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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13

ㅇㅇ(115.95) 2016.07.04 17:50:26
조회 962 추천 23 댓글 10

 "야! 화장실 전세냈냐!" 

 

 눈치 없는 놈이 화장실 문을 발로 찬다. 때문에 화들짝 놀란 꾸니와 메리가 저만치 떨어진다. 안에서 이러고 있는 걸 들킬까봐 둘 다 알아서 숨을 죽인다. 누군지 몰라도 열심히 화장실을 발로 차다가 아이 씨발, 똥싸냐, 궁시렁궁시렁 하다가 사라진다. 얌전히 있었던 탓인지 다행히도 들킨 거 같지는 않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꾸니는 귀를 기울여 발소리를 듣는다. 확실히 간 것 같았다. 나 나갈래, 하고 문고리를 잡았다. 빨리 이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정메리가 미쳤나 보다. 왜 자기한테 저러는지 모르겠다. 이유도 안 말해주고. 꾸니는 입술을 질근 씹으며 문고리를 돌렸다. 아직도 발기해 있는 좆이 조금은 불쾌하게 느껴진다. 얼굴이 타는 것 같다. 


 "어디 가." 

 

 문고리에 손을 얹자마자 안심마저 됐는데 정메리가 손을 덥석 잡는다. 절대로 먼저 나갈 수 없다는 듯이 꽤 단단하게 잡고 잇다. 기가 막힌다. 설명해주겠다고 열어달라 해놓고서는 설명은 커녕 당황스럽게만 만들어 놓은 게 정메리다. 그래놓고 당당하게 못가게 하고 있다. 꾸니는 메리가 왜 이러는지도 모르겠고 키스하고 나니까 마냥 당혹스럽고 부끄럽다. 막 메리가 자기 마음을 알고 일부러 이러나 싶기도 하고 정메리가 미워지려고 한다. 빨개진 얼굴을 애써 가리면서 힘을 써본다. 힘을 주어 당겨대거나 메리 손을 비틀면 메리가 비켜날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것도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한참을 끙끙대다가 꾸니는 포기하고 문고리에서 손을 뗀다. 


 "야 정메리 너, 너, 나한테 왜, 이래." 

 

 뭔가 더 당당하게 따지듯이 외치려고 했는데 메리 눈하고 눈이 마주쳐가지고 또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역시나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이꾸니는 한 번을 정메리를 이기질 못한다. 그 갈색 눈동자만 보면 마음이 흐물흐물 녹아버리기 떄문이기도 하고 메리가 워낙에 곧고 솔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잇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메리도 부끄럼이라는 걸 타기는 하는지 흰 피부가 분홍빛이 되가지고 이꾸니를 쳐다본다. 꾸니는 침을 꿀꺽 삼킨다. 분명히 당황스럽고 화가 나는 일만 있고, 이 상황을 하나도 이해는 못하겠는데 뭔가 마음이 간질간질하다. 무슨, 마치, 둘이 연애라도 하려는 것처럼. 미친. 미친아, 미친아. 꾸니는 자신을 자책하면서 병신같은 생각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으려 한다. 그래도 정메리 핑크 머지 된 얼굴이 자꾸자꾸 마음을 흔든다. 

 

 "나한테, 왜..이러냐구..." 

 

 결국 엄청 소심해진 항의가 되었다. 말 하는 게 겁은 난다-정메리가 어떻게 생각할 지 아직도 무섭기만 하다-. 그래도 왜 이러는지 이유도 들어야겠고 화장실도 탈출해야 했다. 메리는 눈을 끔뻑끔뻑한다. 꾸니는 좀 초조해져서 손톱이라도 깨물고 싶었지만 애써 메리를 마주 본다. 






 

 "어어." 

 

 메리는 제 목에서 튀어나가는 목소리가 낯설다. 늘 똑똑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메린데, 이꾸니한테는 그게 잘 안된다. 그리고 특히 지금은 완전히 안 되었었다. 메리는 드디어 생각이란 걸 하려고 해본다. 자신이 왜 꾸니한테 그런 행동을 했는지, 그러니까 입술을 비벼대다가 심지어 혀까지 넣었는지 그런 걸 검토해보는 거다. 방금 한 행동을 뭐라고 하지? 키스. 키스는 누구랑 하는 거지? 좋아하는 사람이랑 한다. 그러면 정메리는 이꾸니를 좋아하나? 좋아하는 거 같아. 얼마나? 키스하고 싶을 만큼. 키스 다음에는 뭐가 있을까? 섹스. 정메리는 이꾸니랑 섹스가 하고 싶은 건가? 섹스를 할 정도로 좋아하는 건가? .......




 "꾸니야, 나, 너를, 좋아하는 거 같아." 

 "무...뭐?" 

 "내가, 이꾸니, 너를 좋아하나 봐." 


 더듬거리면서 내뱉은 말은 정말 바보 같았고 단어 선택마저도 엄청나게 멍청하다. 와, 나 정말 멍청해보이겠구나. 메리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꾸니만 멀뚱멀뚱 쳐다봤다. 정메리가 이꾸니를 좋아한다는 것은 이성적인 사고를 거쳐 나온 결론이었다. 메리는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의외의 사실이기 때문에 분인이 내린 결론을 마음으로 납득하는 데에 스스로도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한 편으로는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정메리가 이꾸니를 좋아한다는 명제는 메리에게는 어쩐지 자연스럽게 느껴졋다. 자신의 모든 행동이 아 그래서 그랬었구나, 하고 이해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꾸니에게는 그게 그렇게 자연스럽지 않은 듯했다. 꾸니는 입과 눈을 크게 벌리고 숨마저 멈추었다. 다음으로는 서서히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메리는 꾸니가 걱정되어 팔을 잡았다. 그러나 꾸니는 더 이상 호락호락 잡혀주지 않고 메리의 손만 스치고 빠져나갔다. 그리고 메리가 더 뒤쫓기 전에 화장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허겁지겁 꾸니 뒤를 따라서 화장실 문을 박차고 나왔지만 꾸니는 방으로 내빼었다. 사내 둘이서 다른 반 애들 앞에서 좋아하느니 싫어하느니 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리 없다. 메리는 눈만 자꾸 꿈뻑이다가 다시 애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어디 갔다왔느냐는 말에 대충 대답을 하면서도 이꾸니 생각만 한다. 그랬던 거였다. 정메리는 이꾸니를 좋아한다. 이렇게 간단한 거였는데 몰랐었다. 오늘은 제대로 이야기도 못했지만, 내일은 꼭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이꾸니랑 이꾸니를 좋아하는 자신에 대해서 생각한다. 꾸니가 설마 싫어서 창백해진 건 아니겠지. 그 정도는 아닐 거다. 어쨋든 아까 닿았을 때의 감각으로는 분명 이꾸니도 섰고 정말 싫은 거라면 서지도 않았을 거다. 좋아하면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하고 생각을 해보는데 좋아하면 사귀는 거다. 지금까지 그런 생각이 든 여자는 없었지만 그 쪽에서 엉겨와서 사귄 경우는 있었고 그 애들은 정메리를 좋아해서 메리랑 사귀고 싶다고 그랬다. 꾸니는 남자지만 메리는 꾸니랑 키스하고 싶고 또 그러니까.. 그 다음까지도..사귀고 나서...그러니까...... 또 열이 나는데도 메리는 혼자 부끄러워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쓴다. 설득할 수 있을까 꼬셔낼 수 있을까. 절로 뒤척이게 된다. 메리는 해 뜰 때가 가까워서야 겨우겨우 잠이 들었다. 







 꾸니는 벽장과 벽 사이 좁은 틈에 틀어박혀서 천천히 숨을 내쉰다. 아직도 반 애들은 술판을 벌이고 있었고 그래서 꾸니랑 메리가 잠시 사라졌던 것도 아무도 모르는 거 같았다. 다행이였다. 뭐 사실 메리야 반의 중심이라 쳐도 꾸니는 존재감도 없으니 모르는 게 당연하다. 그래도 괜히 찔려서 꾸니는 윾타가 잘 자고 있는지도 확인해본다. 다행히 윾타는 숨 잘 쉬면서 잘 잔다. 




 한 숨 돌리자 드디어 메리가 한 말에 대해서 고민해 볼 생각이 든다. 아까는 정말 너무너무 놀라서 최대한 빨리 도망쳐야겠다고만 느꼈다.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키스란 걸 했는데 그것보다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들은 게 더 놀랍고 충격이었다. 정메리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거는 너무 이상하고 얼토당토 없는 말처럼 느껴졌다. 심지어는 옳지 않은 말처럼 들렸다. 뭐야 이게. 그렇지만 싫지는 않앗다. 오히려 꿈을 꾸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니면 정메리가 뭔가 착각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어쩌면 메리는 자신을 다른 여자애와 헷갈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까 끌어안았을 때 어깨 넓은 걸 다 느꼈을 테니까 그건 아니다. 꾸니는 그러고 한참을 혼자 긍정하고 부정하고 난리를 친다. 


 그렇지만...정말로 메리가 꾸니를 좋아하는 거라면,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우린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꾸니는 천장을 쳐다보았다. 아까 자신을 쳐다보던, 조금은 멍청해보이기까지 하던 메리의 얼굴을 그려본다. 꾸니는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쭉 메리를 좋아해왔다. 메리도 꾸니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러면, 그러면.... 뭐야 이제.. 사귀기라도 해야 할 거 같잖아.... 사귄다는 말을 떠올리니까 기분이 이상하다. 둥실둥실 떠오르는 것도 같고 뜨거운 데로 가라앉는 듯도 하다. 

 








얼음집 홈팠다 이기 이젠 아무리 썰려도 끄떡없노 ㅋㅇㅋ 또 쏠리면 또 올리겠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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