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에가 명반인 이유를 설명해봄
1~8번은 계절에 비유되어서 반복되는 이야기이고, 9번 트랙 '사계'만이 오직 이야기의 밖에서 인지되는 메타시점임. 그래서 마지막까지 쭉 들어야 감정이 끌어올려지는 진짜 끝맛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
그 구조를 가지고 각 트랙들 안에 숨겨진 계절 메타포 가사들을 찾는게 양홍원이 숨겨놓은 재미같다. 내가 찾아낸건 1번과 3번 5번 7번, 즉 홀수 트랙에서만 계절에 관한 메타포들이 나옴. 그리고 짝수 트랙은 홀수 트랙의 감성을 극대시켜주는 연장선이거나 비유를 다 걷어내고 직접적으로 사건들을 보여주는 장치들임.
다 들으니 왜 오보에에 문워크와 수도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는지 알것같음 ㄹㅇ
1번 트랙 실은 봄인데
가사 자체는 이 곡이 제일 이쁜거같다.
훅1에서 빨간 눈보라(그 위의 라인 충혈과 후
이후 '피눈물'을 연결시키려 했는데 겨울을 표현하려고 한 번 더 꼬아서 표현)와 피로 물든 약(우울증)이 강으로 흘러가는 것은
양홍원은 자신에 대한 오해를 (오보) 풀어줄 진실들(사실로 엉킨 실)로 노를 저어가지만
오히려 바다(ㅎㅈ?)로부터 멀어지고 강으로 흘러들어감.
왜냐하면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거대한 시간의 흐름이, 양홍원이 노를 저어 가는 것보다 영향이 컸기 때문.
중간에 '봄바람에 흘러가네' 부분참고
쉽게말하면 '시간이 이미 너무 흘러서 뒤늦게 말해봣자 늦었다' 이런 분위기임.
'한시'는 이 실의 연장선으로 이별 직후의 그리움을 보여줌.
세 번째 '낮에' 에서는 '밤이 짧아서 안 졸려' 부분에서 여름을 볼 수 있음.
이거는 역으로 약의 메타포같아서 헷갈릴수도있는데, '아직'에서는 계절이 없고 '탈'에서는 가을이 지나가기 때문에 여기서 여름이 나오는게 맞음. 그리고 가장 큰 여름의 특징이 바로 이 라인.
그리고 뒤의 0001에서는 '밤이 예상보다 더 기네' 라인이 나와서 대립됨. 그래서 이게 여름이다.
개인적으로 '낮에'는 여름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불안장애를 잘 표현한 거 같음.
이 불안장애는 '아직'으로 연장되고, 끝내 불신과 배신감만이 남았다는 식으로 일단 동결됨.
5번째 트랙 탈은 "왔네 가을에 다시 입이 터"로 가을이 배경인걸 확인.
여기선 양홍원 스스로를 나무에 비유함. 자기가 활활 타는 이유는 약과 술.담배와 같은 일탈때문임.
제목의 '탈' 또한 이 일탈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추측.
이러한 일탈들의 예고는 뒤의 '하긴'의 가사가 더 잘 느껴지도록 해줌. 유기성 좆된다
7번째 0001은 곡 전체적으로 '낮에'랑 대립함.
'낮에'는 밤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약에 취하고 몸을 맡겼다면,
0001은 약 없이 밤을 보냄.
그래서 진짜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이 되는 계기이고. 가사가 존나 아름답다. 난 이거때문에 문워크의 분위기보단 0001이 이 앨범에 더 잘어울린다고 생각함.
그리고 '밤이 예상보다 더 기네'에서 알 수 있듯이, 이때부터 겨울에 진입함.
가사에 문워크가 나오는 이유는, 내 추측인데 '거꾸로 걸어가다'는 뜻도 있지만 한 번 더 꼬아서
'달 (밤의 상징)'을 밟고 걸어가는 것도 됨.
지금까지 불안에 잡혀 살던 '밤'을 밟고 걸어가는 건, 불안에 대한 극복.
이어서 가면무도회는 약을 먹지 않고 바라본 세상을 진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생각함.
양홍원은 편집증때문에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있다 생각했는데, 실제로 가면을 쓴 건 '자신' 뿐이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9번 사계로 들어가면,
결국 돌아오는 건 '사계'뿐임.
즉, 사랑하던 사람은 더 이상 없음.
하지만 이런 계절들(이별과 불안과 의심)이 반복되면은 나무같은 자신을 더욱 단단해지게 만들것이다 라고 느낌.
마지막에는 '차를 다리길 30에는'가사같이
그렇게 겪고 성장해서, 언젠가 이 모든 불안과 의심, 불신조차 음미할 정도가 되었으면 좋겟다 하는 식으로 끝남.
오보에는 양홍원이 이별과 불안을 극복하여 자아확립을 이루는 성장기 앨범이면서, 그 속에서 보여주는 아이덴티티적인 가사가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이라 생각함.(나무, 소년, 아이, 거울, 가면 등)
걍 개씹명반임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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