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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도명 희인몽 2-3.txt

몽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12.04 19:47:32
조회 1174 추천 10 댓글 5

 길도명은 한동안 숙인 허리를 펴지 않았다. 희인몽의 손등에 맞은 손목이 불에 댄 듯 욱신거렸고 그보다 더 마음이 애달팠다. 방금 전 그의 눈동자에 새겨진 희인몽의 얼굴을 기억하려 애썼다. 그러자 오래전 일이 기억났다. 


 경요궁에 들어오기 전 꽤 오랜 시간을 거지 촌에서 보냈었다. 시장에서 밥을 동냥하다가 포목점을 지나게 되었다. 좌판에 걸린 옷감들 중 새하얗게 빛나던 흰 비단이 있었다. 화사하게 자신이 머금은 빛깔을 뽐내던 화려한 색감의 비단보다 유독 흰 비단이 그의 눈에 아프게 들어왔다. 평생 자신이 소유할 수 없고 품을 수 없을 것만 같아서 슬퍼졌다. 그 애달픔 때문이었는지 작은 손을 뻗어 흰 비단에 손을 올려보았다. 차갑고 보드라운 감촉이 전해오자 그제야 화들짝 놀라 손을 거두었다. 손을 거둔 그 자리엔 시커멓고 꾀죄죄한 더러움이 작은 손 모양으로 찍혀있었다. 


 “오늘따라 재수가 없을 라니 거지새끼가 다 꼬이네.”


 퉁퉁한 포목점 부인이 몽둥이를 들고 서있었다.


 “오늘 대감집 큰딸 결혼식이라 비단을 꺼내놨더니 너 오늘 잘 만났다.”


 어린 길도명은 사흘을 피똥을 싸며 몸져눕게 되었다. 사경을 헤매면서도 길도명은 더러워진 비단과 자신을 때리던 주인의 표정을 떠올리며 신음했다. 결국 거지촌에서도 그가 죽은 줄 알고 길거리에 내다 버렸는데 불쌍히 여긴 한 무인 덕에 겨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가 바로 사부인 육천기였다.


 경멸과 멸시의 표정, 포목점 부인의 그 얼굴은 그의 불행했던 유년기 시절을 대표하듯 마음한편에 낙인처럼 새겨져 지금도 악몽 속에서 가끔 보았고 그때마다 식은땀을 흘리며 깨며 더러워진 흰 비단이 슬프고 서러워 혼자 울기도 했다.


 방금 전 희인몽의 얼굴과 포목점 주인의 얼굴이 겹쳐졌다. 더러워진 흰 비단과 그녀의 흰 살결 또한 겹쳐져 보였다. 하지만 이번엔 슬픔보다 분노가 앞섰다. 어금니가 아프도록 힘이 들어갔고 이마에 힘줄이 새겨졌다. 손에 쥐고 있던 검의 끝 또한 미세하기 흔들렸다.


 ‘왜 나는 가질 수 없는가? 가져서는 안 되는가?’ 


 죽은 듯 서있는 길도명의 주위는 캄캄했다. 동굴의 어둠이 그에게도 스며들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



 저녁 식사 시간에 둘은 별 일이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희인몽이 얇은 잠옷 바람으로 길도명에게 추태를 보인일도, 길도명이 희인몽의 몸에 함부로 손을 댄 것도. 


 상대의 실수를 자신의 실수로 덮는 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


 “이틀 뒤 노소저가 오면 같이 떠나겠습니다.”


 “...”


 “사저?”


 “알겠다.”


 희인몽의 흰 몸이 살짝 달아올라있었고 식은땀에 풍성한 긴머리가 뺨에 찰싹 달라붙어있었다.


 “몸은 괜찮으신 겁니까?”


 사실 더욱 안 좋아졌다. 수련장을 쫓기듯 빠져나온 뒤 희인몽은 거처에서 쭉 누워있었다. 그래도 내색하지 않고 식사시간에 나와 별일 없는 듯 앉아있는 건 아랫사람에게 약한 면을 보이기 싶지 않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바람과 다르게 희인몽의 상태는 누가 봐도 더 나빠져 보였다.


 “괜찮다. 하룻밤 자고 나면 다 나을 고뿔이다.”


 희인몽이 대답하며 길도명의 몸을 훑었다. 탄탄한 근육질의 몸이 눈에 들어오자 다시금 이마가 화끈거렸다.


 “이만 들어가 자야겠구나. 떠나는 일, 그러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하도록 하자꾸나. 콜록”


 기침에 길도명이 일어나려고 하자 희인몽은 손사래를 쳤다.


 ‘고뿔에 걸린다고 없던 음심(淫心)이 생기진 않을 탠데 도대체 왜?’


 이불속에 들어가며 희인몽은 의구심이 들었다.


 ‘고뿔이 다 나으면 괜찮아 질 거야 다 나으면...’


 한기가 점점 몰려와 이불을 꼭 여미면서 희인몽의 의식은 점점 더 희미해져 갔다.



 희인몽은 잔기침을 하며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길도명은 그녀가 사라진 어둠을 한참동안 응시하다 뜨거운 차가 차갑게 식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일어나 욕탕으로 걸어갔다.


 씻으며 어제처럼 정을 한 번 더 쏟아냈다. 성욕이 들끓던 어린소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망상의 대상이 숙모라는 사회적 금기와 억압은 도착적인 쾌락으로 이끌었다. 마치 자위를 처음배운 원숭이처럼 거칠고 급한 손길에 어제보다 더욱 빠르게 끝났다. 자신의 내면에 자리하며 이토록 자신을 추잡한 욕정으로 몰고 가는 그 타오르는 본능이 더러워서 길도명은 소리죽여 흐느꼈다.


 침상에 누워 잠을 청하려 했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방금 전 욕실에서의 추잡한 행위가, 숙모를 대상으로 욕정을 품은 행위가 다시금 그녀를 더럽힌 것만 같았다. 비단에 찍힌 검은 손자국처럼.


 이틀 뒤면 떠나는 것이다. 그럼 다시 평온과 밝은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고 이러한 번민과 고통도 끝나리라 되뇌었다. 그러자 아쉬움이 떠올랐다. 이 동굴 밖에선 다시 혼자가 된다는 두려움과 함께


 죄책감과 아쉬움 두려움이 뒤섞인 혼란스런 감정 때문에 침상에서 일어나 동굴 속을 천천히 걸었다. 죽은 삼궁주인 좌일군이 떠올랐다. 항상 쾌활하고 긍정적이었던 사숙. 숙모인 희인몽이 그의 어떤 점에 끌려 혼인했을까? 그렇게 사색하다보니 어느덧 희인몽의 방문 앞이었다.


-------


쓴만큼만 올림


사실 제작환경에 에로사항이 꽃피었다.


집에 혼자있는 시간이 드물어 ㅋㅋㅋㅋ


대충 스토리 줄기는 다 짜놨는데 말이지


아 물론 또 쓰다보면 막혀서 길어질수도 있지만...


2편은 2-4에서 끝날거같고



총 4편에서 이번 팬픽은 완결날듯


1~2~3~4 편의 각각의 분량은 나도 장담못함 쓰다보면 길어질지 짧아질지는


목표는 12월 안에 끝내고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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