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글이니 어느 정도 장문 양해 바라고,

먼저 짚고 넘어가는 팩트 두 가지.

1. 동민정음은 원형마을 생활 내에서 장동민 혼자 고민해서 나온 전략이라는 걸 감안했을 때 상당히 대단함.

시청자들은 방구석에서 결과 다 보면서 편하게 대가리 굴리면서 보는 상황임에도 당시 댓글에 이진법이 더 낫니 알파벳이 더 낫니 개소리하던 애들과는 비교 안됨.

적어도 그분들보고 저기서 생판 첨으로 저거 외워라고 했으면 녹 주 녹 주 하나하나 아주 균형을 맞춰주시면서 고루고루 주셨을게 뻔함.

2.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단시간 내에 자신만의 전략을 완성해서 완벽한 암기력을 보여준 조준호는 더 대단함.

결론은 장동민 << 조준호

조준호가 더 좋은 플레이를 보여준 원인으로는 단순암기력, 전략의 우수성이 있는데 암기력은 그냥 장동민이 머리가 딸린 거니 따질 필요도 없고,

나는 이 암기력의 차이가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원인, 곧 동민정음의 결함에 대해서 써볼게. 구어체가 글쓰기 편하니까 양해해줘.

장동민은 본인의 룰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거나, 그것을 암기법에 접목시키지 못했어.

몇 주 전의 포커 게임과 비교해보면, 카드를 주는 사람은 본인이 줘야 할 것뿐만 아니라 상대팀이 주고 싶은 카드도 생각하고 막아야 해. 알파고나 고우리가 메이드를 막았던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이 게임에서 장동민의 룰은 그냥 자기 꺼만 오질나게 외워서 뽑으면 돼. 조준호가 뭘 뽑든 말든 자기만 초록색 칩을 존나게 뽑으면 승리할 확률이 비약적으로 커지기 때문이야. 실제로 박현석 손태호가 비슷한 실력이기만 했어도 마동이 결국 이겼을껄?

문제는 동민정음은 녹색 주황색 칩 전체를 외우는 방법이야. 이게 더 문제인 건 칩 색깔이 두개라는 점에서 결국 자기 칩 아니면 상대 칩이고, 자기 색만 외워도 나머지는 상대 칩이라는 점이야. 그런데 굳이 녹색 주황색을 암기 내용에 전부, 그것도 별개로 포함시키고, 그 걸 세 개씩 한 줄로 묶어야 하니 꾺쪾눞 이런 이상한 글자가 탄생하게 되고 암기에 무리가 오는 거지.

물론 한글이라는 테마 자체가 결국 글자를 9개로 함축시켜주니 메리트가 있는 건 확실하고, 이 한글 내에서 더 쉽고 간단하게 함축시킬 방법이 내 머리 속에선 떠오르지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이 한글이 가진 한계(초성 중성 종성으로 나눠야 함, 발음의 유사, 가독성)가 암기의 난이도를 오히려 상승시켜 버리는 거지.

글솜씨가 없어서 이해가 될지 모르겠네. 쉽게 말하면 한글은 이런 연상 기억법에서 좋은 테마인 건 맞지만, 적어도 이 게임 내에선 최적화되고 효율성을 뽑아내기에 한계가 있는 방법이란 말.

81개를 3X3으로 나눠서 9개를 외운다는 건, 결국 27개를 9개로 연상시켜 조금 더 쉽게 외우는 방법 그 이상은 되지 않아.

더군다나 이 문제는 두 번째 판단 미스와 맞물리게 되는데,

이 빙고 게임판을 실제로 보면서 플레이하면 상당히 단순해. 그냥 존나 막으면 되거든. 더군다나 밑에서부터 쌓기 때문에 겜 자체가 잘 안끝나. 아마 8X8 내에서 끝내기가 더 어려울껄?

근데 문제는 박현석, 손태호는 외워서 플레이해야 한다는거. 일반적인 사람의 두뇌로는 두 가지 색의 칩이 하나하나 쌓이는 걸 다 외우는 것도 어려운데, 본인이 직접 플레이까지 해야 한다?

결국 열 몇개가 쌓일 때부터 실수가 나올 수 밖에 없고, 64개는 커녕 반도 채우기 전에 게임이 끝나게 된다는 말이지. 그럼 많아도 30~35개 내에서는 게임이 끝나게 되고, 칩 주는 사람은 본인 색깔의 칩을 15개 ~ 20개 내에서만 외우면 돼.

칩 배치도는 9개 영역에서 81갠데 게임상 9개 영역이 골고루 선택될 것을 감안하면 하나의 영역에서 2개에서 많아도 3개만 외우면 끝. 

게다가 이 게임은 A5가 녹색인지 주황색인지 맞춰야 되는 게임도 아니고, 하나의 영역 내 9개 칩 중에서 자기가 외운 자기 색깔 칩만 순서대로 불러주면 되는 게임이기까지 해.

근데 앞서 말했듯이 동민정음은 굳이 81개를 다 외워서 거기서 결국 자기 것을 골라내기 까지 해야 하는 전략이잖아? 실수가 생길 수 밖에 없었어.

이제 조준호의 전략을 살펴보자면, 81개를 9개 영역으로만 나눠서 그 안에서도 주황색 칩만 하나의 그림으로 연상시켜 버리는 전략이야.

사실 너무 간단하지만, 이것 자체가 이 전략이 최적화 된 전략이란 증거야.

본인이 해야 할 것이 단순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것을 정말 쉬운 방법으로 완성시킨 완벽에 가까운 전략이지.

글이 쓰잘데기없이 길어진 느낌이 있네.

말은 길게 해놨지만,

사실 81개를 27개로 나누고 그걸 또 3개씩 묶어서 9개를 외우는 것보다, 40개를 9개로 나누어 그 중에서도 외울 수 있는 것만 외우는 게 더 쉬운 암기법인 건 너무 당연한 거잖아? 

이 게임 내에서 장동민과 조준호의 역할은 동일하게 단순했어. 1만 해도 본인의 역할은 90퍼, 정말 최악의 수를 생각해도 2만 하면 됐어.

그러나 장동민은 1만 해내면 이기는 것을 10을 하려 한 전략이었고,

조준호는 2는 애초에 시발 모르겠고 1만 완벽히 해낼 수 있는 전략을 짠거야.

누가 더 잘할 지는 어느 정도 당연한 수순이었어.

이 글을 쓴 이유는 장동민의 전략을 까려는 게 아니야.

맨 처음에 말했듯이 비범하고 창의적인 전략이긴 하지만,

조준호의 전략이 조금 더 평범해 보일지라도 더 효율적이었다는 거지.

그러니까 몇개 못외웠다고 이때다 싶어 너무 까진 말고, 좋은 플레이로 재미와 놀라움을 준 조준호를 좀 칭찬해주자. 이 시발놈드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