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집안 , 넓은 침대위에 혼자 누워서 핸드폰의 화면만 켰다 껐다 하는 중원 . 몇번을 반복하다가 핸드폰을 그자리에 내려놓고 천장을 바라본다 . 천장에는 창틀 사이로 비치는 달빛의 그림자가 있었다 . 멀뚱멀뚱 쳐다보고 깊이 숨을 들이 마시고 . 중원은 그냥 새벽공기와 고요한 정적이 좋았을 뿐이다 . 그렇게 바라보다가 잠에 든 중원 . 침대 옆 작은 서랍위에는 조그만한 종이에 여자 글씨체인 \' 주중원 \' 이라고 써져있는 것도 보였다 .



다음날 아침 , 잠에서 깨어난 중원은 평소와 똑같이 욕실 , 부엌 , 드레스룸 이 순서로 하루를 시작했다 . 중원은 킹덤 사장으로써 일은 정말 칼같이 한다 . 출근한 중원은 똑같은 패턴으로 미팅하고 각 매장 점검하고 점심먹고 또 미팅과 회의등 분주했다 . 그리고 집에 들어오는게 중원의 하루 일과다 . 금수저 금수저 라고 하지만 금수저도 바쁘다 . 중원은 연세가 있으신 귀도를 대신해 비서를 하나 더 채용했으며 좋겠다는 제안을 내 면접을 3일동안 보기로 했다 . 면접자들을 보기 위해 모아놨던 서류들을 가지고 집으로 귀가하는 중원 . 하나하나 살펴보는 중원 . 눈이 아플만한데도 정자세로 면접자들 서류만 보고 있는 중원이다 .



대기업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접수한 면접자들은 어마어마했다 . 대략 320 대 1 이였다 . 262번까지 본 중원 . 263으로 넘기려던 찰나 중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 화면에는 박기우 라는 이름이 떴다 . 중원은 하루종일 무표정이 였던 얼굴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표정을 띄운듯 했다 .



\'\' 여보세요 ? \'\'



\'\' 왜 \'\'



\'\' 야 , 친구가 보고싶어서 전화했다는데 왜라니 ! 서운하게 \'\'



\'\' 용건이 있어서 전화한거 잖아 .... \'\'



\'\' 어디 아퍼 ? 목소리가 왜이리 다운되셨을까 ? \'\'



\'\' .... 그냥 .. 지겹다 . 똑같은 일상 , 패턴  \'\'



\'\' 설마 ... 태공실 ... 그 여자애 때문이야 ? 또 ? 아직도 못잊었어 ? 너도 독하다 , 독해 \'\'



\'\' ... 시끄럽고 용건이나 말해 . \'\'



\'\' 이틀뒤 면접 보는거 내 여동생 좀 뽑아줘 . 일자리 없다고 징징댄단 말이야 . 내회사에 자리가 없으니깐 상부상조 하자 . 응 ? 내가 거하게 쏠께  ! \'\'



\'\' 철 좀 들어라 인마 . 안그래도 너 여동생 인적사항 봤다 . 난 냉정하게 뽑을꺼니깐 큰 기대 하지마 . 끈어 . \'\'



중원은 피식 웃으며 통화를 마쳤다 . 통화 하다가 창문 틈으로 바람이 들어온건지 263을 지나치고 264번으로 펼쳐있었다 . 중원은 눈치 못채고 덤덤히 264번의 인적사항을 살펴봤다 . 하지만 기우랑 통화하고 아직도 못잊냐는 말이 자꾸 생각나자 한숨을 쉬는 중원 . 자리에 일어나 서재로 들어간다 . 서재 뒤에 또다른 문이 보인다 . 꿀꺽 침을 삼키고는 손을 쥐었다폈다 하면서 열까말까 고민을 하는 중원 . 그때 서재 밖에서 성란의 목소리에 다시 거실로 나온다 .



\'\' 고모 오셨어요 ? \'\'



\'\' 그래 , 뭐했길래 땀이 맺혀있니 ? 아픈건 아니지 ? \'\'



\'\' ...아니예요 \'\'



\'\' 너 설마 .. 아직도 방실인가 그여자 못잊은거니 ? \'\'



\'\' ... 아니니깐 용건만 간단히 말해주세요 . 피곤해요 . \'\'



\'\' 오 , 그래 그래 . 면접자 수가 많다며 그래서 고모부랑 나눠서 보라고 . \'\'



\'\' 알았어요 , 내일 아침에 조율할께요 . \'\'



#


다음날 회사에 출근한 중원은 고모부인 부사장과 상의해 어제 본 264번까지 면접 심사하고 그 뒷번호는 부사장이 맡기로 했다 . 면접은 오후 3시부터 시작된다 . 중원은 점심식사를 마친후 바람 좀 쐬러 회사 건물 앞 공원으로 나갔다 . 한걸음 한걸음 뒷짐을 지고 주변을 둘러보며 걷고 있는데 나무 뒷편에 조그만한 고양이가 앉아있었다 . 중원은 조심스레 고양이에게 다가가는데 도망가지도 않았다 . 고양이를 한번 쓰다듬을려고 하니 자신의 손등에 보이는 흉터 . 중원은 잠시 자신의 흉터를 바라보더니 고양이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었다 . 미소를 띄는 중원 .




아웅다웅 하다보니 어느새 면접 시간이 다가오고 중원은 준비해 놓은 면접실로 들어섰다 . 자리는 3자리가 있었고 가운데에 앉는 중원 . 양쪽으로는 귀도와 고모가 앉았다 . 그리 긴장되는건 아니지만 처음 시도해보는 거라서 긴장되는건 없지 않아 있었다 . 물을 마시고 목을 축인뒤 면접은 시작되었다 . 한명이라도 마음에 드는 면접자가 몇몇 나올줄 알았는데 시간이 8시를 넘어가도 스타일과 말하는 태도 , 대답은 거기서 거기일뿐 . 오히려 지루했다 . 263번 차례가 되자 중원은 못보던 인적사항이라 좀 당황스러웠다 . 면접자에 대해 알아야 면접을 보는게 예의지만 그렇다고 면접을 안볼수는 없으니 . 중원은 축 늘어졌던 몸을 다시 일으켜 들어오라고 말한다 . 또각또각 구두소리와 함께 들어오는 263번  면접자 .




\'\' 안녕하십니까 ? 263번 면접자 , 태공실입니다 ! \'\'




당돌한 목소리에 그제서야 인적사항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어 앞을 쳐다보는 중원 . 눈이 휘둥그레 커지고 손에 힘이 들어갔다 . 태공실이다 , 분명히 태공실이다 . 중원은 계속 멍하니 공실만 바라보았다 . 긴장했는지 두뺨이 발그레 물들어있었다 . 중원이가 공실의 인사를 끝으로 진행을 이어가지 않자 귀도가 중원의 어깨를 툭툭 쳤다 . 그제서야 아 라는 말을 내뱉고 면접을 다시 이어갔다 . 하지만 중원이 외에 성란도 귀도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 성란은 그새 참지 못하고 공실에게 질문했다 .




\'\' 방실씨 , 우리 모르겠어요 ? \'\'



\'\' 네 ? 오늘 처음 뵙는거 같은데요 .. \'\'



\'\' 처음 뵙는거 같다고 ? 우리 중원이 마음 고생 시켜놓고 이제와서 모르겠다는 수작이니 ? \'\'



\'\' 아니요 .. 그게 무슨 .. \'\'



\'\' 고모 !! 그만하세요 ! 미안해요 태공실씨 , 이만 나가도 됩니다 . \'\'



\'\' 아 .. 네 ! 안녕히 계세요 . \'\'




밤 9시가 되서야 중원이가 맡은 면접자까지 전부다 끝냈다 . 사장실로 돌아온 중원은 다급히 귀도를 불렀다 . 사장실에 들어온 귀도는 중원의 질문을 예상했다는듯이 중원이 앞에 두장의 서류를 올려놓는다 . 중원은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자신에게 건넨 서류를 보고 피식 웃었다 .



\'\' 주군이 태공실에 대해 알아보라 할껏 같으셔셔 미리 뽑아놨습니다 . \'\'



\'\' 하 , 정말 . 역시 믿는 사람은 김실장님 뿐이네요 . \'\'



\'\' 근데 태양이 21살 , 30살에 사고를 당했다네요 . \'\'



\'\' 두번이나요 ? 무슨 사고인지 아세요 ? \'\'



\'\' 글쎄요 , 알아봐도 나오질 않네요 . \'\'



\'\' 알겠습니다 .. 이만 퇴근하세요 . 약 꼭 챙겨드시구요 . \'\'



중원은 귀도가 나가고 손가락으로 앉아있는 의자의 손잡이를 계속 두드리며 생각하더니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



\'\' 태공실 , 계속 환하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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