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멍멍 주인님 다녀오셨어요!
- 어... 우... 뒈질것 같네.
- 뭔놈의 술을 그렇게 마셨어?
- 마시고 싶어 마시냐, 다 살려고 마시는 거지...
- 어이구 핑계는 좋아...
아침부터 속을 긁는 마누라.
- 아 꿀물이나 갖다줘... 북어국을 끓이든가....
- 에효....
마누라는 눈을 흘기며 방을 나간다.
분위기를 짐작했는지 옆에 있던 개새끼, 안절부절 못한다.
- 절로 꺼져 확...
다 알아듣고 나가버리는 개새끼.
요즘 망년회에, 바이어 접대회식에, 헌동은 아주 죽을 맛이다.
'아... 시발.. 암보험을 몇개 더 들까나...'
- 아빠
- 응?
- 나 용돈.
- 응? 엄마가 안줬니?
- 그건 엄마용돈, 아빠용돈 따로따로 헤헤
아이고 이놈아 너도 본격 수탈전선에 합류하는구나.
지갑에서 만원짜리 두장 꺼내주는 헌동.
최근들어 와이프 생활비를 대폭올려줬다.
그래도 나름 알뜰하게 살림하는 마누라지만,
아들에게 들어가는 교육비가 장난이 아닌가 보다.
학원을 도대체 몇개나 다니는 건지.
어차피 공부할 놈들은 학원 안보내줘도 다 알아서 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애들은 학원 안가면 방과후에 할게 없단다.
또래 친구들이 다 학원을 가버리니 같이 놀사람이 없어지는거다.
끽해야 피시방가는 정도이니,
차라리 부모들은 학원 보내버리는걸 선택한다.
' 나 어릴땐 참, 골목에 애들이 바글바글 거렸는데'
온갖 문명의 혜택을 다 받고 있지만, 요새 애들도 참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출근길.
헌동은 운전대를 안잡은지 오래 됐다.
늘 미어터지는 전철을 이용한다.
뉴스도 보고, 주식도 보고, 자리가 나면 앉아 눈을 붙이고...
비단 헌동 뿐만 아니다.
다 똑같이 사는것 같다.
자기같은 사람이 앞에서있고, 자기같은 사람이 옆에 앉아 졸고있고,
자기같은 사람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양산형 가장들.
점점 삶이 더 축 늘어지는 것 같다.
나이가 들고 직책이 올라가서, 연봉도 올라가면
돈도 더 잘 모이고, 더 안정될줄 알았다.
중형차도 사고, 완공된지 얼마안된 브랜드 아파트도 들어가고...
현실은 시발 걸어다니는 ATM이다.
들어오는 돈 만큼 나가는 돈도 많다.
교육비며, 각종 경조사비, 공과금, 관리비, 종류도 참 개같이 많은 보험료, 등등...
말하면 끝도 없다.
거기다가 나중에 자식새끼 원망 안살려면 뭐라도 물려줘야 될거 아닌가.
아니 당장에 대학은? 결혼은?
하.. 이 나이먹고도 부모님 도움 받고싶은 중압감.
개같은 세상.
마누라 하나, 아들하나, 개새끼하나
헌동은 축 늘어진 인생여행의 멤버를 딱 여기까지만 한정지었다.
둘째 계획을 아예 접었지.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니까.
주식이나 빵 터졌으면 좋겠다.
'형제차야... 한번만 터져줘라... 아주 빵!'
- 탕구대리,
- 예 과장님.
- 오늘 접대 따라갈래?
- 하하... 형님 한번만 봐주세요. 오늘도 늦으면 마누라 친정갈듯요.
- 이런 씨발, 우리 남편들 설자리는 어디냐!
- 하하... 그.. 그렇죠.
근처에 있다가, 헌동이 하는 말을 들은 여직원들, 눈빛들이 아주 불손한것 같다.
'아주 저년들 눈깔을 확 그냥...'
아주 지 밖에 모르는 년들.
꼭 생리휴가 금요일에 내는년들.
업무시간에 딴짓하고 있다가 일 던져주면
개엿같이 불쌍한 표정 짓고 힝힝 되는년들.
년들 밑으로 들어온 잦사원들은 참 불쌍하다.
온갖 희롱섞인 말도 다 들어줘야 되고,
비위라도 거슬렸다간 왕따를 당하니.
햐.
말이냐.
오늘도 바이어 회식이 있다.
집에 일찍가긴 글렀다.
- 탕구야, 왜... 시발, 이건 시간외 근무로 안쳐주는거냐...
- 하하하.. 그.. 글쎼요.
새벽 2시.
헌동은 현관문 앞에 서있다.
오늘은 다른날 보다 더 거나하게 취했다.
- 아.. 씨.. 도어락 비번이... 음냐.. 음냐....
삐삐 삐... 빽! 오류
삐삐 삐... 빽! 오류
'아.... 뭐지...? 왜 안열려... 마누라가 바꿨냐? 이런썅?'
문안쪽에서 사그락 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개새끼가 문 긁는 소리일거다.
다시 다시.
삐삐 삐... 띵동.
'오.. 오.. 마누라 미안~'
거실에 암등하나 켜져있다.
마누라는 방에 들어가 자나 보다.
코앞에 개새끼가 꼬리를 흔들고 있다.
좋다고 달려들면, 헌동이 발로 찬다는 걸 알고 미리 물러서 있다.
아주 영악한 개새끼.
'그래도 시파.. 2시까지 안자고 기다리는건 너뿐이구나'
헌동은 가만히 개새끼 눈높이에 맞춰 쭈그려 앉아본다.
- 마, 일루 와바.
개새끼, 눈치만 보고 안온다.
그래, 한번 제대로 쓰다듬은적도 없으니까...
마누라 등에 떠밀려,
개새끼와 산책을 나가면 헌동은 그냥 벤치에만 앉아 있는다.
개새끼 입장에선 아주 속터질 일이지.
헌동, 목소리를 부드럽게 가다듬어본다.
-음음,, 그래 우리 개새끼~ 오늘도 나 기다렸니 ~ 우쭈쭈 일로 와봐~
개새끼가 꼬리를 살랑 살랑 흔들며 슬며시 다가온다.
이 개새끼 나중에 말도 하는거아냐? 싶다.
- 개새끼가 뭐니 , 개새끼가... 해철이 들을까 무섭다.
부스스하게 방에서 나오는 마누라.
- 아... 안잤어?
- 깼어.. 뭐해 언능 씻구자...
- 그.. 그래야지...
헌동은 고개를 돌려 개새끼를 봤다.
꼬리를 살랑 살랑 두번 흔들고, 쇼파옆 지자리로 가는 개새끼.
그래... 마누라 보다 니가 낫다..
늦게 왔다고 구박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시발, 더 오랜만이라서 더 반갑다, 이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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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이 안올려지네.
오타 많은거 미안하다야.
워낙 개눈깔이라.
5-2. '부장 김동식 과장' 이라고 해놨더만 과장 지우면 된다, 쏘리.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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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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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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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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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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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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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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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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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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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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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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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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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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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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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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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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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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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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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결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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