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쿠한테 약 주입받아서 사도된 노엘이랑 시엘&시키랑 대치중인 상황)

　「……애초에 너의 목적은 나일테지. 로어를 죽이고 싶으면 나를 노려, 흡혈귀로 전락한 당신이 선배를 책망할 자격은 없어.」

　「흡혈귀로 전락한 나에게 책망할 자격은 없어?」

　──찌릿, 하고 등골이 소름이 끼쳤다.

　...나는 무엇을 잘못했는가.

　소녀의 모습을 한 흡혈귀는 진심으로 미운 나와 선배에게 진심 어린 미소를 보냈다.

　내 뜻을 알았다는 듯이, 악마가 비웃듯이.

　「아, 그래── 알았어.

　시키쿤은 그 여자가 뭘 해왔는지 모르는 거구나.」

　「노──」

　얼어붙어 있던 선배의 얼굴이 올라가다.

　그것만은 말하지 말라고 간청한다. 그걸 만족스럽게 내려다보고

　「그러면 직접 보여줄게.

　싸우기가 두렵냐니 웃기는걸. 하지만 싸울 필요가 없단 말이지.

　인간을 망가뜨리는 일이 얼마나 손쉬운 일인지 몸소 알려줄게.

　자── 제 눈 속으로 들어오실래요?」

　일순의 불명.

　난 그것과 눈도 마주치지도 않았고

　어떤 공격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

　그냥 저 눈이 만발했을 뿐.

　그것만으로 인식은 점유되어 나의 세계는 일변하고 있었다.

　「뭣──」

　끝없이 펼쳐진 장미, 장미, 장미

　세계는 숨이 막힐 정도의 장미 향기로 지배되었다.

　무한하다고 생각되는 붉은 바다

　그 속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나는, 정말 정원의 장미를 갉아먹는 왜소한 벌레 그 자체였다.

　『어서오세요, 이름 모를 손님.

　　이건 쾌락과 배덕동산

　　이 지상에 존재하는 마안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추악하다고 일컬어진, 장미 공주(로지앙)의 원리혈계』

　꽃 흩날리는 바람이 속삭인다.

　너무도 강렬한 색채에 눈이 멀다.

　장미의 향기가 후각을 능욕한다.

　경계를 모르겠어

　이 세계에서는 오감 모두가 마약에 의해 침범당한다.

　　　『찾아온 사람에게는 쾌락을.

　　　　포로가 된 자에게는 배덕을.

　　　　유람부란의 반딧불 모자이크,

　　　　하룻밤 동안의 환상도 끝나지 않는다면 불치의 사랑(독).

　　　　손에 손을 잡고

　　　　꿈의 틈새로 들어갑시다.

　「윽......!」

　위험을 감지하고 달리기 시작했지만 온통 붉은 빛으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자신이 무엇인지조차 판별할 수 없다.

　손발도 의식도 온통 장미에 삼켜져 간다.

　나는 내 이름조차 찾을 수 없는 기상의 등장인물이 되어, 어딘지 모르는 페이지에 빠져 들어갔다.

(이후 로아 시절 시엘 인생 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