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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는 어떤가요

소념(183.101) 2021.02.23 14:50:50
조회 460 추천 4 댓글 14

역사

소금 유동식


그것은 태초의 일이었다

하나님은 인간을 자기 집에 창조하셨다

그것도 자기 형상 그대로 지어주셨다


하나님의 형상ㅡ

그것은 영원한 생명

그것은 어두움 없는 광명

그것은 끝없는 사랑이었다

의지와 자유가

情과 이성이

조화된 완전한 인격이었다


그가 있는 곳은

의와 사랑이 넘쳐 흐르며

美와 善과 眞理가 가득 찼다


이것이 하나님 아버지의 형상

인간의 형상이었다


아버지의 집 ㅡ

고통도 죽음도 없는 낙원

밝고 아름다운 곳 그리고

따스한 사랑과 기쁨이 넘쳐 흐르는 곳

젖과 꿀이 흐르는 곳이었다.


인간 ㅡ 인간은

아버지의 집을 내 집으로 영원히

축복 속에 살고 지낼 고향으로 지음 받고

아버지의 형상 속에 살고 지낼 인간이었다


우주가 탐하여 찬미하는

축복받은 인간이었다


기뻤다 인간은 너무나도 기뻤다

복되었다 인간은 너무나도 복되었다

기쁨도 행복도 스스로 견디기 어려우리만치 ㅡ


인간은 만족하였다

자기가 받은 축복이 얼마나 만족한 것인가 알고 자랑하였다


만족의 꿈과 자랑의 거만 속엔

魔가 숨어든다


"옳아 나는 이만하면 부족없이 살 수 있도다

이 세상 어딜 가도 살 수 있는 나로다

아버지 하나님 없이도 충분히 살 수 있는 나로다

구태여 아버지 집에 의지하여 살 것 무엇이랴

나도 아버지와 같이 내가 주인되어

나 홀로 살아보리라

멀리 멀리 타향으로 떠나가서ㅡ"


하나님만이 인간이 섬길 주인이었고

하늘나라 그곳만이 인간이 영원토록

살고 지낼 고향이었다

아버지 사랑에 의지하고서만

영원한 축복 중에 살고 지낼 인간들

아버지 집은 인간의 것이었고

아버지의 재산은 모두 인간의 것이었다


작은 인간ㅡ

제게 받은 재산 그것만으로

제 홀로 주인이 되어 타향 멀리 살려 들었다


아버지 없는 자유의 생활만 꿈꾸어가며

한 둘 봇짐을 싸고 있었다


보따리 속에는 꽤나 크게 보이는

인격도 사랑도 자유도 이성도 생명도

가득하니 들어 있는 것만 같았다


인간은 만족하였다

이만치 크면 아버지 없이도 영원히

영화를 누리면서 살 수 있는 양 자만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큰 하나의 보따리였다

영원히 샘솟고 언제나 풍부한

아버지의 무한한 그것은 아니었다.


* * * * *


이버지 집을 뒤에다 두고 인간은

멀리 멀리 보이지 않는 타향을 향하여

정처없이 방랑의 길을 떠나버렸다


자유로운 것 같았다

인간은 자기가 주인인 것 같았다

고향과 아버지 떠나 제 홀로 만족히 살 수 있는 것만 같았다


이국정서는 새로움을 주었고

주막의 하룻밤은 유쾌한듯 싶었다


술이 있고 창기가 있었다

인간이 지고나온 보따리 속에는

무한한 재산이 있는 것만 같았다


가진 재산을 기울여가며 유쾌한듯

방탕생활은 시작되었다


* * * * *


날이 가고 날이 옴을 몰랐다

봄이 가고 여름 지나 落葉의 가을이 옴을 몰랐고

낮이 지나 춥고 어두운 밤이 옴을 몰랐다

병들어 감을 몰랐고 보따리 가벼워 감을 몰랐다


나무 떠난 가지의 생명이 그 얼마나 길 것이며

고향 떠난 路費가 그 얼마나 계속되랴


가을이 왔다

황혼이 짙어졌다

잎은 떨어지고 눈은 어두워지며

바람은 殺氣찬 겨울밤 싸ㅡ늘한 공기를 품어 주었다


인간은 불안에 떨기 시작하였다

기근과 죽음은 눈앞을 위협하고

보따리는 어느덧 밑이 보였다


빛은 없어지고 어둡고 추운 겨울밤이 닥쳐왔다

불안은 고통으로

빈약은 굶주림으로 변하였다


떨리는 다리 굽어진 허리 다ㅡ헐은 옷ㅡ

이제는 굶주린 배만 움켜쥐고

이름도 성도 모르는 타향집 처마 밑을

구걸하며 헤매었다


옛 주막도 찾아보았다

아무도 온정을 베푸는 자 없었다

유쾌하게 맞아주던 창기까지도

욕으로 물리치었다


* * * * *


이제 남은 연명책은 제 홀로 자랑하던

간교한 지혜에 호소할 수밖에

대용식을 찾아 제 배를 속이는 수밖에 없었다


대용식ㅡ 그것은

인간이 먹고 지낼 음식 아닌

콩껍질 밥찌꺼기 도야지죽이었다


도야지죽ㅡ

마르고 생기없는 콩껍질 철학이었고

빛깔 좋아 보이는 팥껍질 예술이었다

밥찌꺼기 정치와 경제가 있고

힘없는 비지떡 과학이 있었다


옛 흔적만이 남아있는 빈 보따리 가지고도

넉넉히 얻을 도야지 밥이었다

굶주린 그는 이것도 다행인듯 걸신들게 먹었다


굶주린 그에겐 대용식 돼지죽도

넉넉히 연명책을 해결하여 주는 듯

철학이 인생 실마리를 풀어주는 듯

예술이 목마른 인생을 축여 주는 것 같았다

과학이 헐어빠진 누더기를 기워 주며

교육이 병든 몸 되잡아 주고

정치가 사회와 역사를 바로 잡는 것 같았다


비었던 보따리엔

자유도 이성도 인격도 생명까지도

또다시 어느덧 채워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가 대용이요

껍데기요 가짜였다

보따리엔 생명대신 죽음만이 가득 찼다


* * * * *


물 떠난 고기다 생명 있으면 몇 날이랴

하나님 떠난 인간이 돼지죽으로

연명하면 몇 날이나 연명하랴


몸은 쇠약하고 눈은 어두워지고

남루한 옷 말라 비틀어가는 주름살하고

옛 고향 모습이란 찾아볼 나위조차 없었다


이제는 얼어드는 겨울밤 한 거리에

굶주린 배만 끌어안은 채

이름도 없이 죽어갈 인간의 운명이었다


* * * * *


마지막 남은 단 하나의 길이 있다

그것은 도적질

살인 약탈이었다


배신과 사기 모략과 흉계

시기와 질투 증오와 허위

침략과 전쟁의 길만이 남아 있었다


죽어가는 그에게 못할 일 무엇이랴

죄악 죄악으로 마지막 연명책을 단행하여 보았다 ㅡ 마는

그것은 어디까지나 단말마의 소위였다


죄악은 사망을 낳는다

하나님을 배신하고 멀리 떠난 죄악은

죽음에까지 이르고야 말았다


이제는 어둡고 차디찬 죽음만이 앞을 가로막았다


절망ㅡ

인간은 깊은 죽음의 절망 속에 빠져 버렸다


嗚呼라 이 죽음의 골짜기로부터

누가 나를 구한단 말이냐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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