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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교수 신간 나는 자꾸만 '딴짓'하고싶다 속에 씨엘 이야기2.txt

rtcl(49.50) 2014.07.22 22:19:53
조회 2972 추천 109 댓글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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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린이가 처음 유치원에 간 날이 기억난다. 잔뜩 긴장해서는 내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하린이도 덩달아 긴장했다. 유치원이 있는 곳까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는데도 그날따라 엄청 멀게만 느껴졌다.

일본 말을 잘 못하는 채린이가 유치원 생활을 어떻게 해 나갈지 걱정되었지만 집에서는 일절 유치원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채린이는 집에 오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밝고 신나게 놀았다.

그렇지만 ' 유치원에서 잘하고 있나.이놈이?' 하는 생각에 내 마음 한편이 돌덩이가 가라앉은 것처럼 무거웠다.

그렇게 며칠이 자났나, 그날도 어김없이 가방을 멘 채린이를 유치원까지 데려다 주었다.

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채린이가 문득 나에게 물어봤다.

"아빠, '나랑 같이 놀자'가 일본 말로 뭐야?"

그순간 나는 '됐다' 하는 마음. 그리고 부모로서 채린이에게 가르쳐줘야 할 몇가지 중요한것 중 하나를 알려 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중략)

 

 

그후엔 나도 달라진 것 없이 일상을 보내고, 채린이도 유치원에 잘 적응해 나갔다.

그러다 문득 채린이와 하린이에게 한글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유학생 몇 명이 친하게 지냈는데 그들에게

"한글학교를 하나 만들자!" 라고 했더니 다들  " 일본어도 잘 못하는데?" 하면서 무심코 받아넘겼다.

그래서 한글학교는 포기하고 집에서 나혼자 채린이에게 한글로 일기 쓰는 법을 가르쳐줬다.

뭔가 기록한다는것, 일상을 남긴다는 것, 그림과 함께 세상을 바라본다는 게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믿었다.

채린이에게 한글 쓰는 방법을 알려주고 나니 나 역시 뭔가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노트를 한권 사고, 하린이가 쓰던 사인펜으로 동화책 한 권을 만들었다.

딸들이 자기전에 늘 즉흥적으로 들려 주던 이야기 내용을 가지고 만들어 보았다.

아이들은 항상 자기전에 내가 이야기를 해 줘야 잠을 잤다.

이부자리 속에서 얌전히 눈 감고 이야기를 듣다가 잠들기를 원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다 하고 나면 또 해달라고 조르기 일쑤였다.

그러면 나는 되지도 않는 이야기를 계속 풀어내야만 했다. 이 되지도 않는이야기 내용이 바로 동화책 <박치기 깍까>다.

이 말도 되지 않는 불가능한 설정을 아이들은 매우 좋아했고, 잘 먹혔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런 이야기야말로 진정 동화가 아닐까 싶다.

 

 

 

(중략)

 

 

 

사실 난 그림 같지 않는 그림을 끄적거리는 것을 좋아한다. 채린이도 하린이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내가 뭔가를 하고 있으면 "아빠, 뭐해?" 하면서 어깨를 들이밀고 같이 하곤 했다.

난 이런 상황이 참 좋았다. 뭔가를 같이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같이 놀고 같이 집중을 하고 같은 호기심 속에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세상 사는 데 이런 시간이 지속될수 없고, 아이들이 부모와 항상 같이 있을 수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결과보다도,  뭔가를 같이 하는 시간이 잠시라도 더 있다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아이들은 내가 색연필을 가지고 뭔가 하고 있으면 "이거 좋은데? 나 좀 줘"  하면서 뺏어서 칠하고, 내가 쓰는 스케치북을 보면

"이거 주라" 하면서 가져가곤 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미리 짐작해 일부러 여러권의 스케치북을 사다 놓고 "그래, 가져!" 하고

넉넉하게 인심을 썼다. 그때 좋아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는 것이 그리 행복할 수가 없었다.

 

<박치기 깍까>의 캐릭터가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사실 캐릭터를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린 주인공이다. 밤마다 이야기를 들려주다 보니 뭔가 주인공이 필요했고,

그 주인공은 당연히 채린이와 하린이를 모델로 한 것이다. 그래서 이름도 깍까와 꼭꼬다.

아이들이 제일 간단히 잘 그리는것이 원이고, 머리의 왕관은 자좀감의 상징이라고 생각해서 그린 것이 깍까다.

누구든 그리기 쉽고, 제일 심플한 모습의 주인공.

채린이에게 물어보니 손은 그리기가 어렵다고 해서 그려 넣지 않았다.

손이 들어가면 캐릭터의 기능이 많아지겠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는 그려 넣지 않기를 잘한것같다.

얼마전 하린이와 영국으로 여행을 가서 밤마다 뮤지컬을 봤다.

뮤지컬을 보고 난 후 감동에 빠져 어두운 길을 걸으며 나도 그런 뮤지컬을 써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난 하린이가 순진하게 한마디 했다.

"아빠, 해 봐! 그것도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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