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가죽 원피가공이야.

좀 생소할 거야 아마도. 나도 원래 이런 일 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대학때 전공이 섬유,패션소재 공학 이었는데,

졸업 즈음에도 IMF여파로 취업시장이 얼어붙어 있었지.특히 패션산업 쪽이 더더욱 그랬고 임금도 낮았고,

그래서 뭐 아무데나 불러주면 '감사합니다'하고 들어갈 생각이었어 처음부터...

그리고 피혁 쪽 이다보니까 좀 연관이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는뎁...

처음에 뭣도 모르고 들어가니까 생각하던 거랑 완전 다른거야.

염장 처리만 된 생가죽을 사용해서, 형들이 지갑 벨트 신발에서 쓰는 도장된 가죽원단 상태까지 만드는게 우리 회사 일이야.

개발실로 배치되서 진짜 샘플 작업만 하는데 8시 출근해서 9~10시까지

뭐 시키는대로 그냥 했지. 나름 대졸인데 생산직처럼 굴리더라고... 그짓을 한 3년 반 했을거야.

그리고는 인정 받았지. 특출나진 않지만, 꾸준히 성실하게 하니까, 사장님도 인정해주시고.

그래서 평사원에서 계장 건너뛰고 바로 대리로 승진하고, 연봉도 좀 많이 뛰고..

일도 편해지고...

내가 처음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진짜 구멍가게수준의 소기업이었고,

당시에 사장님(기술자 출신), 회장님(회사 물주ㅋ) 두분다 40대 중반이었어..

그런데 진짜 회장님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옆공장 사들이고 이러더니

주변 회사 6개 삼킨 대형 공장이 되었고,

지금은 이태리 피혁공장이랑 맞다이 뜰 정도 돼.

90명이던 사원이, 사내 하청까지 합쳐서 600명 넘는 중견기업이 되었지.

회장은 왜 회장 직함 가졌냐 하면, 워낙 명예욕 넘치는 분이시기도 하고,

우리회사랑 물류회사(피혁 운반전용)도 하나 가지고 있고 또 피혁조합 대표기도 하고...그래서 회장으로 불러달래서

내가 입사하고 얼마 안되서 회장 직함 달았지 그게 17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