를 말하는 허도의 얼굴은 생전의 진인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허허로운 기운이 흐르는 것 같았다.
" 사형 그 말씀은... 하북이랑에게 남은 식량과 금화를 전부 주고 오신 것입니까?"
허상은 허도에게 물었으나 묻지 않아도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진배없었다.
"그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무당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는 길이고
우리들 자신이 사부님의 제자로서 떳떳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세. 우리가 몇 끼를 거른다 해서 그게 대수겠는가.
다 돌고 돌아서 다시 손에 들어오기도 하고 다시 나가기도 하는 것이 재물일세."
허상은 대사형의 말에 그의 경지가 이미 며칠전과는 또 다른것을 느끼고 감탄하면서 웃었다.
"대사형은 도맥을 이은 저보다도 도를 설파하는 재주가 뛰어나십니다."
"우리가 무,술,도로 나뉘어 사부님의 진전을 이었다하나 결국은 같은 나무뿌리에서 나온것이니
다르다고 할 수 없는 것이네. 비록 다른 재주를 주로 삼아 연마했다하나 담긴 뜻과 사상은
사부님이 말씀하신 태극의 이치 바로 그것일세."
그 말을 들은 허상은 갑자기 벼락이라도 맞은듯 몸을 부르르 떨다가 이내 눈을 감고 참오하다가
정광이 번져오는 눈을 뜨고 말했다.
"과연 이 사제가 대사형의 말씀을 듣고 새롭게 깨닫게 되는군요.
최근 고민하고 있던 것이 있었는데 깨끗하게 풀려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허도는 허상의 기쁨이 넘치는 말을 듣고 덩달아 기뻐하였다. 막내사제가 최근 맞이한 벽이 어떠한 것인지를 알고 있던 탓이다.
"하하하 그리 말해주니 결과물이 기대가 되는구만. 사제는 해낼것이라 믿고 있었네."
"그리 대단한것이라 할것은 못되지만 적어도 사부님께 부끄럽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눈물을 수습하고 의관을 바로잡느라 대화에 끼지 못한 허공도 지금 만큼은 사제의 성취를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사제의 성취는 일취월장이란 말이 아깝지 않으니 내게도 결과를 보여주시게.
사부님과 함께 고민하던 것이니 유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야."
"이를 말씀입니까 사형."
사형 허공이 비통한 기색을 지우고 웃음을 짓자 허상은 이제야 사형제가 서로 의지하며 험난한 앞길을 해처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허상의 기대는 삼일을 가지 못해 산산이 부서지고 말리라는 것을 허상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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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형. 들어갑니다."
이른 새벽 이른 여름이라 하나 새벽공기는 결코 온화하지 않은 시간.
허공은 허도를 찾았다
이른 시간이지만 무당파 사형제들은 인시 초에는 이미 일어나 태극심법을 한차례 운기하는 것이 하루 일과의 시작이었다.
"어쩐 일인가. 그리 행장을 꾸리고 있다니..."
"사형. 사형의 말씀을 듣고 밤새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결론을 내었습니다."
"그것이 이 행장과 검인가."
허공의 등에는 봇짐과 두건 삿갓이 준비되어 있었고 허리춤에는 철검하나가 의지를 표명하듯 꽉 매어져 달려있었다.
"사부님의 등선 이후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도처에 신음하는 백성이 여전하고
수탈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굶어죽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이제 더 이상은 참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허나 사제 사부님의 말씀을 잊었는가? 사제가 이립이 되기전에는 결코 무당산을 떠나 풍진에 몸을 담지 말라 하셨네.
그 말씀을 저버릴 생각인가?"
허공은 출도의 의지를 표출했으나 사부님과의 약속 그 유언과도 같은 다짐에 강한 의지도 꺾여나가는 것 같은 심동을 느꼈다.
"사제. 사제 한사람이 나선다 해도 세상일을 바로잡는 것은 불가능하네.
사부님조차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저 살문이라는 것을 세우는 것에 찬동하셨으나 그것으로도 세상을 바꿀수는 없었네.
지금 산에서 고련만을 하는 일상을 참기 어렵겠지만 사부님의 말씀을 믿고 좀더 기다리세."
허도의 간곡한 말에 허공은 그동안 품어왔던 속내를 조금 드러내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사형. 저는 사부님을 모욕하는 무리들을 더 보지 못하겠습니다."
"사제! 사제 아직도.."
"저는 납탑도인 삼봉진인의 제자로서 그분의 영명을 잊고 지내는 세상에 알릴것입니다.
진인의 맥이 끊기지 않았다는 것을. 사부님의 헌신을 있는 그대로 세상사람들이 알도록 하겠습니다."
허공의 말에 허도는 등선하여 곁을 떠난 사부의 미소짓는 모습을 보았다.
'허...사부님께서는 이리 될것을 이미 알고 계셨던가.'
술가일절이셨던 사부님이다.
이제야 술법을 깨우치기 시작했다 여기는 허도의 눈에 보이는 환상은 더이상 환상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단련된 상단전의 불가사의한 이능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
허도는 허공이 발하는 호연지기와 젊은 패기에 더이상 말린다해도 막을 수 없음을 알았다.
"사제는 어디에 가서 무엇을 하실 생각인가"
허도의 목소리에서 체념의 기색을 읽은 허공의 눈이 빛났다.
"저는 하산하여 바로 살문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살문...살문이라. 사제 살행으로 협행을 하실 생각이신가"
허도의 걱정스런 표정을 본 허공은 이내 얇은 미소를 띄웠다.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사부님과 구파 세가가 힘을 모았던 곳이니 응당 그곳부터 들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허공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여겼으나 허도의 표정은 쉽사리 밝아지지 않았다.
"살문이 결성되던 시절과 지금은 또 다르네. 듣자하니 지금 강호에는
동서남북 사방에 걸출한 신룡들이 나타나 여의주를 탐하는 동시에 악적을 멸하고 있다 들었네.
그중에 서쪽의 신룡이라는 자가 살문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제는 그 인물과 함께할 생각이신가."
'납탑도인의 직전제자인 내가 남의 밑에 들어가 수하노릇을 할수는 없는 노릇이지.'
허도의 물음에 순간 허공은 불쾌한 생각이 들었으나 출도를 말리던 대사형의 앞이라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대답했다.
"살문을 이끈다고 하지만 어느 문파에서 온 제자인지 알수없다 하더군요.
도처에 명문이라 불렸던 중소방파가 어느날 갑자기 변질되는 일도 있다하니 제가 직접 찾아가
살문이 사부님께서 뜻을 세운 그 살문인지 보려고 합니다."
허공은 그동안 객잔에 다니며 들었던 풍문과 자신의 생각을 더해 살문의 상황을 모르면서도 변질의혹이 있는 것처럼
교묘하게 출도 명분을 가다듬었다.
허도는 이제 더는 허공 사제를 무당산에 묶어둘 수 없음을 알았다.
사부님의 무맥을 이은 제자. 그 나이도 약관이 넘은지 한참이니 세상에 나가 포부를 이뤄보고 싶은
사내의 꿈이 있을 터였다.
"사제의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시게. 다만 혼란 중의 세상에 나아감에 있어 명심할 것이 있네.
항상 자중자애하고 적아를 혼돈하지 말며 처음 가졌던 순수한 뜻을 잃지말고 속세의 명예에 좌우되지 않도록 노력하시게.
그것만 알아준다면 나는 이제 더이상 사제의 출도를 말리지 않겠네."
그동안 허공의 출도를 끈질기게 말려온 대사형의 말답지 않게 너무나 쉽게 출도를 허락 받은 것이
믿기지 않은지 두어번 눈을 껌벅이며 확인을 구했으나 허도의 눈은 감긴채 더는 대답이 없었다.
"사형. 그럼 저는 강호에 나가보겠습니다. 반드시 사부님의 명성을 본디 있어야 할 자리에 돌려놓겠습니다. 신체 보중하십시오."
허공은 대사형이 다시 말을 바꿀까봐 두려웠는지 황급히 철검과 짐을 챙겨들고 대전밖으로 나갔다.
"대사형 정말 저리 보내도 되겠습니까?"
나가는 허공과는 마추지지 않은 것인지 허상이 들어와 허도에게 물었다.
눈을 감고 있던 허도는 그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사제의 안녕을 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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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이 출도를 허락했으니 이제 세상에 나가 웅지를 펼쳐보이리라."
산문으로 나오며 의지를 다지던 허공의 다리가 굳은것처럼 멈췄다.
무당산 무당파의 건물은 세속의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에 비하면 볼품없이 낡고 허름한 것이나
이는 모두 세사람의 사형제가 함께 손때를 묻히며 지어온 것이다.
사부님이 등선하시고 얼마후 갑자기 대사형이 나서서 무당파의 산문부터
사형제가 자고 일어나던 침상까지 우리손으로 세우고 다듬어 올리자고 했다.
그바람에 몇달을 해본적도 없는 목공일에 어떤 나무를 써야 좋을지 몰라 닥치는 대로 베어다가 세워보느라
어린 허상과 함께 산을 수십번이나 오르락 내리락 해야했다.
무당파의 현판을 걸자면서 글씨는 도력높은 상 사제가 제일 잘쓰니 상사제에게 맡기자 하면서
결국은 세사람이 한글자씩 써넣어야 했던 현판도 세월의 흔적이 남았다.
완성된 산문과 조악한 건물은 비록 볼품없었지만 그때에는 왜 그리도 큰일을 해낸것 마냥 감격스러웠던지...
그렇게 제손으로 지은 무당파 입구 작은 울타리 옆에
사부님이 쓰시던 송문고검 한자루가 고적하게 꽂혀있었다.
등선하신 사부님과 함께 무당산 심처에 술법으로 봉인해 모셔놓은 보검이다.
이 송문고검을 가져와 봉인을 풀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사람뿐이리라.
"사부님...사형..사제..."
허공은 그자리에 무릎을 꿇고 송문고검을 보며 한없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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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졸렬하게 만들기 위한 사전작업이다. 나는 결코 허공까기를 포기하지 않으리 ㅋㅋㅋ
살짝 졸렬의 냄새를 풍기고 있으나 허용범위
나중에 협제를 만나고 멘붕하고 주화입마에 들어 졸렬진인으로 탈바꿈 할때까지
길이 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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