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글이란 참 독특한 것

무명글쟁이(14.39) 2021.02.04 18:17:07
조회 715 추천 10 댓글 12



글이란 참 독특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글이 어디에 담겼는가에 따라서 다르게 읽히죠.

PC에서 볼 때의 느낌이 다르고, 종이로 출력해서 볼 때의 느낌이 다르고, 책으로 볼 때의 느낌이 다릅니다.

저는 주로 한글 프로그램 바탕체 10포인트 크기로 원고 작업을 하는데, 줄곧 이 상태로 원고를 보다가 출판사에서 교정을 보기 시작하면 어색함을 느낍니다.

한글에서 길게 늘어져 있던 글들이 책 판형에 따라 가로로는 짧아지고, 세로로는 훅 늘어나면서, 게다가 편집자 분의 교정 내용까지 더해지면, 아 이게 진짜 내가 쓴 글이던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래서 가끔은 한글에서 글을 쓰다가 대략적인 책 크기를 상상하며 판형을 짜보기도 하는데요.


한글 프로그램에서 F7을 누르면 판형 조절이 가능하니, 책을 준비하는 분들은 원고를 쓰시다가 이렇게 대략적인 책 사이즈로 자신의 글을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요즘에도 정통적인 방식으로 교정지를 뽑아 주고받는 출판사도 많다고 하지만, 저는 책 작업 할 때는 다 PDF 파일을 받아서 교정을 합니다. PDF 파일로 보다가 아, 종이로 뽑아서 봐야겠다, 싶을 때는 프린트해서 보는데 분명 같은 글인데도 PC로 볼 때와 종이에 인쇄된 글을 볼 때는 그 느낌이 달라요.


글이란 참 독특하죠.


똑같은 글을 A게시판, B게시판, C게시판에 올리면, A, B 사람들은 좋게 읽어주는데, C에서는 악평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저한테는 가끔 문갤이 이 C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똑같은 작가지망생 커뮤니티더라도 C는 익명에 기대어서인지, 다른 곳보다 조금 더 힐난하는 느낌이랄까요. 얼마전에는 누군가 저더러 문갤을 놀이터 삼아 드나든다고 댓글을 달았던데, 다들 문갤을 놀이터로 생각하는 거 아닌가요. 저는 가끔 글을 쓰다가, 아 나는 요즘 글을 잘 쓰고 있나, 글이 봐줄 만 할까, 싶을 때 부러 문갤에 들러 글 하나씩 툭툭 던져보고 가는데요. 그런 점에서 저는 문갤을 놀이터로 생각하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글이란 참 독특하죠.


문갤은 주로 시나 소설을 쓰려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는 데뷔는 소설로 했지만, 주로 쓰는 글은 에세이입니다.

이승우 소설가는 '우리 문학에 좋은 에세이가 없어서일 수도 있겠으나 에세이에 대한 인정이 박해서, 말하자면 에세이를 문학으로 인정하지 않는 의식 때문에 우리 문학에서 에세이가 약해진 거' 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물론 국내에 나오는 에세이가 위로, 힐링, 퇴사, 여행, 우울증 같은 맨 같은 이야기만 늘어놓는 책들만 나와서 한국에서는 에세이가 문학으로 인정을 못 받는 거 같기도 합니다. 근데 문갤에서 수필 쓰시는 분들 없나요?


어쨌든, 여하튼, 하여간, 하여튼, 아무튼, 어째서인지 글이란 참 독특합니다.

쓰는 사람은 분명 한 사람인데, 어디에서 어떤 매체로 누구에게 읽히느냐에 따라 달리 읽히니까요. 그게 글의 매력이라면 매력이겠습니다만.


퇴근 전에, 주절주절 하고 갑니다. 총총.



이대로 가면 아쉬우니까, 문갤에 학생 aka 급식도 많은 거 같아요.


원고 쓸 때 아주 기본적인 팁을 몇 가지 얘기하자면.


0. 글쓰기의 불변의 진리라면, 똘아이가 아닌 이상 왼쪽에서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쓴다는 겁니다. 이것만 알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죠.

1. 원고 쓸 땐 들여쓰기 하지 말고 쓰세요. 나중에 편집자가 조판할 때 하나하나 땡겨야 합니다.

2. 한글에서 F7 눌러서 책사이즈로 내 글은 어떻게 보일까 보는 것도 괜찮겠고.

3. 한글에서 문서정보-문서통계 보면 원고지 몇장 썼는가 나옵니다. 요즘 단행본은 원고지 5~600매 정도면 됩니다. 갈수록 책이 작고 얇아져서 이 분량은 점점 줄어들 거 같긴 하네요.


너무 기본적인 것들이라 팁이라고 하긴 민망하지만, 모르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서. 그럼 이만. 총총.



추천 비추천

10

고정닉 2

2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예인 안됐으면 어쩔 뻔, 누가 봐도 천상 연예인은? 운영자 24/06/17 - -
201490 통섭회장이다 수정했다 [6] ㅇㅇ(39.119) 21.02.14 542 4
201484 통섭회 운영자에게 [1] ㅇㅇ(125.180) 21.02.14 483 9
201450 종이로 만든 집 [3] ㅇㅇ(221.150) 21.02.13 305 4
201449 옛날부터 좋은 작가가 되려면 상처가 많아야한다고 [7] ㅇㅇ(110.70) 21.02.13 741 12
201431 문붕이 웹진 만듬... [15] ㅇㅇ(39.119) 21.02.13 752 7
201381 귀를 막아도 울음소리가 들린다. TV소리도 들리고 [2] ㅇㅇ(221.150) 21.02.12 291 7
201365 키스 [6] 뫼르달(175.200) 21.02.12 552 10
201348 <키위의 행방> ( 세말잇기) [10] 고미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12 266 4
201339 시) 블랙 미러 [3] 184.583(175.192) 21.02.11 285 7
201338 시...?) 인간은 무엇으로 보여지는가에 대한 국어적 정의 [4] 184.583(175.192) 21.02.11 269 4
201326 시) 불길은 춤추리라 [6] ㅇㅇㅇ(1.232) 21.02.11 318 13
201322 보물찾기 [3] 고미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11 217 3
201321 in medias res [7] 소념(118.235) 21.02.11 500 4
201316 군압일학 [5] 기막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11 347 13
201315 설연휴맞아 시썼다 [2] ㅇㅇ(106.102) 21.02.11 249 6
201300 이야기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예술을 얘기하자면 [7] ㅇㅇ(211.179) 21.02.10 322 5
201295 중앙대 C강사가 누구냐? [7] ㅇㅇ(1.216) 21.02.10 909 7
201291 민낯 [12] ㅇㅇㅇㅇ(118.47) 21.02.10 288 4
201290 고2때글썼던거 보고있는데 현타뒤지게오네 [8] 차칸사람시즌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10 588 6
201285 짧은시 - 좆 [9] 노오력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10 477 13
201259 문학교과서에서 한국문학은 거의 날려야 된다고 보지를 않으시나요? [6] ㅇㅇ(121.163) 21.02.09 507 12
201238 시가 너무 좋아요 [9] 멧돌(218.154) 21.02.09 619 12
201228 대중 수준이 낮다는 건 지극히 오만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7] ㅇㅇ(116.125) 21.02.08 529 10
201222 그냥 14살때 쓴 시 [4] 뽈때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08 498 8
201206 문창과 재학생들이 답이 안 나오는 이유 [14] ㅇㅇ(211.36) 21.02.08 2047 33
201204 에고만 남은 문갤러 상대하는 방법 [5] ㅇㅇ(223.38) 21.02.08 355 5
201200 신춘 세계 일보 가독성이 떨어지는건지 읽지를 못하겠음 [6] (1.234) 21.02.08 423 4
201193 21.02.08 [3] 5픽서폿빼고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08 651 14
201180 문창(과) 순기능 . [6] 건달(211.111) 21.02.07 794 22
201178 단대 문창 붙음 [8] ㅇㅇ(211.36) 21.02.07 658 9
201174 꿈길.시 [8] ㅇㅇ(121.165) 21.02.07 185 3
201141 시 - 촛불 [13] 재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06 511 14
201135 예전에 도서관에서 자비출판 소설을 빌려본 적이 있는데 [9] ㅇㅇ(114.199) 21.02.06 599 8
201128 20살 시 한 편 썼는데 읽어봐주세요 [9] ㅇㅇ(211.112) 21.02.06 478 6
201116 빈민가의 비틀즈 [5] rn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06 514 9
201114 표절 범죄자들은 응징해야 제맛 [6] ㅎㅎ(121.145) 21.02.06 363 7
201113 날이 춥다 [7] 녹두부전탱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06 280 8
201103 위대하신 왼손(㔫遜) 님의 찬미와 불령한 나무 무리에 대한 비판 [3] ㅇㅇ(183.106) 21.02.05 112 6
201097 혼불은 근데 솔직히 좀 [4] ㅇㅇㅇ(39.7) 21.02.05 707 3
201072 물음표새끼 몇살이냐?ㅋㅋ [6] ㅇㅇ(223.33) 21.02.04 357 11
201061 횟집 [5] 흡합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2.04 175 5
글이란 참 독특한 것 [12] 무명글쟁이(14.39) 21.02.04 715 10
201034 난 글 존나 안 쓴다. [5] 건달(211.111) 21.02.04 377 4
201023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상당히 괜찮아 보이네 [8] ㅇㅇ(223.62) 21.02.03 1052 8
201019 문창 지망하는 좆고딩들에게 [3] ㅇㅇ(211.36) 21.02.03 691 10
201013 세 번째 출간 소망 [12] 무명글쟁이(14.39) 21.02.03 365 5
201010 문창과 서열 알려드림 [4] ㅇㅇ(175.204) 21.02.03 961 7
200994 슬픈 얘기 [10] ㅇㅇ(211.179) 21.02.03 485 6
200984 고딩때 자연계열 선택한 게 천추의 한이다 [6] ㅇㅇ(39.121) 21.02.02 379 3
200983 낭만캠퍼스 문창과 [9] ㅇㅇ(14.7) 21.02.02 644 1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