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이라 생각되어 퍼왔습니다
다음 일토방
올림피아 님의 글입니다
http://sports.media.daum.net/ncenter/debate/moresports/#read^articleId=301571&&bbsId=F009&pageIndex=2&tracker=off1,
얼마전, 올림픽챔피언 김연아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피겨전용 링크장 하나 지어 달라\'고 깜짝 제안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피겨 꿈나무들의 육성을 위한 이 작은 바람을 전한 김연아에게
\'돈 많이 벌었으니까 연아 네가 지어라\'라는 덜 떨어진 인간쓰레기 같은 댓글부터
\'피겨에만 집중 투자하는 것은 다른 열악한 종목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제법 그럴듯한 비판까지 여러 견해들이 쏟아졌다.
어쨌든 동계올림픽의 꽃인 피겨 여자싱글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땄고 피겨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케이터로 평가받는 김연아의 조국에는 분명 피겨전용 링크장 하나 없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의 피겨문화는 아직 일천한 것이 사실이다. 피겨역사도 짧고 그 수준도 높질 않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김연아로 인해 피겨를 알게 되었고 또 좋아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린 아직도 \'김연아\'라는 선수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그 가치가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잘 모르며, 모르니 정확한 평가와 제대로 된 대접을 못해주고 있다.
만약 김연아가 미국의 선수였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유명해지고 돈도 훨씬 더 많이 벌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쩜 전종목을 통틀어 미국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로 칭송 받았을지 모를 일이다.
지난 밴쿠버올림픽 당시, 김연아가 자국선수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미국이 보인 그 엄청난 관심과 열렬한 반응에
비추어보면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그러나 이를 달리말하면 그만큼 미국은 김연아의 진정한 가치를 잘 알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2.
피겨는 단순한 스포츠 종목이 아니다. 피겨는 스포츠이면서 동시에 문화적 상징성을 갖는 운동이다.
즉 피겨에는 그 나라의 문화적 자긍심, 소위 문화 선진국이라는 자만과 프라이드가 저변에 깔려있는 종목이다.
그래서 보수적이며 어느 종목보다 진입장벽도 크다.
결국 \'피겨= 문화선진국\'라는 등식을 성립시키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일본이 그토록 갈망하면서
피겨에 그 많은 돈을 쏟아 부은 이유이기도 하다.
스포츠에서 어떤 종목에 대단한 선수가 나타나서 그 종목의 최고가 될 순 있다. 그러나 피겨에선 그게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피겨에는 음악이 있고 춤이 있고 의상이 있어 그런 문화적 기반 위에 다시 운동이 첨가되는
특별한 종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우 아사다 마오 정도의 기량을 가진 선수가 나왔음에도 일본열도가 그토록 열광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피겨전용 경기장 하나 없는 열악하기 짝이 없는 한국 땅에,
백년 아니, 천년의 기재를 가진 천재 소녀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다. 그게 바로 김연아다.
이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며 피겨 100년사 통틀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었다.
그렇게 김연아를 갖게 된 한국은 모든 피겨강국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특히 문화대국인 미국의 김연아에 대한 갈망은 눈물겨울 정도다.
그 뿐 아니라 캐나다의 총리부인이 김연아를 수양딸로 삼길 원했던 것도,
피겨 절대강국인 러시아가 김연아를 롤모델로 따라잡기에 나선 것도,
그리고 일본이 막대한 돈을 쏟아 부으며 전전긍긍 김연아급 선수가 나오길 고대하는 것도, 결국 양상은 달라도 그 최중심에
김연아같은 최고의 피겨문화 아이콘을 갖고 싶어하는 문화선진국들의 강한 열망이 깔려있는 것이다.
그들의 이런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린 다시 한 번 곱씹어 보아야 한다.
과연 우리가 김연아의 진정한 가치를 알고 제대로 대접해주며 정말 잘 활용하고 있는지 말이다.
3.
한국에서 김연아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가지다. 그저 피겨를 제일 잘하는 선수
그리고 몸매가 이쁘고 노래도 잘하는 재능덩어리 정도다.
그래서 한국에선 김연아를 현재 광고모델 아니면 다음과 같은 홍보대사로만 활용하고 있다.
즉 G20 홍보대사, 서울시 홍보대사, 동계 올림픽 유치위원회 홍보대사, 방송정보통신위원회 홍보대사,
기타 각종 단체의 홍보 대사 등등.. 어찌보면 유명세만 있으면 누구든 맡을 수 있는 자리에 김연아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에 반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에선 2010년 유니세프 국제 친선대사, 2010년 타임지선정 세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리더,
2010년 여성 스포츠재단 선정 올해의 선수상, 2010년 미국USSR 선정 올해의 선수상 후보 등과 같이
분명하게 김연아를 세계의 귀감이 되는 역할 모델로 인식하고 있다.
이 확연한 차이는 현 경기도 지사이며 차기 대권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는 인사의
다음과 같은 어이없는 발언을 통해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김연아의 트리플 악셀(?)\'처럼 압도적으로 경기도 행정을 이끌겠다"
김연아의 트리플 악셀이라니.. 사실 이같은 한심한 작태는 비단 이 사람 뿐만이 아니다.
어린 선수의 성공을 시기하는 치기어린 질투심에서부터 일부 악의적 안티들
그리고 눈앞의 홍보효과만을 노리는 근시안적 행정과 진정한 국가브랜드 강화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정부 전략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김연아같은 하늘이 던져준 보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도대체 이 보물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4,
사정이 이와 같으니, 답답한 나머지 외국인 입장의 데이비드 윌슨이 이번에 직접 발벗고 나섰다.
(적어도 난 그런 인상을 받았다) 최근 발표한 김연아의 새 프리곡
\'Homage to Korea(오마주 투 코리아)\'에 대한 윌슨의 인터뷰 내용이다.
"이번 프리 프로그램은 김연아가 한국에 보내는 러브레터이다.
그녀가 올림픽 챔피언이 되기까지 아낌없는 성원과 지지를 보내준 팬들과 한국에 보내는 그녀의 보답이다.
김연아는 전세계가 주목하는 스포츠 영웅이자 한국의 아이콘이다.
올림픽 챔피언이 된 지금이야 말로 세계에 그녀가 누구이며,
어떠한 문화 속에서 커왔는지를 보여줄 완벽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세계가 그녀를 주목하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김연아의 나라,한국,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
그 다음, 김연아의 또 다른 선택과 도전, 쇼트프로그램의 \'지젤(GIselle)\'이다.
지젤은 서구의 정통 발레곡으로 가장 대중적이고 유명한 곡이다. 이 곡의 선택에 대해
시카고 트리뷴지의 피겨전문기자 필립 허쉬는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김연아의 이번 새 프로그램은‘아리랑\'을 통해선 한국인들과의 일치를,
\'지젤\'을 통해선 세계의 피겨 팬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시도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내 평가는 조금 다르다. 난 김연아가 세계를 향해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 같다.
"쇼트는 당신들 문화의 중심에 있는 발레의 진수. \'지젤\'이다.
그래서 (내가) 도전하겠다. 그러나 프리는 우리 문화, 우리 대한민국 문화의 진수,\'아리랑\'이다. 보라!"
5,
내년 3월 도쿄 월드에서 김연아의 목표는 우승이 아니다. 우승 이상의 그 무엇이다.
난 그것을 문화적 자긍심이라고 본다.
그것이 피겨선수로서 모든 것을 다 이루고 난 다음,
김연아가 새로운 피겨를 보여주겠다며 현역생활을 지속하기로 결심한 진정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만약 기록이나 성적에 연연했다면 또 문화적 자긍심이 없었다면
김연아가 이번과 같은 어려운 프로그램곡의 선택은 결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린 분명히 알아야 한다.
우리가 아는 것 보다 김연아는 더 진실하며..
우리가 안에서 바라보는 김연아보다 세계가 주목하는 김연아가 더 대단하고 영예롭다는 사실을!!
끝으로, 피겨중계를 하던 어느 유럽 해설가의 인상적 멘트를 인용하면서 이 긴 글을 마칠까 합니다.
"김연아의 아름다운 피겨를 보고 있으면 왠지 그녀의 나라까지 좋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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