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조를 위한 표현방법 중에 억양법이라는 게 있지. 

우선 높이고 나중에 끌어내린다거나 혹은 우선 내리고 나중에 끌어올리는 방법. 요즘은 반전 매력으로 불리고 있나... 

혜명의 상황은 그저 신분만으로도 이 억양의 구조를 갖고 있어. 고양된 신분에 비해 하는 행동은 천하다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가볍고 얕아 보이지. 

견우 또한 고양된 그의 명성이나 평가에 비하면 허당스럽게 가벼워 보여. 

말하자면 지금까지 두 주인공의 행동은 끌어내려지는 상황이 대부분이야.  그런 성격을 드러내려다 보니 서사보다는 개개의 에피소드에 중심을 두고 쿼터 타임까지 왔던 것이지. 다행이 어제 회차부터 서사와 함께 두 인물의 반등의 기미를 보여주기 시작했어. 

두 주를 보면서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이고 제목이 엽기적인 그녀이니 거기에 걸맞게 캐릭터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제약이 있겠구나 싶었어. 

아무리 퓨전을 지향한다 해도 배경이 조선시대이고 그 속에서 그녀의 소위 '엽기성'을 드러내기 위한 에피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겠지. 왜냐하면 시청자는 현재를 살고 있는데다 이미 원작에의 엽기가 구태의연한 게 돼 버릴 정도로 많은 엽기적 상황? 에 노출돼 있었으니 말야. 

원작 영화에서도 서사보다는 개개의 에피소드가 빛났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원작의 대표적 에피들을 갖고와 그 나름 자알 시대의 옷을 입혔다고 생각해. 더러 시청자들이 그것을 진부하다고 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에피라서 그렇겠지.  

어쨌거나 그동안 끌어내려진 주인공들의 캐릭과 행동은 이제 올라가는 일만 남은 것인가... 

사실 고귀한 신분?이 주인공일 경우는 비극이 어울리지.  고귀한 영혼-신분하고도 통한다-의 몰락을 보고 느껴지는 감정의 정화가 비극의 카타르시스라고 알고 있는데 시청자 입장에서  어느 부분 낯설거나 생경한 이유는 그 고귀한 신분이 코미디... 즉 희극의 주인공인 때문인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의 미덕은 그 밝음에 있을 거야. 그것이 고정 시청자들을 잡아두고 있고 때로는 새로운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도 한다고 생각해. 

지금까지 더러 밝음이 엽,기,적이어서 낯설었던 것이라면 이젠 제법 익숙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흔들리지 않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풍자보다는 해학이 훨씬 강한 소소한 코믹 패러디도 재밌네. 

서사가 강해지고 주인공들의 무게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이야기의 국면이 새로워질 것 같은데 그 밝음의 유지가 어찌 이어질지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