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형수님이 친구분 아는 사람 소개 받아보라하여

극구 사양했지만 3시간에 달하는 설득에 만나게 되었다.

애시당초 기대도 없었고, 옷도 딱히 없고, 꾸미지도 못하기에

평상시 입고 다니는대로 점퍼 입고 운동화 신고 만나러 나갔지

그날따라 엄청 추웠어

식당 예약해놓은곳으로 가기까지

지하철에서 내려 15분정도 걸어가야 했는데

손이 엄청 시려워서 점퍼에 손 넣고 있어도

시려워가지고 편의점서 핫팩 사서 데웠는대도 춥더라

거의 식당 다왔을때 식당 도착해서 먼저 들어가있겠다고 전화가 왔고,

곧 도착해 들어가서 그 사람을 봤지~

이태리 식당이라 음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에

어떤 메뉴를 골라먹어야 현명한거냐?

이런곳은 원래 이렇게 되어있냐 등등에 바보천치 같은 얘기나하고

서로 이런저런 직장얘기도 했는데

쾌활하고 진취적이고 상대방 말하는걸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더라~

물론 대부분에 얘긴 상대방이 했지만, 얘기하는걸 즐기시는분 같았어

난 말하는것보다 듣는거 좋아하니까 그런부분은 잘 맞았지~

근데 난 그 얘기 안에서 날 딱히 맘에 들어하지 않는걸 알았지

그게 나쁘진 않았어~

그 사람이 맘에 안든다거나 그런건 아니었지만

사실 그런걸 선택할 자격도 없고 말이지~

그 사람은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사람처럼 느껴졌거든

그렇게 식당에서 상대는 파스타,

난 난생 처음 먹어보는 리조또란 덮밥? 비빔밥?이란것도 먹고,

식당서 나와 근처 카페가서 초코라떼 한잔 마시며 한시간여 더 얘기하다 나왔는데

헤어질때 나도 모르게 습관이 나와버린거야

친구들이나 부모님이랑 배웅 인사할때 막내스럽고도 귀여운(?)짓을 하는데

양손을 가슴높이로 올리고 좌우로 흔들흔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바보 같은 말

"다음에 또 봐요"

그 말하는 순간 정신이 번뜩나고,

상대도 당황한듯 조심히 들어가세요란 말을 하고 도망치듯 뒤돌아 가셨지~

얼마나 황당했을까?

본인에게 말도 안되는 사람을 소개받은것도 열받는데,

애들이나 하는 짓꺼리를 하며 또 보자니?

내가 생각해도 열받았을거 충분히 수긍이 간다.

난 욕 먹어도 싸다 ㅎㅎ

2018년 내게 이런저런 의미있는 변화가 꽤 있었어~

작년만 하더라도 누가 소개팅을 해주려고 몇시간씩 붙들고 얘기하더라도

똥고집 부리며 안했을텐데 이제 조금은 느슨해 졌거든

츤데레가 된듯?

오는 2019년엔 이번년보다 좀 더 나아지겠지?

아니 나아져야해~

이젠 그러고 싶어~

그동안 힘든 고비도 있었고, 오랜 자숙에 시간도 가졌으니,

수고했다는 의미에 보상을 받고 싶어졌어

이봐 절대자씨!!

나 열심히 살았잖아요!!

이젠 열매를 좀 주세요!!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