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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원에 대한 잡설.

ㄹㄹ(39.112) 2016.06.30 21:21:55
조회 1681 추천 15 댓글 4

정말 정말 하찮은 잡탕, 잡생각이라 부끄럽지만 제목을 붙인다면 '이방원-추방과 독립'이려나.

예전에 포은의 죽음이 조선의 첫 세자 책봉과 무인정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 대충 푼 글.(https://gall.dcinside.com/jeongdojeon/130439)의 2탄...일지도

ㅎㅎ

정말정말 하찮은 내용이라 가볍게 읽고...이상한 점 있음 얘기해 줘!!

역피셜+챌정+육룡+(용의눈물:근데 용눈의 이방원은 젊은시절도 완성된 느낌이라ㅋㅋ)이 버무러진 괴랄한....생각임. 



1.생물학적인 아버지, 이성계. 이방원에게 친부인 이성계의 존재감은, 육룡에서 이방원 아역시절에 다뤘지만 드라마보다 더 어마어마했을 듯. 이성계는 최영과 더불어 고려를 주름잡는 명장이었으니까. 육룡에선 첫 번째 우상인 아버지가 이인임에게 무릎을 꿇으며 무너지는 모습을 너무 어린 나이에 일찍 목격했고,듣도 보도 못한 웬 사내(삼봉)가 두 번째 우상이 되고 말았지만. 역피셜로 생각하면 성장기 내내 아버지 이성계는 그야말로 거대한 산이었겠지. 과거에 합격하고 그 대단한 아버지의 인정을 받았을 때의 기쁨이 어땠을까. 생각하니 짠하


2. 정신적인 아버지들. 

과거에 합격하고 자신만의 인맥을 형성해나갈 때,한창 감수성 풍부하고 열정적인 시기에 아버지의 친구인 포은과 삼봉을 만났는데, 이 두 사람은 이방원에게 제2의 아버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물론 부친인 이성계만한 영향력은 아니었겠지만, 무장인 이성계와 달리 문관인 이방원에게 사상적, 정치적인 영향을 이 두 사람이 많이 주었겠지. 챌정에서 방원인 두 사람을 숙부로, 육룡에선 스승님, 용눈에서도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방원이 삼봉을 숙부라 불렀던 것 같은데(삼봉이 죽기 전 방원일 조카님이라 부른 건 기억남.) 숙부란 단어에 좀 더 개인적인 친밀감이 들어갔다면 스승이란 칭호는, 음, 유교의 군사부일체를 떠오르게끔 하지 않아? 여하튼 두 단어 다, '아버지'와 맞닿아 있어. 

역피셜에서 삼포와 조선 건국 전 이방원의 관계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성계와 막역한 사이였던 삼포를 생각하면 삼포가 이방원에게 남다른 영향을 주었을 거란 추측이 억측은 아닐 것 같다. 이건 어디까지 내 상상인데, 1392년 선지교 사건 전까지의 이방원은 아버지들의 세계를 동경하는 마음과 독립하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줄다리기하지 않았을까. 아버지 이성계가 고려의 무력을 장악하고 삼포가 고려 조정의 주축이 되면서 이방원의 입지도 탄탄해졌겠지. 그렇지만 세 사람의 그림자가 늘, 이방원을 쫓아다녔을 것 같다. 야심만만한 이방원은 세 사람의 영향력을 십분 활용하면서도 내심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싶지 않았을까...상상해 봤어. 


3. 그리고, 선지교.

포은을 격살했을 때 이방원은 26살이었잖아. 이방원을 범인의 시각으로 판단하는 건 정말...같잖게까지 느껴지는데ㅠㅜㅜㅜ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망상이니까. 

선지교에서 정몽주를 죽일 때의 이방원은 삼봉을 죽일 때와 달리 치기랄까, 미숙함이 느껴져. 내 멋대로 판단이야. 이성계의 진노와 이후의 세자 책봉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정치적으로 포은 격살은 악수였다고 생각하는데(왜 악수라 판단했는지는 위의 링크 참조), 26살의 청년이 자신이 저지른 행동이 미칠 정치적 영향을 계산하지 못한 건 넘기더라도, 벌건 백주대낮에 한 나라의 집정대신을 살해한 건(용눈,챌정,육룡 모두 한밤중에 포은을 죽인 것으로 연출했지만)...이방원의 초조와 불안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좀 더 이성적이었다면, 능숙했다면 밤중에 죽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네. 그런데 한편으론 이방원의 치기나 오만함이 엿보이는 것 같기도 해. 대낮에 고려 성리학의 비조이자 덕망 높은 재상인 그 포은 정몽주를 살해하고, 게다가 정몽주의 살해를 획책한 것이 자신인 걸 굳이 숨기려 들지도 않은 걸 생각하면...동경과 독립 사이에서 독립 쪽으로 기울었던 듯해. 순전히 망상이지만, '봐라, 우유부단한 아버지들, 어른들과 달리 나는 대(이방원의 입장에서)를 위해 정몽주를 죽였다. 이성계 장군도, 삼봉 정도전도 못한 것을 내가 했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나...싶기도 하다. 


4. 결?

선지교 사건의 정치적인 영향은 차치하고, 한 개인인 이방원에게 이 사건의 의미는 아버지들의 세계에서 추방이자 독립이었을 거라 생각해. 이성계와 정도전은 이방원의 행동을 용인하지 않았어. 두 사람은 이방원을 멀리했고... 이방원은 갑작스럽게 두 아버지에게서 쫓겨났지. 타의적인 추방이었지만 한편으론 오히려 이것을 계기로 이방원은 더 성장했을 거야. 그리고 선지교 사건의 '실수'를 다듬어서, 완벽에 가까운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게 바로 제1차 왕자의 난이고. 진짜 이 때의 이방원은...우아하고 냉혹하고 잔인해서...ㄷㄷㄷ 어..그런데 삼포를 '아버지'로 설정하고 보니...이방원은 생물학적인 아버지를 정치적으로 죽였고 제2의 아버지들은 제 손으로 목숨을 빼앗았잖아...와 진짜.....감탄사가 나오네...ㄷㄷㄷ 진짜....26살에서 33살까지 7년간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생각하면 정말...누누히 말하는데 역사가 소설보다 더 잔인하고 더 극적이다ㄷㄷ



5.사족

아버지의 살해에서 자연스럽게 오이디푸스를 떠올렸어. 근데ㅋㅋㅋ 이방원은...생각해 보니 오이디푸스보다 더한 놈이잖아ㅋㅋㅋㅋ오이디푸스는 죄책감에 제 눈을 찔렀는데 이방원은 아버지들을 죽이고도ㅋㅋㅋㅋ감정에 휘둘리지 않았으니까. 하기야 이방원은 생물학적인 아버지는 죽이지 않았지만(정치적 생명은 가차없이 끊었지.). 정치적인 판단과 사적인 감정을 완벽하게 구분한 게 군왕 태종의 매력이라 생각해. 그리고 시오노 나나미의 역사관은 ㅈㄴ 싫어하지만 이 제목만은 쏙 마음에 들어서 붙여주고 싶어.


이방원, 혹은 우아한 냉혹(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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