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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갤 문학] 4차에서 나이팅게일 소환하는 소설

몬스터세캔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5.29 22:16:56
조회 11564 추천 225 댓글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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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환의 주문은 똑바로 기억하고 있겠지?"


 다짐을 받듯이 묻는 마토 조켄에게, 카리야는 어둠 속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썩은 내와 시큼한 물 냄새로 가득 찬, 심해와 같은 녹색 어둠. 이곳은 미야마초의 언덕 위에 우뚝 솟은 마토 저택의 지하 깊숙한 곳에 은폐되어 있는 벌레창고다.


 "좋다. 하지만 그 주문 중간에 두 구절, 다른 영창을 끼워 넣도록 해라."

 "갑자기 무슨 소리야?"


 의심스러운 듯 묻는 카리야에게 조켄은 특유의 음침한 웃음을 던졌다.


 "뭐, 별것 아니다. 간단한 거야. 카리야, 네놈의 마술사로서의 격은 다른 마스터들에 비하면 약간 이상으로 뒤떨어지거든. 서번트의 기초능력에도 영향을 줄 게다.

 그렇다면 서번트의 클래스에 보정을 가해서 파라미터 자체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지."


 소환주문의 어레인지에 의한 클래스의 사전 결정이다.

 보통, 불려 나온 영령이 서번트로서의 클래스를 획득할 때에는 그 영령의 속성에 적합한 것이 불가피하게 결정되어 버린다. 그러나 그 예외로 소환자가 사전에 결정할 수 있는 두 가지 클래스가 있다.

 하나는 어새신. 이것은 해당하는 영령이 하산 사바흐의 이름을 얻은 한 무리의 암살자들 중 한 명으로 특정되어 버리기 때문에.

 그리고 나머지 하나의 클래스는, 어떤 부가요소를 집어넣기만 하면 거의 모든 영령을 그 클래스가 되도록 만들 수 있기에.


 "이번에 불러내는 서번트에는 '광화'의 속성을 부가하도록 한다."


 그것이 초래하는 파멸적인 의미를 환영하는 것처럼, 조켄은 만면에 희색을 띠고 선언했다.


 "카리야, 너는 '버서커'의 마스터로서 열심히 일해줘야겠다."




 ◇




 카리야가 소환 의식에 임하기 바로 전날 일어난 일이었다.

 소환 의식은 성배가 행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사고가 일어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지, 일어나기 전엔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아무리 조켄이라 하더라도 소환을 앞둔 술사에게 휴식을 내려주는 정도의 조치는 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카리야의 신체는 이미 엉망진창이었기에, 가만히 누워있는 순간조차 그에겐 고통이었다. 그저 억지로 몸을 쉬게 한다고 자기 스스로를 납득 시키기 위해 누워있을 뿐.

 그렇게라도 누워 있었다면 정말로 조금은 체력을 회복할지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인간인 이상, 가만히 누워만 있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몸은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 않다고 비명을 질러대는데도 착실하게 갈증을 느끼는 목을 축이기 위해 카리야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나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걷는 것에 장애를 느낀 적이 없으나, 이젠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행위마저 치명상으로 이어진다. 조심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딛는 카리야의 모습은 상당히 위태롭게만 보였다.

 그것은 마토 가문에 양자로 들어온 어린 소녀에게도 마찬가지 였을까...


 "카리야 아저씨."


 카리야는 소리가 난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미 망가진 신체였지만, 카리야가 이곳에서 유일하게 호의를 가지고 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의 목소리를 놓칠 리 없었다. 거기에는 토오사카... 아니, 마토 사쿠라가 애처로운 눈으로 카리야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아저씨. 굉장히 힘들어 보여요. 그만 쉬는게 어때요?"

 "걱정해줘서 고맙구나, 사쿠라."


 사쿠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러 카리야는 팔을 뻗으려고 했지만, 생각대로 잘 되지 않자 포기했다.

 그래도 카리야가 뭘 하려 했는지 이해한 사쿠라는 이내 품속에서 다른 물건을 꺼냈다. 그것을 본 순간, 카리야는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저, 사쿠라... 그게, 뭐니?"

 "이거, 받으세요."


 사쿠라가 꺼낸 것은 간호사 복장을 입은 캐릭터 피규어였다.

 지금은 이 자리에 없는 마토 가문의 적자, 신지의 소유물이었지만 신지의 입장에서 그건 그저 뽑기 상품으로 받은 물건들 중 하나일 뿐, 딱히 아끼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사쿠라가 손댄 것을 알면 화낼 터였다.


 "사쿠라, 마음은 고맙지만 그건..."

 "받아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사쿠라는 다소 강요하는 듯이 그것을 카리야에게 억지로 떠넘겼다.

 얼떨결에 인형을 받고 만 카리야는 영문을 모른 채, 인형을 건내고 후다닥 다시 멀어져가는 사쿠라의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만 봤다.




 ◇




 그리하여 시점은 다시 현재로 돌아간다.

 카리야는 영문을 알 수 없지만, 받고 만 인형을 일단 품속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의식이 이루어질 공간에는 가장 어울리지 않을 물건이다만, 사쿠라가 준 조금 특이한 부적이라 생각하고 그걸 손에서 놓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의식이 시작되며, 카리야는 불러낸 영령으로부터 이성을 빼앗고 광기의 클래스로 폄하하는 두 구절을 또박또박 영창한다.


 "...그러나 너는 그 눈을 혼돈으로 흐리고 받들지어다. 너는 광란의 우리에 사로잡힌 자. 나는 그 사슬을 끌어당기는 자...."


 카리야의 몸에 경련이 일어난다. 그의 체내에 기생한 생물들이 자극받아 왕성히 활동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의 몸 구석구석에서 피가 배어 나온다.

 오른쪽 눈에 흐르는 피눈물을 본 순간, 조켄은 망가져가는 '아들'의 모습에 자그마한 쾌락을 느꼈다.

 그것을 알면서도 카리야는 이를 악물고 정신의 고삐를 놓지 않는다. 무심코 그의 왼손이 품속에 넣어둔 인형을 꼬옥 쥐었다.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


 그리고 그것이 기적을 불러온다.

 보통 영령을 소환하는 경우, 술사와 가장 파장이 맞는 영령이 소환된다.

 그러나 촉매에 의한 소환은 그것조차 무시하고 영령을 소환된다. 적의 등 뒤만을 노리는 암살자가 긍지높은 기사왕과 어울릴 리 없으나, 성검의 검집을 쓰면 그것을 불러낼 수 있듯이.

 이건 조켄조차 예상할 수 없었던 변수였다. 아니, 그 누구였어도 이런 전개는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설마 마토 가문의 미래를 위해 받아들였던 토오사카의 계집의 존재가 마토 가문의 미래를 끝장낼 것이라곤 생각할 수 없었겠지.

 사쿠라가 건내준 '인형'. 그것의 의미는 '아저씨가 무사히 낫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술사인 카리야가 품은 마음 또한 사쿠라를 무사히 집에 데려다주고자 하는 마음이 겹쳐 기적을 자아낸다.

 즉.

 인형, 이 아니라.

 인형에 담긴 상념 그 자체가 성유물이 되어, 카리야와 아마 가장 파장이 맞았을 영령을 무시하고, 촉매와 가장 연이 있는 영령을 좌에서 불러낸다.

 누군가를 치료하고자 하는, 광기에 휩쌓인 천사를.




 ◇




 "소환에 응해 찾아왔습니다, 마스터."


 소환 의식이 끝남과 동시에, 마력이 폭풍치면서 일어난 먼지가 시야를 가려 당장 소환한 서번트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가장 먼저 들린 것은, 어딘가 달콤한 느낌마저 드는 여성의 목소리.

 조켄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그의 생각대로라면, 지금의 목소리는 서번트가 낸 것. 그러나 카리야가 불러낸 것은 분명히 버서커였던 것이다. 제대로 된 언어를 구사하는 버서커 따위, 벌써 네 번째 전쟁을 보고 있는 조켄의 경험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불안한 예감에 사로잡힌 조켄은 마음이 급해진 나머지 마스터를 무시하고 서번트에게 말을 걸었다.


 "...이 마술사의 영령이 틀림없다보고 이 늙은이가 말을 걸겠네. 자네는 '버서커'의 서번트인가?"


 소환의 여파로 일어난 연기가 서서히 걷히면서 여성의 모습이 드러났다. 군복을 연상시키는 붉은색의 제복을 입고 있었으며 허리춤에는 권총을 차고 있는 여성이다. 얼핏 보면 평범한 군인이나, 수백년을 산 괴물답게 조켄은 눈앞에 있는 여성의 마력은 자신들과 질이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다.

 즉, 그녀는 확실히 서번트.

 그러나 그건 인간과 비교했을 경우의 얘기다. 조켄은 여러 서번트를 봐왔고, 그렇기에 눈앞에 있는 이 정체불명의 서번트가 약하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허리춤에 찬 권총이 그 증거다. 권총을 다룬다는 얘기는 비교적 현대에 가까운 시대에 살았다는 것으로, 신대의 영웅들에 비하면 턱없이 약하다.

 정체불명의 서번트는 조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시야에 넣고 있지 않은 눈빛이다.

 그녀의 눈은 오로지 눈앞에 있는 마스터, 마토 카리야를 향하고 있었다.


 "목숨을 구제하고자 하는 당신의 바람에 응해 소환되었습니다. 이제 안심하시길. 저는 '모든 목숨을 빼앗아서라도' 해낼테니까."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제대로 된 문장을 구사하는 그녀의 모습은 분명히 아름다웠다. 카리야의 눈에도 그녀는 확실히 사랑스러울 정도로.

 그러나 카리야는 눈치챈다. 그녀의 마스터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마술사가 아닌 평범한 사회에서 살아왔기에 눈치가 빨랐던 걸까.

 그녀는 카리야를 보고 있지만, 카리야를 향해 말하고 있지 않다. 애초에 말하는 내용부터가 살짝 이상하다.

 버서커.

 카리야의 머릿속에 떠오른 스테이터스가, 이 수수깨끼의 서번트를 확실히 버서커라고 고했다.


 "다시 묻겠다, 서번트."


 초조해진 조켄은 이제 위압적인 말투로 서번트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아무리 늙고 쇠했어도 500년이나 살아온 마술사다. 근현대 사회에 살아가던 서번트라면 설령 영령이라 하더라도 오히려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여차하면 카리야에게 령주를 쓰도록 만들면 된다.


 "네놈은 뭐하는 영령이지? 클래스는 버서커가 맞는게냐?"

 "실례. 잠시 조용히 해주시길."


 얼어붙는 조켄의 모습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서번트는 성큼성큼 자신의 마스터를 향해 걸었다. 아오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않은 카리야였지만, 그래도 이렇게나 근사한 미인이 바로 눈앞까지 다가오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서번트에게 그런 반응 따윈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서번트는 자신의 마스터를 빤히 쳐다보더니, "과연." 하고 짧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온몸 피부 곳곳에 반흔이 보이는군요. 지나치게 창백한 모습을 보니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는지도 의심스럽고, 정맥은 이상할 정도로 크게 팽창한 상태.

 어째서 제가 소환된 건지 알겠군요. 당신은 지금 당장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여긴 너무 불결하군요. 어째서 이런 곳에서 절 소환한 건지 쉽게 납득이 가진 않지만, 이또한 제가 차차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겠죠.

 그럼 마스터. 신속히 청결한 장소로 안내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이런 장소에선 아무런 치료도 할 수 없어."

 "...엉?"


 뜬금없이 속사포로 말을 내뱉는 서번트의 기백에 눌린 카리야는 순간 당황하여 뒷걸음질 쳤지만, 서번트는 더더욱 매섭게 마스터를 몰아붙였다.


 "행동은 신속하게!! 당신의 치료는 1분 1초라도 빨리 개시되야 합니다!"

 "아, 아아... 응..."


 뭐가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카리야에게 조켄이 노성을 질렀다.


 "이놈, 카리야. 자신의 서번트도 통제하지 못하느냐? 지금 서번트가 광란 상태에 빠져 폭주하는 것이 보이지 않느냔 말이다."

 "하지만 서번트를 무작정 무시할 수는..."

 "헛소리. 이제 알겠구나. 저건 확실히 '버서커'다. 말을 똑바로 할 수 있을 뿐, 상대와 대화하려는게 아닌게다. 저 서번트가 말하는건 전부 자기 자신을 향한 것.

 그런 광대놀음에 어울릴 시간은 없다."


 째려보는 서번트의 눈빛을 무시하며 조켄은 히죽 웃었다.


 "허나 그 광인의 말도 일부분은 맞는구나. 카리야. 지금은 1분 1초가 아깝지 않느냐? 사쿠라를 하루라도 빨리 구하려면 그것을 다루는 것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알고 있다고."


 조켄의 입장에서보면 이번 서번트는 완전히 꽝이었다. 애초에 이번 전쟁에서 카리야가 이길 거라는 기대조차 안했었다곤 하나, 이건 너무 기대 이하였다.

 그러나 카리야는 일단 조켄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서번트를 다시 불러들였다.


 "버서커. 미안하지만 치료는 하지 않아."

 "예!?"


 버서커는 전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경악했으나,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카리야는 무덤덤히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미안하지만 우리가 해야하는 것은 성배전쟁이야."

 "성배..."

 "아아. 내 몸에 대해 걱정해준건 고맙지만, 지금은 치료 같은걸 할 시간이..."

 "...파악했습니다."

 "이해해주는구나!"


 한숨 돌리며 카리야는 버서커라고 해도 말이 통한다는 것에 안도했다. 그녀의 시선이 다른 누군가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한 채.


 "즉, 저기 있는 저 마술사가 원인이군요?"

 "...아아?"
 "호?"


 그 다음 순간, 버서커의 행동은 제빨랐다.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을 꺼내 조켄을 조준하고 그대로 발사한 것이다.

 탕, 하고 발포음이 시끄럽게 울려퍼짐과 동시에 조켄의 모습이 사라졌다. 충술사답게, 본체인 벌레로 돌아가 위협을 피한 것이다.


 "빗나갔군요."

 "어, 어이어이!! 뭐하는거야, 지금!!"

 "치료입니다. 저는 죽여서라도 치료해낼 것이기에."

 "문자 그대로의 의미였냐?!"

 경악하는 카리야와 달리 조켄은 히죽 웃으며 다시금 벌레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 혐오스런 모습에 토악질이 나온다. 카리야는 조켄 또한 증오하고 있었으나 지금 당장은 그에게 따를 수밖에 없는 몸이었다. 짜증스런 얼굴로 카리야는 조켄을 노려봤다. 조켄 역시 그런 카리야의 시선을 기분 나쁜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단단히 돌아버린 영령이구나. 마스터가 필요 없다고 하는데도 위해를 가하다니, 제정신이라곤 할 수 없겠어.

 아무래도, 입장의 차이라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될 모양인고..."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카리야의 몸이 무너졌다.


 "크, 크허억...!!"

 "환자가...!?"

 "커커."


 조켄의 웃음이 짙어진다.


 "카리야는 본디 일반인. 그것을 성배에 선택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조금 손을 많이 봤다. 그 대가라고 하긴 뭐하지만, 지금 네 마스터의 몸은 이 마토 조켄에게 저항할 수 없는 상태라 말이지."

 "거기까지 들으면 됐습니다. 이해했습니다."

 "..."


 마스터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버서커는 조켄을 노려봤다. 조켄은 알 길이 없었으나 방금 조켄이 행한 것은 그녀의 의지를 꺾기에는 한참 모자른 행위였다.

 아니, 오히려 그녀의 의지를 더더욱 강하게 만들어줬을 뿐.


 "당신 또한 병든 환자군요. 이젠 흙으로 돌아가야 함에도 돌아가지 못하고 억지로 삶을 이어나가는 망령...

 안심하시길. 저는 반드시 당신 또한 치료해내겠습니다."

 "...뭣이?"

 "모든 독 되는 것, 해 되는 것을 없앤다. 내 힘을 다해 사람들의 행복을 인도한다."


 순간, 버서커가 무언가를 영창하자 그녀의 주위에 푸르른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고밀도의 마력 집중.

 눈앞에 있는 서번트가 보구를 전개한다고 깨달은 조켄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버서커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막나가리라곤 상상도 못한 것이다.


 "이런...!! 정말로 미쳐버린 영웅이군...!! 카리야, 령주를 써라!!"

 "으윽...."


 그러나 카리야는 방금 전, 조켄의 고문을 이겨내지 못하고 기절한 참이었다.

 서번트를 소환한 직후에 고문 당한 것이다. 이미 체력 따위 한계를 넘긴 시점에서 통각을 더 자극하는 행위는, 상대를 혼수 상태에 빠뜨리기에 너무나 충분한 것이었다. 조켄은 자신의 변덕에 의한 미스라고 인정하지 않고 카리야를 욕했지만.


 "이 쓸모 없는 놈...!!"

 "나는 모든 독 되는 것(나이팅게일)..."

 "이렇게 되면 직접 상대해주마. 이 늙은이를 얕보지 않는게 좋을게다, 망령!"

 "...해 되는 것을 없앤다(프레지)!!"


 그리고.

 세계가 일변한다.

 서번트를 소환한다는 것은, 보구를 소환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약해빠진 영령이라고 해도, 그 서번트의 일화나 생애, 혹은 그 서번트의 무훈을 상징하는 보구는 반드시 이 세계에 크나큰 변화를 일으킨다. 그 점에서 보면, 500년이나 살아온 조켄은 눈앞의 서번트를 너무 만만하게 여기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필연이었을까.

 너무나 오래 살아온 마술사이기에 근대를 살아온 사람을 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난다는 것을 열화하는 것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마술사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판단.

 그리고 그 필연적인 미스가, 조켄이 살아온 500년의 인생을 끝장내는 마지막 탄환이 된다.


 "....!?"


 나이팅게일 프레지.

 현대까지도 나이팅게일의 업적을 칭송하며 간호사의 대명사나 다름없게 된 그 이름을 딴 선서문. 그것은 나이팅게일의 정신성과 간호사라는 개념이 결합되 만들어진, 그녀의 보구였다.

 나이팅게일의 등 뒤에, 거대한 여성의 상반신이 환영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간호사가 들기에는 지나치게 흉흉한 물건인 검을 들고서.

 그것이 어떤 효과인지 아직 알 수 없으나, 너무나 치명적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조켄은 순간, 모든 사명을 잊고 어린 아이처럼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려고 했으나, 이미 모든 것이 늦은 후였다. 버서커, 나이팅게일은 기계적인 음조로 덤덤히 읊조렸다.


 "치료, 개시."


 그 말과 동시에, 환영이 검을 내리쳤다.

 나는 모든 독 되는 것, 해 되는 것을 없앤다(나이팅게일 프레지). 랭크 D, 대군보구.

 본래는 모든 전투행위를 강제로 중단시키는 보구. 총은 발사되지 않으며 검은 칼집에서 나오지 않고 보구는 진명개방 되지 않는 공간을 만든다. 또한 이 공간에 있는 모든 독은 소멸하며, 상처 입은 자는 치유된다. 물론 파라미터만 높고 전투력 자체는 대영웅 급에 끼지 못하는 나이팅게일이 가졌기에, 전투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보구는 아니지만...

 그것이 조켄에게 만큼은 필살로 작용한다.

 조켄의 신체는, 이미 무너지고 무너져 벌레로 이루어진지 오래.

 나이팅게일 프레지는, 이 조켄의 신체를 일종의 '독'으로 판정하여 소멸시킨다. 즉, 조켄을 일격필살로 끝장낼 수 있는 것이다.


 "아, 아아..."


 조켄의 몸이 서서히 사라져간다. 과연 이런 결말을 예상이라도 했던걸까.

 카리야 따위에게 흥미를 가지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참가할 생각도 없던 전쟁에, 그저 즐겁다는 이유로 카리야를 밀어넣는 것이 아니었다.

 저딴 놈에게 각인충을 심어두고 괴롭히는게 아니었다.

 카리야 같은 놈에게 어째서 집착하고 말았던 것일까.

 그 이유를 조켄은 전혀 알 수 없었다. 최후의 벌레 하나가 소멸하는 그 순간까지도.

 기적의 성취를 바라던 노마술사는 그렇게, 500년이나 끈질기게 살아온 인생을 단지 아무것도 아닌 순간에 아무런 의미 없이 낭비하고, 무가치한 삶을 허망하게 그렇게 끝내고 말았다.




 ◇




 '치료'를 끝낸 나이팅게일은 땅바닥에 쓰러져있는 마스터를 똑바로 눕혔다. EX랭크의 광화를 지닌 그녀라 하더라도 카리야가 자신의 환자인 동시에 마스터라는 사실은 이해하고 있었다. 즉.

 이번 성배전쟁에서 다치는 사람 따위 나오지 않게 한다는 고행에 함께할 동료인 것이다. 전혀 믿음직스럽진 않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나이팅게일의 머릿 속에는 성배를 원한다는 생각 따위는 전혀 없다. 그녀는 그저 치료하기 위해 불린 것일 뿐이니까.

 똑바로 눕혀진 카리야는 자신의 서번트가 품은 이런 생각을 어떻게 여길까? 그건 아직 알 수 없었다.


 "흠, 치료는 순조로운 모양이군요."


 나이팅게일 프레지는 절대안전권을 만드는 동시에 치료를 강행하는 보구다. 이 기능은 마술적인 것이기에, 오컬트를 그다지 믿지 않는 나이팅게일 본인의 입장에선 지극히 수상해보이는 능력이었지만 그래도 효과가 있는지 카리야의 몸은 제대로 회복되는게 눈에 보였다.

 그러나 이대로 회복되더라도 안심할 순 없었다. 다행히 지금은 다른 환자의 기색 같은건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지금 담당 중인 환자의 상태가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 간호를 하는 것이야말로 나이팅게일이 해야할 일.


 "하지만 여긴 너무 불결하군요. ...마스터가 이 모양이니 역시 제가 직접 움직여야겠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나이팅게일은 카리야를 어깨에 얹었다. 일단 환자를 안정시킨 뒤, 시간이 나는대로 이런 불결한 장소는 모조리 소독해서 청결한 장소로 바꿔야겠다고 결심하며 그녀는 지하철에서 올라가는 계단을 찾아 발걸음을 옮긴다.

 그녀는 아직 모른다.

 계단을 올라가면, 아직도 조켄의 잔재인 각인충에 고통받고 있을 또다른 환자가 있을 것임을.

 그리고 이 저택의 대문을 열면, 그야말로 후유키 시는 정신병자들의 천국이라는 사실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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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그런거 무시하고 대충 씀


이후 마토 저택은 정신병원으로 개조되서 후유키 시를 찾아오는 정신병자 마스터들과 서번트 쉐끼들을 치료하는 간호소로 바뀔 것


그리고 사쿠라는 간호사 조수로 일할거야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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