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관적 해석 주의
후쿠오카 콘 후기지만 콘서트에서 일어난 장면들의 묘사나 소감보단
혼자서 삽질하면서 이것저것 떠올린 상상모음집에 가깝다


누군가는 이전 원옵카 콘서트 같이
휘황찬란하고 화려한 오직 지디만이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콘서트를 기대했을지도 몰라
그런데 모태콘서트는 그와는 정반대로
최소의 색조와 최소의 무대장치 그리고 최소의 부연설명을 통해
조용히 독백하듯이 흘러가는 콘서트였어
제 3장 권지용 파트에서 나오는 독백 영상
마지막에 머뭇거리던 지디가 털어놓듯이 내뱉는
'여러분들이 보는 것, 그게 다입니다'
라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었는데
어제 콘서트 이후 비로소 알것 같아
정작 본인도 권지용이 누군지 모르겠다던 지용이는
정해진 언어로 자신이 누군지 설명하길 원하지 않았던 것 같았어
지용이가 본인에 대해 직접 말로 설명해버리면
모두가 그걸 정답으로 믿어버릴 수 밖에 없으니까
말로 풀어서 설명하는 대신
화려한 겉모습과 꾸며낸 자아(지드래곤)를 걷어내고
본질을 구성하는 최소한의 것들만 담담히 보여주어
많은 이들이 권지용이 무엇인지
각자의 시선에서 다양하게 느끼고 분석하고 결론낼 수 있게끔
의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내가 파악하고 결론지은 권지용은
화려함을 벗겨낸 가장 화려한 사람
최소한의 장치와 색조만 가지고서도
누구보다 카리스마있고 눈길을 끄는 사람
지난 솔로 앨범까지의 지드래곤은
화려함에 화려함을 더해서 어디까지 화려해질 수 있는지를
시험해보는 것 같았고 그걸 실제로 훌륭히 소화해냈다면
이번 앨범의 권지용은
지드래곤으로 대표되는 화려한 이미지를 걷어낸 상태에서도
얼마나 빛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것 같다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덧붙여보자면
상암 때도 그렇고 이번 후쿠오카도 그렇고
유독 콘서트 후 짙게 가라앉은 여운이 많은 이유는
모든 면에서 화려하고,
자기 잘난 걸 매우 잘 알고 그것을 드러내는데 주저함이 없던
'지드래곤'에 대한 향수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번 생일 때 지용이가 인스타에 올린 자기 자신에게 쓴 편지
'No flex zone'
이미 아는 갤러들도 많겠지만 까불면 안되는 곳 이라는 뜻
3.0 No Flex Zone, 삼십대의 No Flex Zone 에 들어선 지용이
권지용 앨범수록곡 분위기부터 모태콘서트
그리고 최근의 인터뷰 내용까지 보고
당분간은 '지드래곤'을 만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나봐

하지만 아티스트란
현상유지는 곧 도태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존재이니
이러한 지용이의 변화는 팬으로서 매우 반갑다
그리고 앞으로도 권지용이라는 아티스트를 오래도록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이 놓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