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첫이라 벌써 휘발중이라 굵..세사 정도가 될 듯
눈이 막 감기는데 이 기분이 사라지는 게 너무 아쉬워서..
주관에 의한 감상적 후기고 샤 위주의 후기가 될 거야

미리 밝혀둘게
나는 판타지 소재를 좋아하지 않아
샤의 목소리도 개취로 호는 아니었어
그런데 갑자기 보고싶더라 왜인지는 나도 몰라
사실 지금도 모르겠어

드라큘라.
시작이 참 강렬해
어둡고 음산한데 매력적인 오버추어, 피로 물든 십자가.
그리고 드라큘라의 성. 조나단이 도착하고 드라큘라 백작이 등장.
정말로 몇백년을 살았다 해도 믿을 수 있을 외모의 할아버지.
조금 무섭기까지한 기괴한 얼굴...
그 쭈글쭈글한 주름살이 무색할 정도로 형형한 기백.
이 부분에서 많이 놀란 게 샤의 대사톤.
형용하긴 어려운데 굉장히 매력적이었어.
심지어 섹시하기까지 해.
그리고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나 자신에게도 좀 놀랄 새도 없이
피, 신선한 피...
피를 마시고 장갑을 벗고 모자를 벗고 얼굴을 드는 샤큘은
섹시함과  파워의 응집 같았어.
그야말로 영원한 젊음을 시각화한다면 딱 그의 모습일 거야.
그 정도로 아름다웠어. 무서울 정도로 아름답더라.
음색이 넘버에 너무 잘 어울려서 한소절 한소절이 심장을 쾅쾅 치는 기분.
음색이 호는 아니어도 어울리는 넘버는 참 좋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힘을 얻은 드라큘라는 런던으로 향해.
그리고 미나를 만나지.
둘의 대화가 재밌어.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없다는 드라큘라 백작은 영원한 사랑을 믿어.  
삶에 있어서 의외의 행복을 믿는 미나는 영원한 사랑같은 건 없다고 하지.
사실 영원한 사랑은 모든 예술의 불멸의 키워드이기도 하지만
현실의 대다수는 아마 미나같을 거야.
이유는 다르겠지만 영원은 판타지가 되어버린 지 오래.
사랑도 진실도 그 어디쯤에 있고.

그래서인지 루시의 신랑감 간택장면과도 대비되는
드라큘라의 오래된 순애보는 드라큘라의 존재보다 더 판타지같아.
시간도 피와 어둠의 고통조차도 지울 수 없었던, 사랑.
사랑을 믿는다는 그 대사가 슬프면서도 꿈처럼 좋았다.

드라큘라가 들려주는 왕자와 공주의 이야기. 기실은 본인의 이야기지
이 넘버에서 너무 놀랐다. 그 고운 음색이 꾀꼴함과는 다른데 뭐라고 해야하지
오묘한 현악기같은 느낌이야 결이 곱지만은 않은데 그게 너무 매력적이더라.
공기가 많이 들어있는 아이스크림? 그런 거 먹는 기분.
중간중간 초콜릿이나 과일이나 쿠키같은 게 들어있어서 즐거움을 배가시켜주고.
그토록 곱게 노래하던 왕자가 연인을 잃고 신을 잃고 자신마저 잃고 우는데...
그게 땀이 나고 소름이 돋을 정도였어
운다기보다는 울부짖음 어디로부터 나오는지도
알 수 없는 엄청난 절망. 아픔 .. 분노 슬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절절한 울부짖음같은 사랑고백을
미나는 받아들이지 않아.
그 뒤로 이어지는 드라큘라의 러브송은 달콤한 사랑노래가 아니야.
날 좀 봐줘요 사랑해줘요 제발 버리지 말아요
내 삶의 이유는 너뿐이야.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목숨을 건 세레나데.

이어지는 결혼식씬보다도 미나와 조나단이 사랑을 속삭일 때
웅크리고 있던 그 등이.. 너무 슬펐어.

미나의 결혼 후 루시를 자신의 창조물로 만들고.
그 무덤가에서 부르는 영원한 삶. 박력넘치고 임팩트있고 너무 잘하더라.
너무 잘해. 마무리도 좋았고.

드라큘라 백작이 창문으로 들어와서 부르는 넘버
그게 또 섹시하고 슬프고 무섭고 아름다워
그리고 잇츠오버. 숨도 못쉬고 봤어 몸 정말 잘 쓰더라
짱짱하고 탄력있고 매력적이고.

그리고.. 이 넘버를 말하고 싶어서 후기를 썼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던 더 롱거 아이 리브.
눈물로 만든 곡 같았어. 아니 눈물로 부르는.
모래에 눈물을 적셔서 뭉쳐놓았는데
그 눈물마저 말라서 바스라진 모래만이 남더라.
그리고 개취도 호불호도 사라졌어.
좋았어. 그딴 거 아무 상관 없을 만큼

보러가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
이런 기분이 참 오랜만인데 행복하다
두서없는 의식의 흐름 글 읽느라 수고 많았어
나는 산책하러 가 또 꿈꾸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