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사고 위험도가 높은 항공사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블랙리스트' 제도가 국내 항공사에도 적용된다. 건설교통부 항공안전본부 관계자는 31일 "현재 항공기 블랙리스트 제도와 관련해 세부 지침을 마련 중인데 블랙리스트 조사 대상에 외국 항공사 뿐만 아니라 국내 항공사들도 포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항공기 블랙리스트 제도는 위험도가 높은 외국 항공사의 명단을 공개하고 운항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지난해 12월 만들어졌지만, 항공안전본부는 이 제도를 보다 현실성 있게 운영하기 위해 국내 항공사까지 범위를 확대키로 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을 포함해 부정기 항공사인 한성항공까지 블랙리스트 등재 여부를 심사받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항공안전본부는 외국항공사의 경우 유럽연합(EU) 블랙리스트 자료를 참조하지만 국내 항공사의 경우 마땅한 자료가 없어 과거 5년 동안의 인명사고 현황을 토대로 블랙리스트에 올릴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항공안전본부의 이같은 조치는 인명 피해가 아닌 이착륙 사고까지 포함해 블랙리스트 여부를 따질 경우 대한항공 등 거의 모든 국내 항공사가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성항공의 경우 지난해 11월 제주공항 활주에 착륙하다 앞바퀴 타이어 2개가 떨어져 나갔으며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6월 경기도 일죽 상공에서 우박을 맞아 비상 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어 블랙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은 없는 편이다. 항공안전본부측은 "한성항공의 사고를 블랙리스트로 넣는다면 이와 유사한 사고가 적지 않은 국내 대형 항공사들도 똑같이 적용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런 어려움 때문에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에 한해 블랙리스트에 등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항공안전본부는 올해 상반기 블랙리스트 제도에 대한 세부 지침을 마련한 뒤 오는 10월께 블랙리스트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항공안전본부 관계자는 "일단은 인터넷 등을 통해 블랙리스트 항공사를 공개해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라면서 "비록 제재 수단은 없지만 여객기를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