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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공실은 예전부터 비를 참 좋아했었다.

지금은 귀신 때문에 싫어하게 됬지만, 어쨌든 옛날엔 비를 많이 좋아했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나가서 비를 맞고 들어오기도 했다.

 다음 날엔 감기가 걸리곤 했지만, 그래도 비는 정말 좋아했다.

 하지만 오늘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자신을 동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비가 참 싫었다. 그냥 세상 모든 것이 다 자신을 동정하고 있는 것 같았다.

 동정 받는 기분이 얼마나 기분이 나쁜지 모를 것이다.

 동정 받는다는건, 자신을 밑에 두고 위로한다는 뜻이기도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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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공실. "

 그가 좋지 않은 표정으로 공실에게 말을 건넸다.

왜, 무슨 일인걸까, 저렇게 어두운 표정은 여태것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 왜..요? "

" 미안하게됬어. 니가 질렸어. "

" 왜요..? 그럼 이건 이별통보인건가. 흐, 장난이 과해요! 연기자해도 되겠는걸요? "

" 이게 지금 장난으로 보이나? "

 어느 때 보다 차가워진 말투에 다소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공실이 살짝 눈물을 글썽이자, 중원이 약간 움찔 한 기색이 보였다.

마음 여리고, 울보인 것이 이때만큼은 죽을 만큼 싫었다.차라리 그냥 개념없고, 무식한 여자로 태어날걸 그랬다.

 공실이 생각치 못한 중원의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선 화장실로 향했다.

 중원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무슨 생각으로 나온거야 태공실.

 거울 앞에 섰다. 평소와는 사뭇 다른 공실이었다.

넘어져도 일어나고, 씩씩하던 공실이었건만, 지금 만큼은 누구보다 여리고, 어린 공실이었다.

 이런 공실을 보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눈을 위 아래로 흘기며 화장실을 나섰다.

 밖에서의 사람들의 대화가 들렸다.

 안들렸어도 뻔한 내용이었다.

' 어머, 저 사람 차였나봐? '

' 얘, 다 들리겠다. 아, 재수없어. 그냥 가자. '

 정말 이 순간 만큼은 죽고싶었다.

앞으로 살아도 사는게 아닐 것만 같았다.

 사람들은 원한다. 드라마의 주인공, 특히 여자주인공이 무슨 일이 있어도, 당당하고 힘차고 밝기를.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당당할 수 있을까.

 그 드라마의 여주인공도 실제로 그럴 수 있을까.

 어찌되었든, 빨리 중원의 곁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다.

 제발 다신 마주치질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며 그 곳을 빠져나왔다.

빠져나오긴 했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또 무엇을 해야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공실이 자주 가던 곳으로 가기로 했다.

옥상.

항상 삶이 지치고 힘들 때마다 갔던 곳이다.

지금 그 곳을 가면 죽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크긴 하겠지만,

계단을 올라가면서 다짐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죽지는 말자.

 막상 올라오니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혼자이고 싶은데, 몇몇 학생들이 있었다.

 화장도 번져서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고 싶진 않았는데.

 공실이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과 숙덕거림이 들려왔다.

정말 뛰어내리고만 싶었다.

하지만 중원앞에서 당당해져야한다.

한 발짝 더 가고 나니,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말투와 신발.

그 위로는 중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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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에는 차가운 공실의 시체만이 따뜻하게 누워있었다.

서로를 밑에서 위로, 위에서 밑으로 바라보는 셈인거다.

그렇게 따뜻한 한 쌍의 연인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다시 혼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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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ㅅ.. 후 못 쓰겠다.

요즘따라 소재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