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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ㅅㅋㄹ가 죽은척하기 게임하는 ㅅㅅ

ㅇㅇ(218.157) 2016.10.27 16:28:55
조회 9590 추천 134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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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는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어쩌면 그보다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시작점은 카라마츠의 주먹이었다.




그 날은 밖에 비가 와서 추웠고 돈도 없어서 우리 여섯 쌍둥이는 전원이 집에 남아있었다. 아니, 쥬시마츠는 없었던가?


어쨌든 한가로웠으니까, 그럴 때마다 나는 동생들에게 닥치는대로 참견질을 했는데 닥치는 대로 매몰찬 취급을 받았다. 동생들 사이를 빙빙 돌아다니면, "짜증나!"," 귀찮아!","으, 귀찮다……","…… 죽어!"하고 욕을 먹었다. 때문에 최종적으로 내 목표가 된건 카라마츠였다. 이러나 저러나 형제에게는 완전 다정한 카라마츠. 동생들에게는 초콜릿위에 초콜릿 소스를 뿌린 것같이 달콤한 태도로 무르게 구는것에 비하면 나에 대한 태도는 상당히 짜지만, 그래도 다른 동생들보다는 훨씬 상냥한 편이다. 그리고 고집에 약하다.



"카라마츠으-"


어리광부리는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자 자신이 타겟이 된 것을 깨달은 듯, 카라마츠가 "켁"하고 귀엽지 않은 목소리를 내며 미간을 찌푸렸다. 밥상 앞에 책상다리로 앉은 카라마츠는 언제나처럼 거울을 들여다 보던 일을 어느새 멈추고 한가롭게 귤을 벗기고 있었다. 내가 카라마츠에게 다가가자, 카라마츠를 제외한 동생들은 서로 짠 것처럼 밥상으로부터 멀어져서는 방 모퉁이에 자리잡았다. 엣, 뭐냐 그 태도는 심한거 아냐? 형아 슬프네.



"카라마츠-, 동생들이 너무 가혹하다구."

"헤이 브라더, 그럴 때는 정적과 고독에 몸을 맡기고 이 금단의 과실을 고독한 입에 넣는게 어떤가!"

"히익! 아프다 아파, 엄마아! 뭐야 그거? 의미 모르겠다고?"

"형님, 조용히 귤을 먹어라."



위태롭게도 갈비뼈가 부러질 뻔 했지만, 귀엽네 이 녀석.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는건 역시 외로우니까 카라마츠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내 눈 앞에 놓인 귤을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다시 한번 더 툭 건드리자 귤이 카라마츠 쪽으로 굴러가버렸다.


"……먹지 않는건가?"

"아니, 먹을거야."

"응?"

"먹을거야. 껍질 벗겨줘."

"엣?"

"카라마츠가 껍질 벗겨서 형아 먹여줘."

"하아?"

"아, 흰 줄무늬 부분은 깨끗하게 없애줘야 해."



찌릿하고 나를 노려보는 카라마츠의 어깨에 내 어깨를 갖다붙이고는 머리로 카라마츠의 뺨을 부벼댔다. "오소마츠, 싫다" 비명을 지르는 것은 상관하지 않고, 부볐다. 울상을 할 정도로 귀찮다면 그냥 피해버리면 그만인데 귀찮아하면서도 일단 상대해주는 카라마츠는 역시 상냥해. 그렇지만,


"귤 껍질은 벗겨주지 않을거니까! 그 정도는 직접 해라!"



귤 껍질은 안 벗겨 주는 것 같다. 차갑다. 끔찍하다. 형아가 이렇게 부탁하는데.



"카라마츠 멍청이. 냉혈한! 죽일 놈! 너네 엄마 참외배꼽이다!"

"그렇게 말하면 너네 엄마도 참외배꼽이거든."



나의 뺨 부비기 공격으로 조금 뺨을 붉히던 카라마츠가 어이없다는듯 한숨을 내쉬며 다시 내 앞에 귤을 놓는다. 제길, 카라마츠 주제에 건방지네. 더군다나 나 알고있다고? 내가 아니고 동생들 중 누군가였다면 너 헤실헤실거리면서 귤 껍질 벗겨줄거잖아. "훗, 어쩔 수 없는 형제로군."하고 말하면서, 흰 줄무늬도 열심히 떼어 줄거잖아. 그런데! 나에게는! 이렇게나 인색한거냐! 바보 자식!


형에게도 좀 더 친절해지라고. 나는 카라마츠가 아까부터 부지런히 흰 줄무늬를 떼어내어서 반질반질해진 귤을 통째로 빼앗아 한 입에 먹었다. 아, 달콤하다. 맛있다.



"아, 오소마츠!!"

"히야-, 달다! 달어!"



하얀 부분 겨우 다 떼어냈는데! 하며 부르짖는 카라마츠를 보며 낄낄대며 웃었더니 머리에 묵직한 충격이 가해졌다.



"크헥"



눈앞에 불꽃이 튀었다. 상하 치아가 거친 소리를 내며 부딪치고 턱 전체로 저릿한 통증이 퍼진다. 그때서야 충격을 직접 받은 정수리의 통증이 폭발했다.



"아파아아아아아!"



욱신거리는 정수리를 두 손으로 감싸고 바닥을 뒹굴었다. 잠깐 두개골 깨진 거 아냐? 뇌수 빠져나온거 아냐? 진심으로 그런 걱정을 하게 만드는 마츠노가의 힘 자랑, 마츠노 카라마츠의 혼신의 주먹이다. 치명적인 무기다. 단연코 형제 중에서 이걸 맞은 적이 있는 건 나 뿐이다. 이런 온리 원, 기쁘지 않다고.



"지금 건 오소마츠 형이 잘못했어. "

"……자업자득."

" 아프겠다- 꼴사나운데."



심한 아픔에 고통스러워 하는 나를 보고도 동생들은 보통때와 같이 냉담하다. 형아 섭섭해...좀 신경써줬으면 했던 것 뿐이잖아. 주먹질이라니 끔찍하다. 너무해. 아 이젠 마음에 상처났다. 산산조각났어.


나는 뒹굴던 자세에서 손을 다다미 위로 떨어뜨렸다. 마츠노 오소마츠, 동생들의 냉대에 마음을 다쳐서, 사망. 이런 나레이션을 실제로 입으로 소리내어 말 했는데, 동생들에게 완전히 무시당했다. 젠장, 드라이 몬스터가 증식중인거냐.


"혀, 형님……?"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방금 나에게 무자비한 주먹을 휘둘렀던 카라마츠가 죽은척을 하고 있는 나를 재미있다는 듯이 반짝반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형님! 오소마츠 형님! 정신차려라!!"


카라마츠는 당황한 연기를 하면서 나에게 달려와 내 가슴에 귀을 댔다.




"……심장이, 움직이지 않아!"


아니, 움직이고 있는데.


"호흡이……아아! 멈췄다!"


아니, 열심히 호흡하고 있는데.



뭔가가 포인트를 찌른 것인지, 카라마츠는 나의 죽은척 연기에 전력으로 어울려주려는 모양이다. 그런 마음이라면 나도 좀 더 완벽히 시체가 되기로 했다. 전신의 힘을 빼고, 오소마츠 형님을 부르며 처절한 얼굴을 한(그러나 연기) 카라마츠가 내 몸을 흔드는 대로 흔들리면서 허공을 쳐다봤다.



"엥, 뭐야? 뭔가 시작됐어?"

혼란스런 쵸로마츠의 목소리는 무시하고 나는 그저 시체가 되어 그곳에 존재할 뿐이었다.



"형님……어째서……누가 형님을 이렇게……용서 못 해……용서 못 해! 누구냐! 귤을 훔쳐먹은 보복으로 형님을 박살내버린 녀석은!!"

"푸핫!! 그건 너잖아!"



카라마츠가 내 배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면서 한 말에 시체를 연기하던 나는 무심코 웃음을 터뜨렸다.



"오, 형님 살아났군. 나의 승리다."

"엣, 이거 그런 룰이었어?"



우는 연기를 하던 카라 마츠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웃었다. 왠지 잘 모르는 룰 때문에 진 것 같아 억울했지만 패배한 나는 어쩔 수 없이 카라마츠 몫의 귤 껍질을 깠다.


"형님이 죽은 척을 계속하지 못하면 내가 이기고 계속 죽은척을 한다면 형님의 승리다."

"뭐야, 그거. 내 쪽이 압도적으로 불리하잖아. 적어도 제한시간은 정하라고."

"그런가? 그렇다면 죽은척을 시작하고부터 십분은 어떤가? 아까 전의 것도 충분히 10분 내에 들기 때문에 역시 나의 승리지만."

"쳇, 그럼 어쩔 수 없네."



순간적인 생각으로 시작된 게임에 가볍게 규칙을 만든 순간부터 긴 싸움이 벌어졌다. 나와 카라마츠의 " 죽은척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다음 날, 카라마츠가 화장실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죽어 있었다. 카라마츠가 황급히 나에게 다가와서 맥박과 호흡을 확인했다.


"죽…… 죽었어……!!"


쿠웅!!는 효과음이 들리는 듯한 표정에, 쓸데없는 연기력이라며 웃음이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오소마츠 형 죽은거야!? 정말로!?"

"아니야, 쥬시마츠 형."

"이 녀석들 얼마 전부터 이상한 짓 하고 놀아. 정말이지 바보 형들이...."



동생들의 신랄한 말이 가슴에 쿡쿡 박히지만 거기에 반응해서도 안 된다. 잠자코 조용히 죽은 척. 눈 앞에서는 카라마츠가 뭔가를 생각 하는건지 허공을 바라보고있다. 무슨 생각하는 거야, 이 녀석. 난 어지간한 일로는 살아나지 않을거라고?



"아아, 죽어서 더욱 아름다운 공주님!! 부디 이 저의 뜨거운 키-스로 눈을……"

"....뜨지 않아!! 키-스하지 마라!! 푸핫!"


그리고 공주님이 뭐야 공주님이!! 아파파파팟,갈비뼈! 이렇게 막이 내렸기 때문에, 또 다시 당하고 말았다며 나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전 연극부 두렵다. 좀처럼 이길 수가 없다. 빌어먹을.




또 다음 날, 파칭코에서 털렸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전속력으로 집에 돌아가니 이층 침실에서 카라마츠가 죽어있었다. 나는 불쾌한 기분을 던져버리고 카라마츠가 여태껏 했던 것처럼 허겁지겁 카라마츠의 곁으로 뛰어가서 무릎을 꿇었다.



"카……카라마츠……!"


카라마츠의 가슴에 귀를 댔다. 당연히 심장은 움직이고 있다.


"심장…… 멈췄어!"


거듭하지만, 심장은 움직이고 있다. 죽은 척 게임, 처음의 공수교대다. 나는 카라마츠의 몸을 붙든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아직 따뜻해……마사지하면 살아나겠지……?"


진지한 얼굴로 중얼거리면서 카라마츠의 벨트에 손을 가져갔다.


"어디를 마사지할 생각이냐!"


카라마츠가 초조해져서 벌떡 일어나다. 네, 나의 승리-.





하면 한다. 당하면 반격하다. 그런 식으로 나와 카라마츠의 죽은 척 전쟁은 나날이 반복됐다. 모두 함께 간 목욕탕에서 머리를 감다가 갑자기 죽은 나를 살린 것은 고추 달린채로 여자를 연기한 카라마츠였고 그 때 인공 호흡이라며 키스를 했다. 아마 그 전에 내가 이상한 곳을 마사지하려던 것에 대한 보복이겠지. 그 답례로 아침에 일어난 나의 배 위에서 카라마츠가 죽었을 때 내 쪽에서 키스를 했다. 그렇지만 역시 이미 한번 해봐서 그런가, 입술을 붙인 정도로는 되살아나지 않는다. 다른 방법이 없으니 내친김에 혀도 넣어보았다. 카라마츠는 벌떡 일어났다. 얼굴이 붉어져서 조금 귀여웠다.




그쯤에서 점점 '어라 이거 뭔가 이상한데?' 하고 생각하게 됐다. 아니, 확실히 죽은척을 하는 쪽이 반응하면 진다는 규칙이지만 꼭 키스로 반응하게 만들 필요는 없잖아? 카라마츠가 못 참고 소리를 낼 때까지 카라마츠의 입 속을 할짝할짝할 필요가 없잖아?


카라마츠도 카라마츠다. 츄츗츗츗 안타까운 키스를 해오다니, 내가 기다리다 못 참고 혀 내밀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지 말라구. 최초의 연기력은 어디로 간거야? 뜨거운 키-스라고 말했던 주제에. 형과의 키스라서 그런거야?


카라마츠가 기분좋은 목소리를 내게 되면 멈춰야 한다. 왜냐하면 거기서 카라마츠의 패배니까. 반대상황일 때는 내가 혀를 내민 시점에서 나의 패배다. 내 혀가 어찌됐던간에, 너는 좀 더 소리내는거 참아보라고. 힘내. 형아 좀 더 카라마츠의 입 속 날름거리고 싶어. 뭣하면 마사지도 하고 싶다구.


무섭네. 고작 게임, 단순한 놀이였을텐데.



"……하아, 혀, 형님."

"아- 정말! 좀 더 참지, 지금 좋았는데에-"

"하, 하지만 형님의 키스, 기분이 좋아서.."

"으으으응!! 귀엽잖아 이 녀석! 좋아! 한번 더! 다시 해, 다시! 카라마츠 한번 더 죽어!"

"아, 알겠다."


툭, 다다미에 힘없이 떨어진 카라마츠의 손을 내려다보면서 어느순간부터 이렇게 되어버린건지 고개를 갸웃했다.


"오소마츠, 아직인가……?"

"아, 이 자식. 확실히 죽으라고, 바보."




뭐, 그래도 카라마츠는 귀엽고 키스는 기분 좋으니까 괜찮지 않나. 더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가늘게 눈을 뜬 카라마츠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젖은 입술이, 엄청 맛있어 보인다.



"오소마츠형과 카라마츠형 세크로스?"

"그것만은 참아 줬으면 좋겠는데."

"저기, 저 녀석들 왜 늘상 우리들 앞에서 저런 짓 하는거야?"

"자각 없는 거 아냐?"

"아, 이치마츠가 죽었어."



내가 카라마츠에게 다가가면 동생들은 평소엔 방 구석에서 뭔가 소근소근 이야기를 하는데, 오늘은 이치마츠가 죽은 것 같다. 엣, 설마 참전? 죽기 전에 "쿠소마츠만 소생가능"이라고 외치던데. 형아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이해 못하겠고, 지금 카라마츠는 본인이 소생하느라고 바쁘니까. 그러니까 미안.


이치마츠, 평생 거기서 죽어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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