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열 보면서 난쏘공이 생각난다
어렸을 때 동화인줄 알고 봤다가 어렵고 기분 이상해졌었는데
어른 되고 다시 읽으니 너무 슬픈데 아름답고 아름다워서 이상했던 소설..

사실 서리나 우진이가 겪은일. 제니퍼가 겪은일 다 평상시 나한테 일어나리라고 상상도 못하는 엄청난 불행이잖아
그렇지만 누구한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밥먹다가 밥집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한 뉴스거리야.
근데 엄청난 비극을 베이스로 했고 그 비극에 나름대로 상처입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이야기인데 왜 동화같고 몽글거리지?
동화는 현실과 다른 아름답고 착한 세상 이야기인데 여기 나온 사람들은 너무나 현실을 살고 있잖아.

서열에도 비현실은 분명히 있어
사고 전에 서로 이름도 모른채 좋아했던 소년 소녀가 끔찍한 비극을 겪고 13년이 지나서도 서로에게 끌리고 사랑하게 된다는 비현실.

근데 그런 극적 요소 말고도 여기 인물들이 다 착하다는게 동화같다
서리에게 필요한 것을 티 안내고 챙겨주는 강대표나
13년 세월을 단지 조금 긴 인터미션이라고 여기면서 조그만 행복에도 반짝반짝거리는 서리고 그렇고
아무하고도 엮이지 않으려고 짐짓 차가웠던 우진이도 원래는 누구보다 다정하고 어른스러운 사람이었고
알고보니 린킴도 어릴때부터 늘 목 끝까지 채우는 단추처럼 완벽함의 굴레에 졸린 불쌍한 사람이었고
그냥 각양각색의 착한 사람들만 모여있는 세상인게 동화같아.

그런 착한 사람들이 겪기엔 너무 가혹한 불행이었지만
착해서 아무도 원망하지 않고 미워하지 않고
탓한다면 오히려 자기를 탓하고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는 순수한 세상.

서른이지만 열일곱이라는 제목은 단지 인물들이 정신적으로 열일곱에 멈춰 성장하지 못했다는 의미만 있는게 아니라
잇속만 차리는 세상에 물들어 탁해지지 않고
무미건조한 어른이 되어버리지 않고 여전히 꿈꾸는
서른이지만 열일곱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라서가 아닐까
라고 뽕에 취해 주절거려본다. 아 새벽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