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조선일보를 보니 일본에 대한 사설이 있길래 읽어봤는데

내용인즉슨 한국인 도쿄 특파원이 코로나 관련해서 일본 정치인과 인터뷰를 하고싶다고 하자 일본 정치인측에서 질문지를 이메일이 아닌 팩스로 보내달라고 자꾸 고집해 어려움을 겪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일본 사회의 낡음과 권위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는 일본 비판글이었다

한국인 기자 입장에서는 아직까지도 고루하게 팩스를 사용하는 일본 정치인들의 문화가 비이성적으로 보였던것 같다

이메일이라는 편리한 방법이 있는데 도대체 왜 2020년인 지금까지도 팩스를 고집하며 불편한 구닥다리 방식을 사용하는지, 보내는 사람의 불편함은 왜 신경써주지 않느냐며 이해를 못하는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저 사설에 담겨있는 마인드셋이 저 기자에게만 있는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어떤 형식이나 행위, 또는 틀에 담겨있는 무언가를 느끼지 못한다

아마도 거의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행위와 함께 중심이 움직이지 않는 존재들이라서 그런것 같다. 누구 말대로 웃으면서 눈알이 굴러가는 그런 존재들이기 때문인게 아닐까 싶다

그런 존재들은 사회속에서 이루어지는 특정 행위에 어떤 무언가를 자연적으로 형성시키지 못한다. 아무리 오래 행동해도 껍데기 행동만 남아있을뿐이다. 왜냐면 행동에 중심이 따라오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겉 형식에 같이있는 무언가를 느끼지도 못한다(한국 사회에는 형식에 무언가가 담겨있는 경우도 없기에, 없는것이 디폴트인줄 안다)

그들에게는 그저 겉 껍데기 형식만 있을뿐이다

그 껍데기 형식에 무언가를 더 느끼게 하려면 연출적으로, 분위기나 공기를 만들어서, 상징적 의미를 만들어내서, 의식적으로 가치를 부여하는 등의 인위적인 의식수단들이 있어야만 한다



아직 한국인들에게 그나마 영혼이 있었던 전근대시절을 예로 들자면, 웃어른에게 공손한 마음을 담아 진지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아랫사람에게는 그에 맞는 마음을 담아 식사라는 단어를 사용하다보면 그 개별 단어들에는 그동안 사회속에서 이루어진 토대를 기반으로 무언가가 형성된다


그처럼 일본 사회의 도장문화, 팩스, 현금결제, 모쿠미쓰, 세로읽기 등의 여러 다양한 형식 속에는 겉형식 이상의 무언가가 더 존재하는것이다

그리고 영혼이 있는 인간이라면 그것들은 부분적으로 자신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기에 편리의 이유 하나만으로는 버릴수가 없다

어린시절 막과자집에서 계산할때, 오락실에서 동전을 쓸때, 책을 읽을때, 글씨를 쓸때, 정중하거나 중요한 공적 결제 처리를 할때, 마룻바닥 집에서 지낼때 등등 그 모든 상황이나 공간속에서 자신의 중심된 진심이나 정서를 담으니까 그 형식의 이면에 형식을 행할때의 마음도 같이 형성되는것이다


그러니 대부분의 영혼없는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이 고루하고 답답하고 이해가 안되는것이다

저 사설에서는 일본의 팩스문화를 그저 보내는 사람은 불편하고 받는 사람은 편한 구도로만 보고 그 원인을 아날로그식 갑을 문화의 잔존으로만 보고 있다. 자민당이 오랜세월 집권했기에 강약약강의 일본 특유의 문화가 아직까지 잔존하게되었다고 한다

껍데기밖에 없는 존재들이기에 껍데기적으로 사고하며 껍데기식으로 해석한것이다

그 불편한 과정 속에는 그 행동 자체의 사회적 의미, 상대에 대한 정중함, 무게 있는 격식 등의 여러 기능들이 담겨있는데 겉만 보니까 한쪽만 불편한것과 보내는사람이 서열상 아래에 있는것같다고밖에 느끼지 못한것이다



이와 비슷한 마인드셋은 코로나가 유행하자 거의 대부분의 교회에서 유튜브로 예배를 드리는것에도 나타난다

뭔가 그건 좀 아닌것같고 너무 가벼운것 같긴 한데 어느 한국인도 그 행태에 정면으로 비판하며 논증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막상 온라인 예배가 시작되자 대부분은 별 다름을 못느낀다

어차피 신에 대한 마음과 뜻만 있으면 되니까 찬송, 설교, 헌금(무통장 입금), 묵도 등의 절차는 온라인으로 해도 되는거 아니냐고 주장하는게 대부분의 한국인들 수준이며 그것에 대해 반박 이론을 만들어내지도 못하는게 한국인들 수준이다



살짝만 환경이 바뀌자 너무쉽게 교회가 디지털로 전환되는게 과연 어쩔수 없는 선택의 결과였을까

만약 한국인들이 모쿠미쓰에 살던 주민이었다면 도쿄가 개발될때 진작에 전통 가옥 싹 밀어버리고 그곳에 아파트나 상가를 짓고 세 받아먹으며 살았을것이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세계 3대 도시인 도쿄에 아직까지도 구닥다리 목조 단층건물 속에서 사는 일본인들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것이다

같은 이유로 현금결제는 진작에 없어졌고 신용카드를 넘어 이제는 스마트폰 페이로 결제하고 있는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의 현금 문화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것이다


그것이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어떠한 형태나 형식이 너무나도 쉽게 대체되고 너무나도 쉽게 바뀌는것이 과연 합리적이기 때문일까

한국인들은 겉 행위에 중심이 같이 움직이지 않는 인간들이라서 형식의 영혼이라 할수 있는 '그 무언가'를 만들어내지도 못할뿐더러 느끼지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