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우월성을 뭣하러 따지냐?

그냥 글은 잘쓰는 사람이 잘 쓴다

장르문학이 아니라 순문학 기준을 들이대도 잘쓰고 잘 읽히는 글이 좋은 글이다

'잘 읽힌다'라는 기준을 무시하고싶으면 가서 논문을 읽어라

이영도나 좌백이나 둘다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잘 쓰는 사람들이다

이영도 글이 좌백 글 보다 치밀한 구성을 띄는건 맞다

이영도는 먼저 세계를 구성하고 인물을 통해 그 세계를 개변한다 주인공의 행보하나 하나가 세계관 그 자체를 뒤흔드는 궤적을 따라가니까

자연스럽게 치밀한 설정과 구성이 눈에 뛸수밖에 없는 거다

하지만 좌백은 좀더 국지적이고 느슨한 세계관 속에서 미시적인 묘사가 탁월하다.

그리고 역시나 둘 다 재밌고 술술 넘어간다 (이 부분에선 좌백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암튼 난 둘다 뛰어나게 잘 쓴다고 생각하기 떄문에 누구하나 우열을 두고싶진 않지만

밑에 이영도 글에서 주제의식,순문학 운운하는거 보고 웃음이 나온다

이영도가 자신의 소설속에 관념의 물화니, 거리 두기 등등 인문학적인 페이소스를 삽입하는건 맞지만

그 주제 자체는 솔직히 수박 겉핥기 수준 아닌가? 글을 통해 주제의식을 표현하는건 좋지만 그 주제 자체가 난 그렇게 와닿거나 특별한 가치를 둘만큼 주목할만하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왜냐면 인문학적인 소양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한테는 뻔하디 뻔한 주제거든

오히려 이영도의 장점은 글을 잘쓰는것에 있다 이영도 자체가 본성이 오타쿠인만큼 오덕적인 요소를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는 일종의 패러디에 재능이 있다는 거지 거기다 세계관을 잘 구성하는 설덕으로서의 능력도 돋보이고

좌백 작품에는 철학이 없다고?

좌백이 누군가? 숭실대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철학과 수석출신이고 철학과 대학원 갈돈이 모자라서 소설을 쓰기 시작한 사람이다

정통으로 철학을 공부하고 연구한 사람한테 글에 철학적 소양이 부족하니 뭐니 운운하는데서 실소가 나왔다 

좌백의 글에서 드러나는 철학은 이영도가 주창하는 관념의 물화니 뭐니 세계관을 개변할 정도로 거창한건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항상 고민하지만 답이 없는 자아에 대한 문제나, 협에 대한 고찰, 인간관계 등등 

불혹이 넘은 좌백이 나름대로 치열한 인생을 거쳐 내둔 답을 글로 표현하는게 오히려 난 더 와닿드라

좌백의 초기 작품부터 지금까지 작품을 쭈욱 읽다보면 좌백의 글에서 들어나는 철학이 그리 거창한것은 아닐지라도 매우 진솔하고 담백하게 표현됨을 독자들은 누구나 느낄 수 있다 난 그게 이영도 글에서 나오는 거창하고 번지르르한 무엇보다 훨씬 가치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