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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적 유성탄 촌평

킁킁(221.142) 2014.02.17 01:25:55
조회 2042 추천 23 댓글 10

이 소설은 또 한번의 비틀기이다. 작가의 취향이 다분히 묻어난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아니 지겨웠던 주인공 상을 비트는 것만으로도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진 소설이 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천하제일 무공을 가진 주인공은 으레 무림의 평화와 안녕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당연한 듯이 지고서 태풍의 핵으로 떠올라 난세 영웅이 되어 구세제민하는

대협객이 되기 마련이다. 그것이 소위 정통 무협의 주인공인 것을.


위소보는 그걸 탈피하여 무공은 형편없는 녀석이 아가리신공만으로 

천하를 휘어잡아보임으로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면 

'비적' 왕필은 다른 방식으로 비틀어져 있다.

천하제일고수지만 아내와 함께 모든 것을 잃었고 버렸다.

삶의 목적, 의무, 욕망 등 인생을 지탱해주는 모든 의미를 잃고 

슬픔을 간직한 방관자가 되어 이야기는 시작한다.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노래 제목이다)

주인공이 삐에로라는 사실은 중요하다. 왜햐하면 비적 유성탄이 취하는

특징을 그것이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이유이자 필요를.

가벼운 문체와 농담하는 듯한 대화, 한 발 빗겨 선 시선까지.

방관자가 가질만한 삐딱한 태도, 게으름을 설명해주는 명분이고

나아가 난세의 현장을 주도적으로 풀기보다 '어쩌다보니' 개입하게 되는

묘한 이야기까지의 이유가 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왜 가볍냐, 농담 하냐, 의협심은 없냐, 음모는 안깨냐,

가서 안싸우냐, 돈 안챙기냐, 미소녀들을 그냥 두냐..,..

따지면 어리석은 횡포다. 왕필이, 작가가 작중에서 내내 강조했듯이 

'주인공이 그런 놈이라니까? 어쩌라고?'

주인공이 그 모양이라 괴팍한 언행이 자연스럽게 설득이 되고 

핵심에서 살짝 삐딱선 타는 이야기도 수긍이 간다.

거기에 불만을 가지면 읽을 수 없는 거다. 

주인공이 그러니 소설이 그런 분위기로 가기 마련. 


하지만 그런 이야기도 재미있다는 걸 색다른 풍미를 안겨주는 걸 보여준다.

비슷한 분위기의 무림사계가 좀 억지스럽게 사건을 꼬아만들면서도 정작

그 모든 사건의 시작이자 이유였던 사건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끝내버렸지만

이 소설은 인간 관계를 통해 그것도 강요와 그 자신의 귀차니즘 때문에

사건들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 정도도 하지 않으면 왕필이 매일 방구석에서 뒹구는 모습만 볼 것 아닌가.


가장 중요한 것은 이거다.

비적유성탄은 가벼운 소설이 아니라 매우 진지한 이야기다.

방관자 왕필의 시선을 따라 본 타락한 도시, 강호무림과 고수들, 그리고 몇 친구들과

벌이는 이야기들이 과연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먼저 배경이 되는 항주는 과거 그것도 무협이라는 판타지 세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시공을 초월한 오늘날 현실 세계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권위와 억압,

저항과 파괴, 비윤리와 무지, 계층화된 사회와 폭력, 붕괴된 도덕과 체념, 인간의 모순과

비인간성을 나타낸다. 

그에 대한 왕필의 철저한 무관심은 작가의 치열한 관심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장치이자

 인간의 무지와 외면을 질타하는모습이다. 이로써 사회와 개인의 갈등이 매우 엄중한 비극이며 

절대 사라지지 않는 냉정한 현실임을 작가는 가벼운 문장과 농담으로 삐에로처럼 고발하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웃프다라는...


'모든 일에 관심 없고 귀찮다'라는 사실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귀차니즘이 아니라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그렇다고 믿고 있는-

물질적, 사회적, 정신적 가치 그 모든 것에의 심각한 의구심의 발로이다.

즉 인간이 소유에 눈이 멀어 있지만 그 소유가 시스타 소유보다 낫느냐이다....?

(소...소유하고 싶은 여자...)

인간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고 더 소유하려하지만

왕필의 태도는 그 '소유'가 결코 절대적이고 항존적인 가치일 수 없으며 그 소유욕으로부터

발생하는 인간과 사회의 비윤리적 실체를 소극적으로 비판하는 모습이다. 

왕필을 적극적인 비판 의식을 가진 혁명적 영웅으로 그리지 않았다는 점은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더라도 

일개인으로서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작가의 염세적 가치관과 더불어 따라서 사회 구성원

전체가 노력해나가야 할 일임을 암시하고 있다.


왕필은 그러나 몇 명의 인물들을 만나면서 현대 사회에 희망을 던져 준다.

도시 문명 사회에서의 무관심을 상징하는 왕필의 타인에 대한 본질적, 의도적 무관심은 

끊어질듯 이어지는 연대 의식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성이 말살된 사회에서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진정한 휴머니즘이다. 인간 존재의 본질적 이유이다.

특히 도둑년은 이기주의와 파괴로 얼룩진 문명을 따뜻한 인간 사회로 만드는 이러한

연대 의식의 축으로, 인간의 선한 면을 대표하고 있다.


한편 홍모귀를 통해 인종 차별의 비극을 보여 주고 웃픈 이야기로 서로 다른 가치관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흰둥이가 자유 의지와 저항 정신의 상징이 되어 

바다 한 가운데 폭풍우를 만난 절대적 절망 속에서도 기어이 피어나고야마는 

본질적 가치를 치열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왕필의 무관심 혹은 귀자니즘과 대비되는 장면이다. 인간의 본질적 요구는

소유가 아닌 자유임을 말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은 적게 하고 돈은 많이 받고 싶어하는 왕필은 이 시대 청년 실업의 원인과

세태를 고발하는 한편 실업자의 자화상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뛰어난 능력을 가졌을지라도

방에서 뒹굴뒹굴 먹고 놀면서 디시질을 할 수도 있음을 조용하게 말해주고 있다. 


한줄요약: 뻘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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