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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3장: B. 어딘가 나랑 같은 상처를...(2-3화)

Heil(77.179) 2020.05.09 03:3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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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B. 어딘가 나랑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2-3)


프롤로그 이후의 첫 번째 단위인 2-4화에서 가장 부각되는 내용오해영이라는 동명이인으로서의 이름을 계기로 ()해영과 도경이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하는 것 외에 해영의 트라우마 도경의 성격상의 결함, 그리고 이 둘이 서로를 구원하게 되는 구원자가 될 것에 대한 암시로 볼 수 있겠다. 이 드라마의 기본 전개 자체가 서로를 통한 구원성장에 방점이 찍혀 있는데 독특한 것은 오해영의 경우 초반부터 그녀의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선명하게 제시되는 것에 반해 박도경의 경우는 거의 극의 중반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이 은폐된 상태로 남아 있다.

실제 담당배우였던 에릭의 인터뷰를 보니 처음 1-4화까지의 대본을 받았을 때에 남자 주인공으로서 박도경이 보여줄 것이 많이 없다고 여겨졌다 한다. 마치 3화에서의 해영의 대사 본인만 몰랐지. 본인 불쌍한 거. 그런걸 감정 불구라고 하지.”라는 말처럼, 그는 누구에게도 자신의 감정이나 내면을 잘 드러내 보이지 않으며, 시청자들에게 츤데레스러운 시크남이로구나.’ 정도 느낌을 전달하는 선에서만 묘사된다. 작가가 이런 식으로 박도경의 캐릭터를 초반부에 은폐해 놓은 이유는 차후에 설명하도록 하겠다.(캐릭터 분석 역시 극의 진행에 맞추어 추가하도록 한다.)


박도경, 미친 날들과 닫혀진 마음.


앞의 마주보기 구도에서 말했듯 도경 역시 해영처럼 미친 놈으로 불린다. 물론 종류는 전혀 다르다. 실력만큼은 발군으로 여겨지지만 지나친 워커홀릭 기질과 예민함으로 작품 가리고 아랫사람들 힘들게 할 뿐 아니라(단순 골절 소리와 복합 골절 소리/ 낮과 밤 소리 색깔 구분하라는 등), 자기 엄마가 계약한 감독들과 싸우는 등 막가는 기질로 인해 미친놈이라 손가락질 받는다. 주변에서는 늘 신경질적인 그의 성격이 맨날 밤을 새다시피하여 예민해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을 정도이다.(1화에서 음향 작업 중 기태가 도경에게 성질 내다가 도경의 표정이 굳어지자, 기태가 한 말 죄송합니다. 제가 진짜잠을 못자서 제정신이 아니에요.”라고 말한 것을 기억해보자. 한마디로 박도경은 주변 사람들 보기에 제정신이 아니다.(<1: A.B. 미친 년 놈의 만남. - 프롤로그(1) 2,3화의 구조> 참고)


쟤가 좀 미친 것 같애요. 밤을 너무 세서 그래맨날 녹음실에 틀어박혀서 너무 예민해져 있어서 그래.”(도경 엄마, 허지야. 1)

하나만 부탁하자, 우리즐겁게 일하자.” “즐겁게가 되나요?” “즐겁게 하자. 부탁할게.”(감독. 4)

나랑 일하는거 힘드냐?” “배우는 건, 진짜 많아요.”(한마디로 더럽게 힘들다는 말)

자신이 없을 때 자신의 공간에서 나는 소리를 매일 녹음하는 낭만적인 취미(?)도 가지고 있지만, 평범한 사람(동생인 훈과 같은)의 눈에는 그저 소리에 대한 변태적인 집착으로 여겨진다. 어쨌든 어딘가 독특한 면이 있는 캐릭터인 것은 분명하다.

1화에서 밝혀졌듯이 이 남자, 데쟈뷰(?)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나는 환시를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환시는 어느 순간부터 생전 본적도 없는 한 여자에게 집중되기 시작한다. 그 여자와 두 번째 우연히 마주치던 날, 그녀가 자신과 파혼한 옛 연인의 동창이자 동명이인인 오해영이고, 오해영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녀와 결혼한다는 남자를 망하게 했는데 그 오해영이 바로 환시 속의 이 낯선 여자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엮이기에 너무나 불편한 이 여자가 또 다시 환시에서 본 모습처럼 자신에게 다가와 술을 사라 하며 통성명을 하지 않나, 그녀와 굉장히 깊이 엮일 것만 같은 불길한 느낌을 받게 된다. 옛 연인 오()해영에 의한 도경의 상처는 자신의 일을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 하지 않는 그의 캐릭터답게 동생 훈의 입을 통해 알려진다.

저렇게 전화할 년은 그 년밖에 없어, 개 싸가지결혼식날 토꼈잖아. 그년이우리 엄마가 무지하게 반대했었는데, 그래도 형은 끝까지 사랑한다고 그냥 둘이서 결혼하겠다고 날 잡고 식장잡고 다 했는데, 안 나타난거야죽었는지 살았는지 연락도 안되지. 행여나 교통사고 당해서 그냥 어디 드러누워 있을까봐 밤새 이 병원 저 병원 들쑤시고 다니고. 형이 미친놈처럼 그 여자 찾아다닐 때 그 여자 죽으면 우리 형도 죽겠구나 싶었는데 그 때 뒈졌어야 해. 그년은형이 지한테 어떻게 했는데 배신을 때려? 여지껏 이 집구석에서 그 여자 이름은 금기어잖아. 오해영.”

그리고 비 오는 소리 녹음본을 들으며 결혼식 당일 그렇게 홀연히 사라진 ()해영을 회상하는 도경의 모습이 나타난다. 비에 흠뻑 젖어 병원들을 해메다가 이윽고 그 날 SNS에 어떤 남자와 에펠탑 앞에서 찍은 사진, “이제 행복한 일만 있기를.”이라는 글귀를 적어놓은 ()해영의 포스팅을 발견하고 도경은 절망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진상의 부추김에 이끌려 술에 취한채 오해영과 결혼한다는 남자에게 복수를 한다는게, 말 그대로 일생일대의 실수가 되어버렸다. ()해영은 통성명 당시 도경에게 왜 이 좋은 술을 안 마시느냐고 물었다.

실수 할까봐 안마셔요.” “실수한적 있나봐요? 어떤 실수 했는데요?”

도경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 때 술 마시고 벌인 도경의 실수가 현재 해영 자신이 술이 아니면 살수 없는 죽음에 이르는 병을 낳았다는 것을 모르는 아이러니이다.

확실히 도경의 스트레스는 상당한 수준이다. 잠도 잘 못 잘 정도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자신의 워커홀릭 기질에, 영화 만든다며 집안 말아먹고 시도 때도 없이 돈 붙이라며 자신의 돈을 빨아먹는 엄마, 맨날 술에 쩔어 사는 누나와 배우라는 일은 제대로 안배우고 영화 시나리오 만든다고 쪽팔린 글이나 쓰는 철없는 동생, 자신과의 결혼을 결혼식 당일에 일방적으로 파혼하고 사라진 옛 연인, 복수를 하겠다고 했는데 엄한 사람 인생이나 망친걸 알게 된 죄책감,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던진 돌에 이유 없이 맞아 인생 망가진 여자와 무지하게 엮이게 될 것 같은 불길한 느낌. 그리고 출소한 후 보자 협박하는 자신이 망하게 한 남자 한태진. OST <너였다면>의 가사대로 아주 미친 날들을 사는 남자.

도경의 캐릭터 분석에 있어서 주목해 봐야 할 중요한 장면이 있다. 2화 파혼 당한 결혼식 당일 날의 회상 이후, 도경은 엄마로부터 온 전화를 확인하는데 그 때 자신의 방에 들어와 깽판 치는 훈을 끌어내는 장면이다. 지나가듯 묘사되었지만 매우 계산된 연출이다. 이라는 공간적 상징에서 보여지듯, 방은 한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으로서 마음 그 자체로도 치환할 수 있다. 자신의 동생이지만, 도경은 결코 이 공간을 훈에게 허락해 주지 않는다. 함부로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은밀한 공간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마음의 공간을 허락하는 존재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연출이 있는데 즉, 이들의 방에 놓여 있는, 함께 찍은 사람의 사진이다.(해영의 방에는 부모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있고, 도경의 방에는 침대 머리맡에 진상과 단둘이 찍은 사진이 놓여 있다.) 즉 현재로서 도경의 공간에 출입할 수 있는 존재는 그의 절친인 진상 뿐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미 도경이 환시(공식 스포일러)를 통해 보았듯 해영이 이사오게 될 집은 도경의 옆방이었다. 해영이 도경에게 우리 아무 상관없는 사이 되자 했던 날, 해영은 차도에 떨어진 도경의 지갑을 주워 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해영의 집 앞에 찾아온 도경이 차에 떨어뜨리고 간 해영의 핸드폰을 건네주며, 혹시 우리 집 아느냐고 질문을 했다. 해영은 다시 보지 말자 말했지만, 결국 당사자들의 의지와는 다르게 해영이 도경의 옆방으로 이사오게 됨으로 이 둘이 결코 아무 상관없는 사이가 될 수 없게 운명은 흘러가고 있었다. 한마디로 해영의 인생을 망치게 한 도경의 복수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고였듯이 해영이 도경의 옆방으로 이사오게 된 것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고인 셈이다. 마지막 18 웨딩사진 촬영 때 도경이 한 독백 그대로 해영은 불행하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마음을 꽉 틀어막고 살았던 도경의 마음에 날아 들어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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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의 동심원구조

2-3화는 전체적으로 유사한 모티프를 공유하는 선형교대 구조로 도식화 될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은 자체의 구조적 도식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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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조는 마치 데칼코마니 형식의 모양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형태를 동심원 구조(키아스틱 구조)라 부르며 이러한 문학 구성 기법 역시 본문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성서에서 특히 많이 활용되는 방법이다. 성서에서는 아브라함, 야곱, 요셉 이야기, 모세의 출애굽 이야기, 다윗 이야기, 예수의 복음서 이야기 등에 이러한 구조가 즐겨 사용된다. X는 그리스어의 알파벳 키- 로 이러한 동심원 구조의 중심을 표시하며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모티프가 제시되는 경향이 있다. 2화에서는 도경과 해영이 각각 가지고 있는 동일한 파혼의 상처와 한태진이 구치소에 있게 된 경위가 가장 중요한 모티프로 드러난다. X를 축으로 후반부는 전반부와 유사한 모티프를 가진 이야기들이 역순으로 전개된다. ()해영으로 말미암은 도경의 트라우마적인 상처 외에(C-a, C’-a; X-c) 해영의 심각한 상황(C-b, C’-b; X’-c, d), 도경과 해영의 미묘한 인연이 부각되어 나타난다.


조우

2화의 후반부 내용부터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자. 이웃들의 쑤근거림과 부모의 입장에서도 불안한 하루하루, 결국 더 이상 해영의 미친 상태를 감당할 수 없겠다 생각한 해영의 부모는 그녀를 내다버리기로 결심한다. 당연히 그것은 해영에게 큰 상처가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그녀는 그날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약혼자였던 태진의 절친 이찬수를 만났다. 한태진이 구치소에 가 있다는 것을 알리가 없는 해영은 그의 입을 통해 한태진이 잘 살고 있다는 말을 듣고 무너져 내린다. 자신은 이렇게 괴로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데 자신과의 결혼을 파토낸 태진이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이 용납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인 도경-해영의 마주보기 기법처럼 도경 역시 발신자 제한 번호로 걸려온 ()해영의 전화를 받고 분노로 오열하고 있었다. 그리고 동일한 상처를 가진 이 두 사람은 우연히 술집에서 재회하게 되고 그 날 해영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그러나 도경 편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비밀, 자신이 결혼을 파토낸 게 아니라, 오히려 파혼을 당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이제 다시는 보지 말자는 말과 함께.

, 이제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 나온다. 삶의 의욕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해영은 술 취한 상태에서 차도로 나아간다. 진짜 이 여자 가만 놔두면 죽을 수도 있겠다 싶다. 도경은 바로 이런 해영을 붙잡아 택시를 태워 집까지 바래다 준 후 그녀를 떠나기 전 말한다.

어떻게든.. 그냥 살아요. 피투성이라도 그냥 살아요. 살아남는게 이기는 거야.”

이 말은 해영의 마음을 움직였다. 쫓겨난 집 앞에 널려진 혼수물들 앞에서 해영은 말한다. “니들도 주인 잘못 만나 고생한다. 나가자. 같이.” 그리고 다음날 아침 새로 이사한 집에서 짐을 정리하며 도경이 했던 말을 스스로 되새긴다.해영아, 살자 어떻게든 살자. 피투성이라도 살자. 같이 잘 살아보자. 괜찮아. 괜찮아.” 이제까지 자신이 원하는 게 죽는 거라고 말해왔고 그렇게 막 살아오던 해영이 비로소 삶의 의지를 찾기 시작한 장면이다. 해영은 도경의 말에서 희미한 구원의 빛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해영은, 새로 이사한 방에서 짐을 정리하며 책상을 밀다가 부서진 벽에 의해 도경의 방으로 통하는 쪽문을 발견했고 환시처럼 그 쪽문을 넘어 (동생 훈에게도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도경의 은밀한, 마음의 공간에 침입해 들어왔다. 이제까지 마음을 틀어막고 살아왔던 이 남자의 인생에 특별한 인연으로 엮이게 되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여자가 들어온 것이다. 도경의 말에 의해 해영이 삶의 의지를 찾기 시작했던 것처럼, 도경도 해영을 통해 그 닫혀진 마음에 변화를 겪기 시작할 것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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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과 햇빛 드는 소리.


아무리 환시를 통해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자신이 실수로 결혼을 파토낸, 옛 연인과 같은 이름의 여자가 옆방에 이사온 것은 도경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이다. 더구나 이후의 전개에서 보여지듯 서로의 방에서 나오는 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는 방음도 전혀 안 되는 방이다. 가해자인 도경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마음의 공간에서 나오는 소리를 절대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보증금을 두 배로 준다고까지 하면서 다른 곳으로 가라고 억지를 부리지만 그가 자신의 파혼 사연의 가해자라는 것을 알리 없는 해영의 입장에서는 이런 그의 모습이 싸이코처럼 여겨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바로 전 날밤 피투성이라도 살라는 말로 자신에게 삶의 의지를 북돋아준 사람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지금은 마치 자신이 스토커처럼 들러붙는 것 같은 더러운 느낌을 주고 있고 심지어 그 동생이라는 작자에게 전화로 욕까지 얻어먹었다. 심지어 이젠 자기가 나가겠다고 까지 한다. 이런 초반의 갈등 구도 속에서 제 3화가 시작된다.

해영은 이전에 태진과 예약했던 레스토랑의 안내 문자를 받았다. 해영의 회상에서 보듯 태진과의 결혼 이후 방문하기로 계획했던 곳이다. 여기서 결혼한 태진과 함께 노을을 바라보며 저녘을 먹고 싶어했으나 지금 그녀는 함께 갈 사람이 없다. 절친인 희란 역시 함께 갈 수 없는 상황에서, 결혼 예복을 입고 홀로 그 자리에 나가 노을을 바라보며 해영은 서글프게 눈물을 흘린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해볼 재미있는 연출이 있다. 바로 해영이 결혼 예복을 입고 쓸쓸하게 지는 저녘 노을을 바라본 직후, 도경이 음향 작업하는 장면으로 전환되는 부분이다. 이 때 도경은 훈에게 화를 내면서 훈 자신도 어이없어 하는 황당한 어록을 내뱉는다. “햇빛 드는 소리 넣어.”

그러나 이 말은 단순한 개그씬이 아니다. 해가 지면 노을과 함께 어둠이 다가오고 다시 아침에 해가 떠오르며 빛이 세상을 감싼다는 건 명약관화한 자연의 이치이다. 더구나 햇빛이 떠오르는 것은 희망을 상징한다. 지금 해영은 태진과의 결혼을 상징하는 결혼예복을 입은 채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태진과 결혼하기로 했던 행복한 계획은 이제 상처의 기억 뿐인, 놓아주어야 할 지는 해와 같은 과거의 일이다. 그러나 도경은 햇빛 드는 소리를 연출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이제 도경은 해영의 삶을 다시 따뜻하게 만들, 새로운 햇빛 소리를 가져올 것이다.


3화의 선형 교차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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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과 보호의 모티프.


특히 3화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모티프가 있는데 하마터면 해영이 희생당할 뻔한 범죄에서 도경이 그녀를 보호하는 장면들이다. 이 장면에 대한 복선은 두 가지로 나타난다. 먼저 해영이 자신을 ()해영과 혼동한 훈의 전화 욕에 의해 기분이 더러워진 이후, 사과하러 자기 방으로 넘어온 도경에게 했던 말이다. “뭔데요? 그쪽 문제가? ? 밤마다 살인을 하시나?” 물론 도경이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드라마를 가만히 살펴보면 작가가 등장인물들의 지나가는 듯한 말 한마디에 그 회차에서 나타날 어떤 사건의 모티프를 암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해영의 아무렇게나 뱉은 듯한 이 말은 이러한 경우에 해당되는 대사이다. 또 하나는 해영의 부모가 밤중에 해영 몰래 그녀가 새로 이사한 방에 찾아와 방범창이 튼튼하게 달려있나 확인하는 중 해영 방의 방범창을 뜯게 되는 장면이다. 방범창은 집 안으로 도둑이 들어올 수 없게 철창 모양으로 창문틀에 고정시킨 치안 유지 장치이다. 자신들이 방문한 것을 해영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던 해영의 부모는 해영 몰래 뜯어진 방범창을 들고 튀는데 바로 여기서 해영부모와 도경의 첫 대면이 이루어진다. 이 때 해영의 엄마가 하는 말에 주목해 보자. 방범창 튼튼하게 달렸나 잡아보다가 떨어졌어요.” 한마디로 해영의 공간에의 방범창마저 취약한 상태이다. 이들이 해영의 부모임을 알게 된 도경은 자신이 방범창을 달겠다고 말했고 방범창을 넘겨받는다. 이제 도경이 해영의 보호자가 될 것에 대한 상징이다.

해영이 결혼 예복을 입고 예약된 레스토랑을 방문한 날, 도경은 환시를 통해 그 날 무슨 사단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지했다. 밤에 해영은 동창들을 만나러 갔고 추운 밤 늦게 귀가하던 해영은 집 열쇠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알았다. 집에 들어갈 수 없었던 해영은 밤거리를 해메는데, 바로 그 때 도경은 해영의 뒤를 따라붙는 누군가의 환시를 보게 된다. 해영의 비싼 예물들을 보고 금품을 강탈하기 위해 따라붙은 것이리라. 무척 위험한 상황이다. 그러나 환시를 통해 이 모든 것을 보았던 도경은 해영을 지켜낼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 2화에서 수경의 입을 통해 도경의 마을에 마을지킴이가 있다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수경과의 일대일 술자리에서 해영이 말했던 것처럼(4) 해영은 그 사실을 알지도 못했고(“마을 지킴이가 데려다주든?” “그게 뭔데요?”) 그 마을 지킴이는 해영과 관련해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다. 이 사실이 재차 확인되는 것은 3화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중국음식 배달부 씬이다. 해영에게 자장면을 배달한 배달부는 그녀에게 흑심을 품고 혼자 사는 것을 확인한 후, 범죄 계획을 세운다. 이 장면을 모두 엿보고 있었던 도경은 배달부가 다시 해영의 방으로 들어온 순간, 동거남으로 연기하며 해영을 지켜내었다. 그리고 자신의 신발을 해영의 신발 옆에 나란히 놓아 해영의 안전을 위해 그녀가 혼자 사는 것이 아닌 것처럼 꾸며 놓는다. 또 한번 도경은 해영을 구원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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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나랑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외부로부터의 안전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삶의 의지가 중요하다. 도경은 레스토랑 예약이 잡혀 있던 날, 범죄의 희생양이 될 뻔한 해영을 무사히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또한 추운 날 난방이 안 되는 방에서 떠는 그녀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와 따뜻한 차를 대접했다. 이 때 해영은 동창회를 통해 기억난 학창 시절의 반장 선거 이야기를 하면서(한표 나왔는데 그 한표 자신이 찍은 거였다는) 자신에게 늘 열등감을 안겨주었던 (금)해영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날이 너무 좋아서 더 미칠 것 같다 말하며, 누군가가 자신의 상처인 결혼 전날 차인 일에 대해,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했다.

그리고 여기서 동일한 파혼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도경의 명대사가 등장한다. “그게 어떻게 아무 것도 아냐? 세상이 나한테 사망선고 내린 기분, 우주에서 방출된 기분. 쫓겨난 우주에서 아양 떨면서 빌붙어 살아야 되는 기분 그게 어떻게 아무 것도 아냐? 결혼식 당일날 차였어.”

누구도 다른 이의 상처를 100프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 그냥 괜찮다, 별거 아니다 힘내라는 식의 위로는 때론 네가 정말 이 고통을 조금이라도 알고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냐는 반감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비슷한 아픔을 경험해본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가 될 수 있다. 심지어 그런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위로는 마음에 진정한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 때 도경은 해영에게 녹음된 빗소리를 들려준다.

이 빗소리는 해영이 앞서 한 말, 날이 너무 좋아서 더 미칠 것 같다.”는 말에 대한 도경의 위로일 뿐만 아니라 자신과 동일한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꺼내보이는 자신의 상처이기도 하다. 2화에서 보여주었듯 도경이 파혼 당한 날, 그는 (금)해영에게 무슨 사고라도 발생한 건 아닌가 비에 흠뻑 젖어 병원들을 돌아다녔고 자신을 떠나간 그녀의 모습을 절망 가운데 바라보았다.

도경의 이러한 위로는 이윽고 해영에게 전보다 더 나은 삶의 의지를 불어넣어 주었다. 해영은 다음날 태진과 찍은 결혼식 앨범을 강물에 던진다. 보통 강의 이미지가 그렇듯 과거의 상처를 떠내려 보내고 삶을 새롭게 시작하려는 해영의 새로운 결심을 보여준다.(떠내려 가지 않고 머물러 있는 것엔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

별일 아니라는 말보다, 괜찮을거라는 말보다 나랑 똑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게 100 1000배 위로가 된다. 한대 맞고 잠시 쓰러져 있던 것뿐. 일어나자 해영아. 일어나자해영아.”

2화 마지막에서 해영이 처음으로 삶의 의지를 얻고 도경이 했던 말 어떻게든.. 그냥 살아요. 피투성이라도 그냥 살아요.” 를 중얼거렸듯이 여기서도 해영은 바로 전날 도경이 해주었던 말, 한대 맞고 쓰러진 거야. 좀 쉬었다가일어나면 돼.” 를 중얼거린다..(물론 아직 해영을 때린 자가 도경 자신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한 떡밥으로 남아 있다.)  자신의 상처를 노출할 때마다 도경의 한마디 한마디가 그녀에게 삶의 의지를 불어넣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이 드라마의 국면을 진전시키는 한가지 중요한 결심을 한다.

생각해보면 다 줄거야 하고 원없이 사랑한 적이 한번도 없다. 항상 재고 마음 졸이고 나만 너무좋아하는 거 아닌가 걱정하고. 이제 그런 짓 하지 말자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 만나면, 발로 채일 때까지 사랑하자. 꺼지란 말에 겁먹어서 눈물 뚝뚝 흘리며 돌아서는 바보 같은 짓은 다시는 하지 말자. 꽉 물고 뚜드려 맞아도 놓지 말자. 아낌없이 다 줘버리자. 인생에 한 번쯤은 그런 사랑 해봐야 되지 않겠니?”

결혼식 앨범을 무단 투기하고 돌아온 해영은 앞서 떨어졌던 방범창이 도로 설치된 것을 발견한다. 도경의 터무니 없는 소리로만 여겨졌던 햇빛 드는 소리도 아이들 뛰어 노는 소리, 자동차 경적 소리를 통해 연출되어졌다. 이제 해영은 생명을 얻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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