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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황병승이 진짜 최고라고 생각하는 게

ㅇㅇ(116.36) 2023.08.06 12:11:40
조회 756 추천 7 댓글 23

그리고 계속되는 밤

-황병승

알코홀릭alchoholic, 그것은 연약한 한 존재가 자신을 열정적으로 위로하고 있다는 뜻이다


나빠질 때까지, 더 나빠질 때까지


스스로 대답해야 하는 존재들, 끝없이 질문하는 존재들과도 같이, 지구 바깥에, 허공에 집을 짓는 사람들


그런 시절이 있었지

그때는 나도 너처럼 말수가 적었고

감당할 수 없는 질문엔 얼굴을 붉혔다

험한 말을 늘어놓지도 않았고 가끔 술을 마시기는 했지만

즐기는 편은 아니었어…… 대신 호주머니에 돈이 좀 있을 땐

꿈꾸는 약을 샀지 매일 밤 계속될 것만 같은 아름다운 꿈들

돌이켜보면 조금은 지루하기도 했던 것 같군

아름답다는 건 때로 사람을 맥 빠지게 만드는 어떤 결심

같은 것이기도 하니까


종교를 갖는다는 것, 찬물로 세수를 해라 이 엄마가 죽도록 때려줄 테다


공허해질 때까지, 더없이 공허해질 때까지


언젠가는 밤새도록 책이란 것도 읽었지

너처럼 책 속에서 오래도록 생각에 잠겼고

형제들에게 버림받은 짐승처럼

종이 속에 묻혀 조금 울기도 했지

그래 손등은 보드라웠고 뺨은 희었다

아! 뺨이 참 희었는데…… 너는 믿지 못하겠지만

그때도 여전히 내가 누구인지 몰랐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그저 언제나 다그치고 몰아세우는

내가 나의 부모였으니까


웨이트리스waitress, 네가 먹을 음식과 네가 먹다 남긴 음식을 치워주겠다는 뜻이다


나빠질 수 없을 때까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때까지





A발화
까지.
A발화
B에피소드
A발화
까지.
B에피소드
A발화
까지.


이런 완벽한 구조들을 아예

시마다 다 다르게 모든 힘을 다해서 전부 다 시도 했고


남들에게 '전위'라고 불렸던 어떤 실험적인

고독한 글쓰기에서도


자기 뽕에 취하는 게 아니라

정서적으로 아름다운 센텐스,

그 자체로 그것도 치명적인 아름다운 센텐스를

치명적인 노력으로 뽑아내면서


이걸 구조적으로 완벽하게 반복 변주하여

음악성까지 쟁취했다는 거임


내일은 프로에서 보여지는 피츠의 대화/발화는

황병승 발화 문법의 정점임.


아직 내가 만족하는 만큼 치열하게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내가 들여다보기 위해 접근하는 것 조차 감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완성도라서 못하는 것도 있음.)


'실험'한답시고 어줍잖은 문장으로 떼우는 게 아니라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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