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정세영 기자] “명예회복이요? 함 두고봅시더.”

삼성의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구장에서 만난 장원삼(34)이 눈빛을 번뜩였다.

장원삼에게 지난 2016시즌은 악몽과 같았다. 처참한 성적이었다. 시즌 성적은 5승8패 평균자책점 7.01. 7.01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자신의 프로 데뷔 후 최악의 성적. 또, 승수가 5승 이하로 떨어진 건 히어로즈(현 넥센) 시절인 2009시즌(4승8패) 이후 7년 만이다. 허리와 목 부분에 계속되는 통증이 시즌 내내 장원삼을 괴롭혔고, 부상 탓에 피칭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 계속된 부진으로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아픔까지 겪었다. 짝수 해 강하다고 해서 ‘짝원삼’이라는 별명이 무색한 시즌이었다.

장원삼은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두자릿수 승수가 보장된 투수였다. 2006년 프로 데뷔 첫해 12승(6패)을 따내며 혜성같이 등장한 그는 2015시즌까지 무려 7번이나 두자릿 수 승수 이상을 거뒀다. 특히, 2012시즌에는 17승을 기록하며 리그 다승왕 타이틀도 차지했다. 이후 3년간은 13승, 11승, 10승으로 꾸준히 ‘10승 훈장’을 달았다.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두둑한 배짱과 날카로운 제구력이 일품이었다.

장원삼은 2016시즌을 두고 “많은 것을 돌아보게 만든 시즌”이라고 했다. 그는 “아파서 못 던졌다는 핑계는 대기 싫다. 결국은 내가 관리를 제대로 못했던 것이다. 많이 반성했고, 많은 것을 느꼈다. 과거는 영광은 과거의 일이다. 지나간 일은 잊어야 한다. 다시 출발하면 된다. 그래서 올 시즌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부진으로 올해 장원삼의 입지가 확 줄었다. 선발 경쟁을 해야 한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새 외국인 투수 2명에 윤성환, 우규민으로 이어지는 4선발은 확정했다. 나머지 한 자리를 경쟁을 통해 결정된다. 장원삼은 역시 경쟁을 해야 한다. 장원삼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누구보다 새 시즌 준비에 공을 들였다. 지난 시즌 종료 직후에는 마무리캠프에 참가를 자청했고, 비활동기간에도 몸 만들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오키나와 캠프를 앞두고는 약 한 달 일찍 캠프지로 넘어갔다.

현재 아픈 곳은 없다. 장원삼은 “사실 몸 관리라는 것은 남의 일인 줄 알았다. 나이가 드니 달라졌다.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몸을 만들었다. 현재 아픈 곳이 한 군데도 없다. 아픈 곳이 없으니 던질 맛은 난다”고 웃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장원삼은 “나는 운이 좋은 선수였던 것 같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그냥 데뷔 후부터 뭔가 잘 풀렸다”고 설명했다. ‘운도 실력이 아니냐’고 하자, 장원삼은 “올해는 그간의 성적이 운이였는지, 내 실력인지를 확인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그래서 올해 모든 것을 걸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절치부심하며 재기의 칼을 갈 고 있는 장원삼의 새 시즌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