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만 쓰자.

주지약이 어릴 때, 똑부러지고 사려깊은 아이였던 건 확실함.

장무기와 다시 재회한 후에도 어진 모습이 남아 있고 약자에 대한 동정심이 있었고. 그러다 영사도에서 조민과 은리를 암습한 이후에 지나칠 정도로 표변한 모습을 보임.

일단, 난 멸절사태 가스라이팅파이긴 한데, 멸절사태가 기효부에게 한 행동을 보면 주지약을 어떻게 가르쳤는지 예상이 되는 데다가, 김용 세계관이나 이 당시 중국 무협에서 맹세가 자의든 타의든 얼마나 무거운지 알기 때문임. 사조영웅전만 보더라도 강남칠괴는 구처기와의 내기로 이역만리를 멀다하지 않고 곽정을 찾으러 갔고 십수 년을 길다 하지 않고 무공을 가르쳤음. 뭐, 정작 주인공인 장무기는 제대로 지킨 맹세가 하나 없지만. ㅎㅎㅎ

주지약이 다른 히로인과 구별되는 점은 정치적이고 명리를 추구한다는 것. 다른 히로인이 추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장무기의 애정인데, 주지약은 명리가 그보다 앞섬. 그래서 멸절사태의 유언에 따라 천하제일인도 되어야 하고 아미파도 천하제일문파가 되어야 함. 그 과정에서 벌인 일을 보면 강압으로 일을 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계획적이고 음험한 데가 있어, 주지약의 천성이 잔혹한 데가 있다는 의견도 공감이 감.

동시에 모든 일이 허사가 된 뒤에 주지약의 내면 묘사를 보면, 명리의 추구를 진정 원했는지 아리송하게 해놨는데, 개인적으론 멸절사태가 자기 목숨을 가지고 주지약을 협박한 것 때문에, 주지약이 스스로 세뇌를 건 듯한 느낌이 있음.
  
그와 동시에 몇몇 갤럼들이 지적한대로 조실부모하여 무당파에 머물지 못하고 어렵게 아미파에 들어간 데서, 인정 받고자 하는 욕구가 적지 않게 있었다고 봄. 그게 멸절사태의 세뇌와 합쳐지고 본인의 총명함이 정치적 야욕이랄까, 명리의 추구로 이어졌다고 봄.

그게 다 깨진 뒤에 허망한 것에 매달렸다는 걸 깨달은 거고. 복합적인 인물이라 확실히 까보는 재미는 있음.

마지막으로 뒷끝도 있는데, 신수판에서 조민과 결혼식만은 하지 말라고 소원을 쓴 건, 자기 결혼식 파토 낸 데에 대한 복수가 분명함. 장무기에 대한 아스라한 미련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