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1백이 현대에서는 시발탑이었으면 좋겠다.


집안 쩔고 존나 능력있고 표면적 사회성도 좋아서 주변에 따르는 사람 많고 자기가 이시1백 애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존나 많을거 같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드라이해서 카사노바 요소는 안보이는데 그냥 그때그때 원하면 자고 이름도 기억못하고. 스캔들이 터진 적은 없지만(집안에서 막음) 찌라시 단골손님 이겠지. 배우킬러라는 둥 새로 뜬 신예 누구누구가 요즘 목매고 있다는 둥. 근데 그거 다 사실일거 같다. 찌라시 돌았던 사람들이랑 다 잤고 뭐 좀 만나기도 하고 밀월여행 그런거 다녀온 적도 있고. 어쨌든 시배기한테는 이제 이름도 가물가물한 사람들일 뿐임. 지금도 옆에는 엄청나게 화려한 미인이 앉아있었고 시배기는 조금 피곤한 얼굴으로 술 마시고 있겠지. 둘은 대화를 하고 있었고 시배기 종종 웃어주기는 했지만 바텐더가 보기에 시배기는 전혀 듣고 있지 않았음. 저 아름다운 사람도 몇일 뒤면 자신에게 찾아와 이시1백의 진짜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겠지. 조금 더 오래 갈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자신은 이 소식을 시1백이한테 전할 수 밖에 없었음. 바텐데는 그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시1백이의 잔을 채우며 나즈막히 말했음. 최1명1길이 귀국한다고. 이혼소송 마무리 되서 돌아온다고.

언제?
내일 새벽 비행기래요. 기자들도 아직 몰라요.

바텐더는 비행편이 적힌 쪽지를 건넸고 고마워, 짧게 인사한 시1백이는 망설임없이 바를 나가겠지.


명1길이는 모국의 겨울이 얼마나 추운지 새삼 실감이 났음. 공항 안인데도 벌써 한기가...바쁜 걸음으로 캐리어를 끌었지만 기침이 멈추지 않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쿨럭대고 있었음. 캐리어에 목도리가 있었나 생각하면서 옷깃 여미는데 갑자기 앞에 뭐가 드리워지는 느낌이 나더니 어어 하는 사이에 목도리 둘러지고 한참 품이 큰 패딩에 덮혀있고 그랬으면 좋겠다.

너 이러고 올 줄 알았어.

올려다보니 시1백이가 피슥 웃고 있었음.

어...? 형 어떻게 알았어...?
내가 너 일 뭐 모른 적 있었냐
어...허...하...형
인사는 나중에. 일단 차로 가자. 감기 걸리기 전에.
응...

명기리는 자기 캐리어를 끌고 앞서 걷는 시배기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음. 5년 전이랑 변함없었지만 뭔가 지쳐보였음. 자기가 지쳐있어서 형도 그렇게 보이는걸까.

왜 그렇게 봐. 반하고 그런거면 곤란한데.
뭐래. 형 술냄새 나.
옷에 쏟은거야. 안마셨어.
형 술 안취하는건 아는데 운전은 내가 해. 키 이리줘.

시1백이는 나 말고 내차 운전할 수 있는건...하고 궁시렁대면서도 순순히 키를 내줬음. 명기리가 운전하고 가는 내내 시배기는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탄 자신보다 수척한 얼굴로 눈을 감고 있었음.

형 자?
응 자
보고싶었어

시배기는 쓰게 웃으면서 그래. 할 뿐이었지. 창밖으로는 흰 눈이 어지럽게 흩날리고 있었어.





시발탑은 시발텀이 만드는 것. 명기리 한정 호구탑 이시1백 보고싶다






시1백명1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